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53조·순익 4000억...생보 5위권 진입
ABL 건전성 부담 여전...통합·재매각 저울질
임종룡 연임 가능성 '청신호'...증권 M&A도 주목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우리금융그룹)​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며 생보업 진출의 물꼬를 텄다. 은행 중심의 사업 구조를 넘어 증권과 보험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전환에 시동을 건 것이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획득한 이번 거래는 총 1조5493억원 규모로, 합병 시 자산 53조2427억원에 이르는 대형 생보사의 탄생이 예고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인수한 동양생명(75.34%)과 ABL생명(100%)의 작년 합산 순익은 4150억원으로 농협생명(2461억원)을 웃돈다. 단순 합산 자산은 53조원대에 달해 업계 5위 수준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선제적 충당금 적립으로 향후 건전성 대응능력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도 유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분율 감안 시 2개사 순이익은 약 3385억원으로 우리금융 지배 순익의 11%에 해당한다"며 "염가매수차익 약 7000억원도 주주환원 여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은행 비중 확대는 실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올해 1분기 우리금융 순익은 6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 줄며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한 감소를 기록했다. 명예퇴직비용과 투자성 비용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보험 인수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이뤄지면 실적 변동성 완화 효과도 기대된다.


K-ICS·CSM 등 건전성 지표는 '아킬레스건'


다만 두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IFRS17 기준 보험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은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 2조6711억원, ABL생명 8695억원으로 신한라이프(7조2268억원), 농협생명(4조5915억원) 대비 낮은 수준이다.

지급여력비율(K-ICS)은 동양생명 155.5%, ABL생명 111.8%(경과조치 전 기준)로, ABL은 금융당국 권고치(130%)를 밑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 동양생명은 5억달러 규모 해외 후순위채를, ABL은 1500억원 후순위채를 각각 발행한 바 있다.


조직 융합 최대 과제로


양사의 통합은 향후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7월 두 보험사의 주총을 열고 새 경영진을 선임한 뒤 '우리라이프(가칭)'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가 동양생명 수장으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 전 대표는 과거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 경험이 있다. ABL생명에는 외부 생보업계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통합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양사 노동조합은 고용 보장과 매각에 따른 보상 방안을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직원 수는 약 1639명으로, 농협생명(1155명)보다 약 500명 많다. 업계에서는 통합 시 약 700명 수준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금융은 CEO 주재의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 결속을 꾀하는 한편, 전산 시스템 및 리스크 관리 체계 통합도 병행할 계획이다.

통합 시너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건전성 이슈가 장기화될 경우 ABL생명의 재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우리금융은 과거 ABL자산운용을 동양자산운용과 함께 인수한 뒤 합병 시너지가 낮다고 판단해 ABL자산운용을 별도로 매각한 전례가 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한국금융지주 등 일부 증권계 자본이 ABL생명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낮은 K-ICS 비율과 고금리 역마진 상품이 ABL생명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전략적 판단에 따라 향후 구조조정 또는 매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임종룡 연임 가시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이번 인수는 임종룡 회장의 리더십에도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임기 핵심 과제를 마무리하면서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연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보험사 통합 성과, 우리금융 전반의 실적 흐름, 정치적 변수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증권 M&A 여부도 주목된다. 우리금융은 최근 우리투자증권의 본인가를 받으며 초대형 IB 도전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현재는 동양·ABL생명의 완전한 통합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100%)이 낮아 자본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보험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각화하면 은행 의존도도 8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외형 확대를 넘어 내부 결속과 건전성 개선이라는 이중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