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인상' 갈등 야기
다사다난 '올림픽파크포레온'…서울시 중재로 입주
공급 확대 위한 DSR 규제…소통 부재로 '엇박자' 질책
부동산 PF 손 본 정부, 자기자본비율 5%에서 20%로
2024년 우리나라 건설 업계는 국내외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공사비 인상, 집값 안정화, 부동산 PF 개선 등 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는 총력을 기울였고, 건설사들은 저마다 전략을 꾸리며 생존에 사활을 걸었다. 올해는 가히 살얼음판을 걸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건설업계가 내년에 도약하기 위해서는 올 한 해 어떠한 이슈가 있었는지 복기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최문수 기자] 냉기로 가득했던 2024년 한 해, 국내 건설 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시작된 원자잿값 오름세 여파는 건설사와 조합 간의 공사비 인상 신경전을 가져왔다. 아파트값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강화했던 금융당국의 전략은 오히려 아파트 거래량 급락 현상을 불러일으키며, 건설사들의 목을 죄었다.
'건설공사비지수' 오름세…원자잿값·인건비 영향
떨어질 줄 몰랐던 공사비는 건설사들과 시민들의 부담이 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0.32로 전년 동기 대비 0.92% 상승했다. 더구나 9월에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공사비지수는 2021년에 117.37, 2022년 125.33 등 매년 오르는 추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올해 10월 건설공사비지수가 2020년 대비 30% 이상 급등한 점은 놀라운 대목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00을 기준으로 공사비의 물가 변동 수준을 수치화한 지표로, 현장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식이다.
건설공사비가 치솟았던 데에는 러우(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영향이 크다.
러시아는 주요 원유 생각국이자 세계 1위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이 때문에 러우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유가 급등에 의한 에너지 및 원자값 상승 우려가 나왔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공사비 인상'은 건설사·조합 갈등 유발로
원자잿값 상승으로 생겨난 공사비 인상 문제는 시공사와 재건축 조합 간의 갈등을 유발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했고, 조합은 분담금을 걱정해 공사비가 오르는 것을 결사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6개월간 공사 중단 사태에 직면했던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현장이 대표적이다.
도로·조경 등 기반시설을 맡았던 동남건설, 중앙건설, 장원조경은 각각 약 200억원, 50억원, 20억원의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제111차 긴급대의원회에서 이 안건이 부결되면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 밖에도, 5개월 동안 공사가 멈춘 '은평구 대조1구역', '청담삼익', '미아3구역', 안암2구역' 등의 현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사다난'했던 '올림픽파크포레온'…극적 화해 이끈 서울시
공사비 인상 문제를 사이에 두고 건설사와 조합 등 두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정부는 ▲코디네이터 파견 ▲공사비 검증 시행 ▲정비사업 주민설명회 개최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특히, 서울시는 6개월간 공회전을 이어온 '올림픽파크포레온'에 코디네이터를 파견했는데, 10회 이상 중재회의와 면담을 열어 극적 화해를 이끌었다. 그 덕분에, 11월 25일 준공 인가를 획득하고, 26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장의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로 화제를 모았다. 전체 가구 수는 1만 세대를 넘는 1만 2032세대, 지하 3층, 지상 6~35층이다.
DSR 규제 등 정책 '엇박자'로 주택 시장은 '울적'
정부는 시장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공급 확대 정책을 펼쳤다. 1월에는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한 데다가 8월에는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비롯해, 8만호 양적 증대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에 이어 신생아특례대출이 1월 말부터 시행됐고, 거래시장 정상화 유도에 의해 금융 정책 완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 그러자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금융 당국은 조기 대응 차원에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시행과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및 디딤돌 대출 개편 등 후속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시장과의 소통이 부재했다는 질책을 받았다.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가 엇박자가 된 셈이다.
이 문제는 아파트 거래량 급감 현상으로 이어졌다. DSR 2단계 시행은 물론, 정부의 전방위 가계 대출 규제가 집값 하락과 아파트 거래 위축 현상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 강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당분간은 관망세가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탄핵 정국까지 겹쳐 주택 공급, 부동산 법안 통과 등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기준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2829건으로, 8월 6498건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부동산 PF 관행 손본다…자기자본비율 5% → 20% 확대
부동산 PF는 한 개발 사업에서 미래에 예상되는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이다.
통상적으로 사업 시행사는 약 3~5%의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토지 매입 및 취득 등에 사용되는 자금은 고금리 브릿지론으로 충당한다. 이후 본 PF로 브릿지론을 상환하면서 전체 사업비를 조달한다.
국내 부동산 PF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230조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는 부동산 PF를 손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본 구조는 대외변수에 취약하여 부실 사태로 이어진다고 보고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우선, 현행 3~5% 수준에 그쳤던 PF 사업 자기자본비율을 20% 이상으로 상향한다. 가령, 기존에는 3억원가량만 보유하고 있으면 100억 규모 사업 진행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최소 20억원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2023년 추진된 300여개 PF 사업장을 살펴본 결과, 시행사의 자본 투입 비율은 3.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정부의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두고 "이번 정부 대책은 부동산 PF 사업의 근본적인 구조개선을 통해 경제위기마다 반복되던 고질적인 한국형 부동산 PF 위기를 해소할 것"이라며 "국내 PF 사업 선진화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