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가 된 기후위기...긴 폭염과 이례적 폭설
한국 문학史 최고 쾌거...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응원봉과 성범죄 반대...여성들이 국가에 말하다

2024년 격동의 한 해는 마지막까지 숨 가쁘게 흐르고 있다. 정치와 사회, 문화적으로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국민들은 함께 기뻐했고, 분노했다. 한겨울 추위처럼 매서운 정국은 결국 내년으로 바통을 넘기는 모양새다. <뉴스포스트>는 새해에는 더욱 희망찬 나날들이 이어지길 고대하며 한 해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지난달 28일 경기도 광명시청 직원들이 주요 도로에 배치돼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8일 경기도 광명시청 직원들이 주요 도로에 배치돼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올해에도 이상기후는 계속됐다. 올해 여름 무더위는 이례적으로 가을까지 장기간 지속됐다. 추석 연휴에도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여름철 전국 평균 기온은 25.6도로, 평년보다 1.9도 높았다. 근대적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추석까지 더웠다...계속되는 이상기후


서울 지역은 지난 6월 21일 올해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빨랐다. 또한 9월 19일에도 열대야가 나타났는데,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늦은 열대야였다. 제주도에서도 가장 늦은 열대야(9월 20일)가 나타났다. 강원도 춘천은 사상 처음으로 9월에 열대야를 겪는 등 다수 지역에서 무더위 기록들이 경신됐다.

무더위만큼 폭우도 기록적였다. 올해는 짧고 굵은 비들이 몰아쳤다. 특히 7월 10일 전라북도 군산시 어청도에서는 1시간 동안 146mm의 비가 쏟아졌다. 1시간에 100mm 이상 폭우가 쏟아진 사례도 올해 9건이나 있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는 7월 17일부터 18일 이틀간 비가 무려 634.5mm나 내렸다.

이상기후는 연말까지 지속됐다.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서울에는 28일 하루에 28.6cm의 눈이 쌓였다. 겨울 통틀어 역대 3번째로 많은 수치다. 같은 날 경기도 수원에서는 역대 최고 적설량인 43cm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를 규탄하는 청년대학생 1108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월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를 규탄하는 청년대학생 1108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뉴시스)

밀양 성폭행·딥페이크...성범죄 재조명


지난 2004년 경상남도 밀양시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20년 만에 다시 주목을 받았다. 올해 6월께 가해자들 일부의 신상정보가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사적 제제라는 비판과 고질적인 성범죄자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문제제기가 대립했다. 사건이 커지자 밀양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피해자에게 뒤늦게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다.

아울러 타인의 얼굴을 음란물과 합성하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포 범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생성·유포하는 온라인 성범죄가 주목을 받은 것이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여학생들이었고,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됐다.

여성들은 불안에 떨면서도 성착취 근절에 대한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온라인상에서는 피해 학교 명단을 공유하며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서울 지역의 여자대학교들은 성범죄 규탄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여성계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 처벌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 및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정부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을 강화했다. 국회에서는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해 형량을 올리는 등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을 강화했다. 경찰은 지난 8월부터 특별 집중단속에 나섰고, 올해 1∼11월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1094건을 수사해 피의자 573명을 검거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소설가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문학상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일(현지 시간) 소설가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문학상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벨문학상 쾌거와 서점가 '한강 신드롬'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쾌거를 이룩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10일 한강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극찬했다.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국내 서점가에서는 이른바 '한강 신드롬'이 불었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등 작가의 대표작들이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품귀 현상을 빚었다. 밀려드는 책 주문에 출판사와 인쇄소는 주말에도 운영을 중단하지 못했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데 이어 노벨문학상을 타내면서 세계적인 대문호 위치에 올랐다. 그는 이달 10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며 "문학을 위한 이 상의 의미를 여러분과 함께 여기 서서 공유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상계엄 선포...8년 만에 대통령 탄핵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국내 정세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거대 야당의 연이은 정부 관료 탄핵과 입법·예산안 강행 처리 등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였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40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에 동의하지 않았다.

국회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물론 여야 국회의원들이 계엄군과 경찰에 가로막힌 국회 담장을 넘어가며 본회의장으로 모였다.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은 계엄 선포 약 2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가결됐고,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6시간 만인 4일 새벽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보고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달 7일 탄핵소추안은 대부분의 여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됐다. 민심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시민들은 촛불 대신 K팝 아이돌 스타를 응원하는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평화적인 시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민심이 윤 대통령을 떠나자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8년 만에 다시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게 됐다.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됐다.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 선포 관련자들은 내란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다룬다. 결과는 새해에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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