[뉴스포스트=최문수 기자] '탁상공론'은 "탁자 위에서만 펼치는 헛된 논설"을 뜻한다. '무사안일'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아 편안하고 한가로움"을 의미한다.

두 가지 모두 국가의 중책을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썩 듣기 달가운 비판은 아니다. 나태함과 무책임으로 시작해 국민들의 불신으로 끝나, 주로 이들에게 따라오는 비판의 꼬리표이기 때문이다.

물론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올바른 모습을 보여주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때문에 기자는 '탁상공론'과 '무사안일'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하지만 최근 기자가 취재하면서 봐 온 한국부동산원은, 이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였다. 

기자는 8월 14일 자 <[단독] 한국부동산원 직영 '인천 청라' 홈페이지에 '성인물 사이트'가?…"보안 구멍 우려"> 보도를 통해 한국부동산원의 '전산망 보안 우려'를 제기했다. 기관이 운영하는 'K-apt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사이트에 성인물 사이트가 버젓이 올라와 있었던 이유에서다.

해당 성인물 사이트를 클릭하면 선정적인 사진이 우선 등장하고, 누가 봐도 국가 기관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올라와서는 안 될 부적절한 사이트임을 직감할 수 있다.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자 한국부동산원은 즉각 조치를 내렸지만, 취재 직전까지 기관 측 담당자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미뤄봤을 때 꽤나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즉각 조치를 내린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한국부동산원은 본보 보도 이후 뜬금없이 '기사 수정'을 요청해 왔다. 그것도 기관의 입맛에 맞게 기사 특정 부분들을 집어주면서, 원하는 문구까지 달아서 말이다. 

한국부동산원 담당 부서 직원은 무엇이 그렇게 급하고 불편했기에, 친절하게 컴퓨터로 입력하고 사진을 찍어서 기자에게 '기사 수정'을 요청했을까.

한국부동산원의 요청 대부분은 책임 소재를 '아파트 관리 주체'로 책임을 돌리는 듯한 논조다.

기사 제목에 기관 이름 대신 '아파트 관리 주체'라는 단어를 넣어 그들이 오입력 했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기관의 관리·감독 강화 조치 대신 '아파트 관리 주체'의 높은 관심과 주의를 요구한다는 등의 내용이 요지다.

끝으로 '해명'이란 부분이 거슬렸는지 '오류사항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말로 대체하기를 바랐다. 수차례 기자와의 대화에서는 본인들이 관리·감독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해명을 해놓고선.

'K-apt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은 '관리비 공개 의무' 규정에 해당되는 우리나라 대부분 아파트 정보가 올라오는 사이트다. 한국부동산원의 설명으로는 기관 관계자가 아닌 아파트 관리 사무소 직원 등 불특정 다수가 작성하게 된다. 수정·삭제도 이들의 권한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아파트 관리 사무소 직원 등에게 수정·삭제를 요청은 할 수 있어도 사실상 자체적인 관리·감독 시스템은 없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말한 '아파트 관리 주체'의 주의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을 위해 기관이 내놓은 서비스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오히려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 타당한 지 묻고 싶다.

기자에게 보낸 기사 '수정 요청'을 정리할 시간에 현명한 후속 대책을 강구하고 전달했으면 좋았을 것을.

불행 중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올라온 성인물 사이트는 오프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나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한 악질의 유해 사이트가 올라와 대국민 개인정보 유출, 전산망 마비 등 심각한 사이버 재난 사태가 발발한다면, 그때도 한국부동산원은 불특정 다수한테 책임을 돌릴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탁상공론', '무사안일' 등의 비판으로 끝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사태가 발생하고 3일이 지난 19일, 한국부동산원은 'K-apt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아파트 단지 관리 주체들에게 '정보 최신화 및 업데이트' 안내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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