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서 동물학대 모의...자료 공유도
전세계 누리꾼, SNS상에서 규탄 목소리

서울 송파구 일대에 서식하는 길고양이. 학대 사건과는 무관하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서울 송파구 일대에 서식하는 길고양이. 학대 사건과는 무관하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일부 중국인들이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고양이를 비롯한 소동물들을 지속적으로 잔인하게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이 SNS상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에 전 세계 누리꾼들이 동물학대범들과 중국 당국을 향해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일 엑스(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SAVETHECATSINCHINA(중국의 고양이를 구하라)', 'STOPANIMALABUSEINCHINA(중국에서 동물학대를 멈춰라)' 등의 해시태그(#) 게시물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영미권 국가는 물론 일본, 터키 등 전 세계 누리꾼들이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동물학대 범죄를 비판하면서 중국 당국에 동물학대범에 대한 처벌과 동물보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등 대부분의 국가와는 달리 일반적인 동물보호 원칙을 담은 동물보호법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동물학대를 저질러도 마땅히 처벌할 방법이 없다.

5일 인스타그램에는 'SAVETHECATSINCHINA(중국의 고양이를 구하라)', 'STOPANIMALABUSEINCHINA(중국에서 동물학대를 멈춰라)'라고 적힌 해시태그(#)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5일 인스타그램에는 'SAVETHECATSINCHINA(중국의 고양이를 구하라)', 'STOPANIMALABUSEINCHINA(중국에서 동물학대를 멈춰라)'라고 적힌 해시태그(#)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고문 살해에 가까운 학대 수위  

<뉴스포스트>가 지난 5월부터 약 3개월 간 엑스와 인스타그램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중국의 동물학대는 고기나 가죽, 모피를 얻기 위한 도축 과정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 동물들을 일종의 놀잇감처럼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학대 대상은 개와 고양이, 토끼, 햄스터, 쥐, 조류 등 인간과 친근한 소동물이 대부분이다.

특히 고양이는 동물학대범들의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번식력이 강해 개체수가 많은 데다, 전국 곳곳에서 서식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포획이 비교적 어려운 성묘보다는 새끼 고양이가 학대 대상이 되기 용이하다. 새끼 고양이의 경우 인간에 저항할 만한 물리력이 거의 없어 빈번하게 학대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학대 방법은 다양하다. 손으로 때리거나 발로 밟는 것은 예삿일이고, 각종 도구들을 이용해 동물들을 고문·살해한다. 본지가 확인한 학대 영상 자료들만 해도 최소 십수 가지의 도구가 나온다. 불이나 물은 물론 철제 공구와 날붙이, 가정용 전자제품, 전기기기, 가연성·인화성 물질, 화학약품 등 사람이 다룰 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도구들을 연약한 동물들에게 무자비하게 들이민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달 28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주택가에서 20대 초반 남성이 길고양이를 강철 재질의 다트 10발을 쏴 죽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항저우의 사례 역시 끔찍한 동물학대 범죄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적어도 현지 매체에 보도가 가능한 수위다. 모방 범죄 등의 우려로 보도조차 어려운 잔혹한 학대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고양이 학대 장면이 담긴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저서와 함께 자신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조롱 글들이 올라왔다. (사진=엑스 갈무리)
고양이 학대 장면이 담긴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저서와 함께 자신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조롱 글들이 올라왔다. (사진=엑스 갈무리)

잔혹한 동물학대범, 그들은 누구인가

중국의 동물학대범들은 텔레그램이나 위챗 등 메신저에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활동한다. 채팅방에는 끔찍한 동물학대가 담긴 동영상과 사진 등이 공유되고 있다. 자료와 함께 동물학대에 관한 대화들이 오갔다. 중국어에 능통한 누리꾼들은 대화를 영어로 번역해 SNS 공유했다. 동물에 대한 조롱이 대화 내용의 대부분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돈을 받고 학대 영상이나 사진을 판매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해외 누리꾼은 물론 국내 동물권 단체도 포함돼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는 지난 5월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양이를 살해해 돈벌이로 삼는 영상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중국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며 중국에 동물학대 방지와 동물보호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관련 법이 미비하다고 해도 전 세계 누리꾼들은 마냥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Feline Guardians(직역하면 '고양잇과 동물 수호자들')'라는 NGO를 조직해 동물학대범들이 올린 사진과 동영상 등을 토대로 이들의 신상정보를 캐냈다. 해외 누리꾼들뿐만 아니라 중국의 동물애호가들과 동물보호단체들 역시 큰 힘을 보탰다. 일부 학대범들의 얼굴과 나이, 사는 곳, 직업 등의 자세한 신상정보가 SNS에 퍼졌다.

Feline Guardians에 따르면 신상정보가 공개된 동물학대범들은 약 20명 남짓이다. 대다수는 남성이다. 연령대는 10대 청소년에서 30대 사이로 젊은 층에 쏠려 있다. 직업은 학생, 은행원, 사업가, 치과의사, 인플루언서 등 다양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잔혹한 학대범들이 사회에서는 오히려 평범하거나 엘리트 계층에 가까웠다.

Jack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해외 누리꾼은 자신의 엑스에 "학대범들은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바구니에 담긴 여러 마리의 새끼 고양이들을 어떻게 고문할지 이야기하고 있다"며 "중국에서는 고양이를 학대해도 불법이 아니다. 중국에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건이라고 소개한 또 다른 해외 누리꾼은 엑스에 "중국의 동물학대범 XX가 고양이를 고문한 다음 한 동물구조단체에 고양이 학대 영상을 보내며 고양이를 살리려면 돈을 보내라고 요구했다"며 "2024년에 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나. 법을 통해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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