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등장에…진옥동·임종룡·양종희 연임 향배 주목
신한·KB·우리 각사 사정 달라…리더십 검증 방식도 분화
내부통제·지배구조·과거 리스크 등 '지주별 숙제' 부각
금융당국 개편 급물살…지주사 인사에도 직접적 영향 전망

(왼쪽부터)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지주 회장단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됐던 금융권 인사 교체 흐름이 이번에도 이어질지, 혹은 실적과 연속성을 중시하는 인사 기조가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같은 해 11월 임기가 종료된다. 통상 회장 선임 절차는 임기 만료 3~4개월 전부터 시작되는 만큼 신한·우리금융은 연말부터, KB금융은 내년 중반께 본격적인 후속 인선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회장 모두 2023년 취임한 첫 임기 회장으로, 공교롭게도 모두 호남 출신이다. 진 회장은 전북 임실, 임 회장은 전남 보성, 양 회장은 전주 출신이다. 정권과 지역적 기반이 맞물리면서 관치 논란을 완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첫 임기 회장단…정무보다 실적에 무게 실릴까


이번 연임 논의의 핵심은 정무적 고려보다 실질 성과와 제도적 정합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세 회장 모두 첫 임기를 수행 중이며 금융권에선 3년만으로는 그룹 전략을 안착시키기에 부족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 장기 연임 회장을 둘러싼 피로감이나 교체 압력이 작용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경영 성과와 리더십이 보다 직접적인 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최근 '지배구조 모범 관행' 개정을 통해 CEO 연임 절차의 투명성과 객관성 강화를 예고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사회 중심의 후보 추천, 외부 위원 참여 확대, 회장 자격 요건 명문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정안을 예고한 상태다. 이는 과거처럼 불투명한 외풍 개입 논란을 줄이고 내부 승계 체계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돼온 '인사 회오리'를 끊고 제도 기반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선 원칙이 실질성과 시스템에 기반을 두는지 여부가 관치 논란 종식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각기 다른 '복합 변수' 앞에 선 세 지주


세 회장은 모두 같은 시기에 취임했지만 각 지주가 직면한 상황과 리스크 환경은 상이하다. 이번 연임 판단은 단순 비교보다 각 사별 정합성과 대응 역량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전략을 통해 체질 개선에 주력하며 지난해 순이익 4조5175억원을 기록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신한투자증권의 선물거래 손실(약 1300억원), 은행과 자산신탁 부문에서의 금융사고로 내부통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진 회장은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감사 독립성 강화 등 구조적 개선 조치를 내놓으며 금감원의 정기검사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거친 정통 관료 출신으로, 취임 이후 조직 안정과 대외 신뢰 회복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자회사에서 발생한 1000억원대 신용장 사기 사건, 손태승 전 회장 시절 불거졌던 부당대출 논란 등 과거 리스크 이슈가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비은행 부문 실적 기여도를 40%까지 끌어올리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해왔다. KB손해보험과 KB증권 등 주요 계열사의 고른 실적은 그룹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내부 지배구조 정비와 차기 리더십 육성 과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정무냐 실적이냐' 갈림길


이한주(왼쪽 세번째)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출범 현판 제막식에서 참석자들과 제막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한주(왼쪽 세번째)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출범 현판 제막식에서 참석자들과 제막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회장단 연임 논의는 금융지주 내부 요인뿐 아니라 금융당국 조직 개편 움직임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지난 16일 출범한 국정기획위원회에는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 오기형·김병욱 전·현직 의원 등 금융개혁 성향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금융위원회 해체, 감독 기능 이원화 등 구조적 개편을 주장해온 인물들로,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금감원을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중심의 이원 체계로 재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여권 내에서도 해당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과거와 달리 실제 조직개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 개편 논의는 금융기관 수장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감독원장과 산업은행장 자리가 현재 공석이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수출입은행장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금융 리더십 공백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 인선이 정치적 변수에 흔들리면 조직 안정성과 중장기 전략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내부 승계 원칙과 실적 중심의 리더십 평가가 자리 잡으면서 정권 교체에 따른 일괄 교체보다는 개별 경영성과와 조직 정합성을 따지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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