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한국도로교통공단 주최
제45회 장애인의 날 앞두고 마포구서 행사 진행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곧 빨간불입니다. 천천히 가세요. 엑셀 밟으시면 안 돼요"
18일 오후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제45회 '장애인의 날'을 이틀 앞두고 서울시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운전 체험 행사 '도전에 시동을 걸다'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청년층에서 중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각장애인 7명이 참여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2종 운전면허는 두 눈을 동시에 뜨고 잰 시력이 0.5 이상이어야 한다. 한쪽 눈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쪽 눈의 시력이 0.6 이상이면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다. 대다수 시각장애인들은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
평소 운전대를 잡을 기회가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과 도로교통공단이 나서서 특별한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해당 행사는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과 10월 15일 시각장애인의 권익을 위한 '흰 지팡이의 날'에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본격적으로 운전을 하기에 앞서 시뮬레이터카를 통해 연습을 했다. 서부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들의 지도 하에 예행 연습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시동을 걸자 '부르릉' 하는 소리가 차체에 울렸다. 핸들을 잡은 양팔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시뮬레이션 화면은 여느 초보 운전자들과 마찬가지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실격' 문구가 화면에 수시로 떴다. 참가자들은 양 팔을 바쁘게 움직이며 제자리를 찾으려고 했다. 실제 도로였다면 대형 사고가 발생했겠지만, 현장에서는 비명 대신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연습 시간이 길어지면서 참가자들은 차차 운전면허 시뮬레이션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곧 빨간불이니 천천히 가라", "엑셀을 밟지 말고 떼라" 등 전문가들의 자세한 지시에 따라 참여자들의 손과 발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행사에 참가한 김익환 씨는 <뉴스포스트>에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지만, 차는 옆에 타보기만 했지 실제로 운전을 해본 적이 없다"며 "'직접 운전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 신청을 했는데, 운 좋게 체험을 할 수 있게 됐다. 게임보다 실감 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카를 통해 운전 연습을 마친 참가자들은 외부에 있는 기능시험장으로 향했다. 실제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 전문가들이 조수석에 앉아 참가자들을 지도했다.
참가자들은 직진과 좌·우회전을 하면서 기능시험장을 수바퀴를 돌았다. 직진 구간에서는 시속 4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도왔다. 운전을 마친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참가자 한소율 씨는 "러닝머신을 탈 때와 직접 달리기가 느낌이 다른 것처럼 시뮬레이션 연습과 실제 운전은 차이가 있었다"며 "실제로 운전을 하는 것이 좀 더 재미있다.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