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보수 7960만원·시급 최대 21만원...견제 기능 약화 지적  
금융당국, 이사회 독립성 강화 요구...외부 감시 도입 필요성 

4대 금융지주 본사. (사진=각 사)
4대 금융지주 본사. (사진=각 사)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를 교체하며 이사회 개편에 나섰다. 그러나 반복된 '거수기 논란'을 불식하고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상정된 161건의 안건은 모두 찬성으로 통과됐으며 단 한 건의 반대표도 나오지 않았다. 연간 평균 8000만원의 보수를 받는 사외이사들이 경영진 감시라는 본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평균 7960만원 보수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1명은 지난해 평균 796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 중 KB금융 사외이사가 평균 92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금융 8000만원, 신한금융 7800만원, 하나금융 7000만원 순이었다.

사외이사들은 기본급 외에도 이사회와 위원회 참석에 따라 추가 수당을 받는다. 지난해 금융지주의 업무 증가로 이사회 개최 횟수가 늘어나면서 사외이사들의 연간 보수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69회에서 72회로, 하나금융은 58회에서 63회로 증가했다. KB금융만 유일하게 73회에서 65회로 감소했다.

사외이사들의 실제 이사회 참석 횟수를 기준으로 시급을 환산하면 KB금융이 21만4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하나금융 20만3000원, 우리금융 19만8000원, 신한금융 17만9000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보수를 받는 사외이사들이 정작 이사회에서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는 단 한 건의 반대표도 나오지 않았다. 주요 안건으로 경영계획, 예산, 배당, 채권 발행, 내부 규정 개정 등이 상정됐지만 모든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의견을 제시했으나 결정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신한금융의 경우 사외이사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를 우려해 모니터링 강화를 요청했고 하나금융 사외이사들은 자본비율 관리 강화를 촉구했다. 반면 KB금융과 우리금융에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금융당국 압박 속 ICT·AI 전문가 영입


금융당국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역할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소집해 이사회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도록 주문했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감사위원회와 위험관리위원회 개최 횟수를 늘렸고 소비자 보호 점검을 분기별로 실시하도록 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전관예우를 지양하고 외부 전문가를 포함하는 '인선자문단'을 도입했다.

이달 말 열리는 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 교체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기존의 금융 관료 출신보다는 ICT, 회계,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를 추천했다. 신한금융은 일본 금융권 출신 전묘상 일본 스마트뉴스 경영기획부문장과 AI·빅데이터 전문가 양인집 어니컴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우리금융은 기존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상대적으로 변화를 최소화했으며 새로 추천된 서영숙 후보는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알려졌다.


셀프평가 지적도 


금융지주사들이 사외이사를 내부 평가 방식으로 선정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의 역할과 기여도를 자체 평가해 등급을 매기고 있지만 평가 방식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금융권에서 26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최우수'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지주는 동료 평가 방식으로 사외이사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다면 평가 방식을 도입했지만 외부 기관의 개입이 제한적이다. DGB금융과 BNK금융만이 일부 외부 평가를 반영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금융지주는 내부 인력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실정이다.

금융지주들의 사외이사 교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구성을 다변화한다고 해서 경영진과의 유착 구조가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구조적 개편 없이는 거수기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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