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유통업계는 대변혁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백화점·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들은 과거의 공식에서 탈피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것이다. 점포가 아닌 고객에 방점을 두고, 과감한 결단과 변화없이는 생존이 불투명해졌다. 식품업계도 원재료 폭등과 가격 인상이 이어지며 장바구니 부담은 점점 더 악화됐으며, K-뷰티업계는 전체 산업 규모는 성장했지만, 일부 대기업의 경우 아직 그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국마저 요동치면서, 유통가는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련을 보내고 있다. 올한해 유통업계를 강타했던 주요 이슈를 복기하며, 내년에 한단계 성장하기 위한 방향성에 대해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김민주 기자] 올해 식품업계는 국가 간 협력이 약화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20년 영화 기생충에서 나온 '짜파구리'로 시작된 K-푸드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최근엔 흑백요리사 열풍을 타고 세계 시장을 달구고 있다.
K-라면(푸드) 흥행몰이...'세계인을 매료시킨 한국인의 맛'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농식품(K-Food) 수출 누적액(잠정)은 11월말 기준, 전년 (83억7000만 달러) 대비 8.1% 증가한 90억5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액 상위 품목인 라면, 과자, 음료, 쌀 가공식품류 등의 경우 모두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출액이 가장 많은 품목은 '라면'이 차지했는데, 작년 동기대비 30.0% 증가한 11억 3840만달러(약 1조5967억원)로 K-라면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특히 전 세계 '불닭 신드롬을 일으킨 삼양식품은 식품업계 최초 7억불 수출의 영예를 안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메로나'를 필두로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 현지 판매 확대를 이어간 빙그레도 '1억불 수출의 탑'을 쌓으며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시장 다변화, 홍보·마케팅 강화를 통해 수출 확대에 지속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유통가에서는 '흑백요리사' 열기가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12부작이 막을 내리기 무섭게 업계에서는 셰프 모시기 쟁탈전에 돌입했다.
가장 화제의 인물은 재미교포 셰프 에드워드 리가 꼽힌다. 프로그램에서 한식 퓨전 요리를 하면서 보여준 그의 진정성있는 모습 덕분에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기업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풀무원, 오리온, 농심, 매일유업 등 기업들이 잇달아 브랜드 모델로 발탁하고, 자사 대표 제품의 CF활동을 펼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제로당' '글루텐프리' 경쟁...즐거운 식문화 '헬시플레저'선도
올해 식품업계는 이른바 '제로' 식품들의 향연이었다. 대체당을 활용한 '당제로' 제품부터 밀가루를 뺀 '글루텐 제로'가 이에 가세했다.
롯데웰푸드 제로 아이스크림, 오뚜기 '비밀(非)카레', CJ제일제당 '비비고 우리쌀 만두'. 식품사들은 음료, 과자, 빵, 면, 카레, 만두 등 다양한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러한 경향은 정부의 '가루쌀(분질미) 소비 촉진'방침과 비만 인구 증가에 따른 '헬시플레저(즐거운 건강관리)'라이프스타일에서 비롯됐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확산하고, 외식 문화가 변화하면서 쌀 소비가 줄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초 제3차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2028년까지 쌀가공산업을 시장 규모 17조 원, 수출 4억 달러로 2배 이상 확대안을 내놨다.
이에 국내외 식품 소비 유행을 고려한 간편, 건강, 케이-푸드, 뉴트로 등 4대 시장전략을 토대로 10대 유망품목을 육성해 2027년까지 수입 밀가루 수요의 10%(20만 톤)을 가루쌀로 전환할 계획이다.
가격 인상 '속속', 주머니 사정은 '팍팍'
지난 4·10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물가 안정을 위한 가격 인상 통제를 받아왔던 식품업계는 3분기부터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고물가 상황에 원재료비 상승을 감내하며 가격 인상분을 흡수해 오던 식품기업들은 부담에 못 이겨 가공식품부터 음료까지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배추 가격과 커피 원두 코코아 가격 상승은 김치, 초콜릿 커피 등 식품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김의 경우 올해 역대 최고 수출 실적(약 10억달러)이 예상된다. 다만, 김의 원재료인 원초가격이 급등한데다, 국내 공급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내 김 가격은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 37개 생활필수품 중 23개 품목 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4.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품목별 가격 상승률은 맛김(19.4%), 고추장(12.4%), 설탕(9.4%), 간장(7.0%), 우유(5.6%) 순이었다. 이 기조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400원대로 높아진 환율 상승으로 '설상가상'의 상황에 직면하게 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