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30원 돌파...국내 은행 외환손익 1031억원 기록
가계대출 3년 만에 최대...8월에만 9조3000억원 급증
ELS 손실 우려 증대...내년 8조원 만기 리스크 시험대
탄핵 정국 속 외국인 이탈...코스피·코스닥 동반 하락
2024년 한국 금융권은 강달러 충격과 가계부채 폭증, 내부통제 부실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더해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까지 겹치며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환율 급등과 대출 리스크는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냈고, 잇따른 금융사고는 금융사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에 대응해 주요 은행들은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맞춰 리더십과 전략을 재정비하며 경쟁력을 강화했고, 카드사와 증권사들은 고금리와 규제 변화 속에서 생존 전략 모색에 나섰다. 올해의 주요 이슈를 복기하며 금융권이 내년 도약을 위한 방향성을 모색할 시점이다. <편집자 주>
강달러 충격...은행권 외환 손실 확대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강달러 기조는 올해 금융권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 유지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기대감으로 원·달러 환율은 연말 1430원대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었고, 자본 유출로 이어져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외환 손익은 3분기 기준 10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7% 급감했다. 외환 손익은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부채에서 발생하는 환차손과 외환 트레이딩 수익 등을 더해 산출되는데, 강달러 기조로 외화부채 비중이 큰 은행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환율 급등은 외환시장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 환율 안정화를 위해 외환당국이 개입했으나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제 요인이 여전해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외화자산 비중 조정과 환율 리스크 관리가 금융권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가계부채 폭증...정책 혼선이 불러온 대출 리스크
올해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권에 심각한 압박을 가했다.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대출은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8월에는 9조3000억원이 늘어나며 전월 대비 크게 확대됐다. 이는 3년 만에 최대 증가 폭으로,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11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는 다소 둔화돼 1조9000억원 증가에 그치며 전월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금융당국의 정책 혼선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당초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 일주일 전에 돌연 연기되며 대출 수요를 자극했고 대출 금리 인상을 둘러싼 모순된 당국의 발언도 실수요자와 금융권 모두를 혼란스럽게 했다.
또한 2금융권의 대출 증가세가 가속화되며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11월 2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2000억원 급증하며 4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은 가계대출 리스크가 1금융권을 넘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금융시스템 전반에 불안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반복된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실...신뢰 추락
올해도 금융권의 내부통제 부실은 고질적인 문제로 드러났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약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건은 금융권 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여기에 홍콩 H지수에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까지 겹쳤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해당 상품의 규모는 약 8조원에 달해, 원금 손실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사들의 대응 능력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내 주요 금융사들에서 대규모 배임과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은 점도 금융권의 신뢰를 훼손시켰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100억원 이상의 배임사고와 횡령 사건이 발생해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같은 사고들이 반복되면서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강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미흡한 상태다.
탄핵 정국, 금융시장 불확실성 가중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탄핵 정국의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은 극심한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규모 자금을 회수했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연일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집중되며 단기적인 시장 충격이 더욱 커졌고, 금융권 주요 종목들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하며 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대표적으로 KB금융은 계엄령 선포 이후 3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약 1%포인트 감소하고 주가가 15.7% 급락하며 외국인 신뢰 하락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KB금융이 추진 중인 주주환원 정책과 밸류업 프로그램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정성과 신뢰도를 유지해 온 주요 금융지주사들조차 이 같은 사태에 흔들리며 장기적인 정책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은 활황세를 보이며 전통 금융시장을 대체할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2월 첫째 주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규모의 1.5배를 넘어섰으며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량은 100조원을 돌파해 투자 자금이 빠르게 가상자산으로 몰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증시의 구조적 문제와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탄핵 정국으로 촉발된 외국인 자금 유출과 주가 하락이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이 신뢰를 회복하고 중장기 성장을 위해선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물 ETF 승인과 4월 반감기로 인한 공급 축소, 미 연준의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가 주요 동력이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암호화폐 친화 정책이 강화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