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oRWA 내세운 KB...윤리 내재화 강조한 신한
우리금융 "환골탈태"...하나는 비은행 확장에 무게  
지배구조법 개정 따라 4대 지주 모두 내부통제위 신설

(왼쪽부터)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각 사)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2025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회장들이 일제히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 '내부통제 강화',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확장'을 올해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위기 대응과 체질 개선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각 그룹이 내세운 접근 방식은 리더십 성향과 그룹별 경영 환경에 따라 온도차를 드러냈다.


양종희 "기술 중심 혁신"...진옥동 "질적 성장 기반 밸류업"


KB금융 양종희 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1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혁신'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디지털 기술을 통한 고객경험 개선과 경영 효율성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 양 회장은 "앞으로의 10년은 이전 10년보다 훨씬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발전에 빠르게 대응해 확실한 성공사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양 회장은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본 효율성 지표인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을 기준으로 그룹 전략을 전환하고 자산 건전성 관리에도 주력하겠다고 했다.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은 같은 날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2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질적 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진 회장은 "올해는 밸류업의 실질적 원년"이라며, ROE 10%,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핵심 지표로 제시했다. 

또한 진 회장은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과 고객 편의성 제고, 스캔들 제로(zero)"를 아젠다로 꼽고 내부통제 시스템과 교육 체계를 동시에 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밸류업은 단기 실적보다 장기 신뢰 확보에 방점을 둔 접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임종룡 "환골탈태" 강조...함영주 "비은행 중심 확장"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은 26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뢰 회복과 내부통제 정비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지난해 불거진 부당대출 사태로 조직 신뢰에 타격을 입은 만큼, 임 회장은 "그룹 전 임직원이 환골탈태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신뢰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사회 내 윤리·내부통제위원회 신설, 비상경영체제 전환 등 조직 전반의 쇄신 작업을 예고했다. 동시에 우리은행 중심의 이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회사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 다변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연임에 성공한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2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민첩함'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비은행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대와 기술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함 회장은 "한정된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고 손님과 현장 중심의 조직문화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내부통제 공통 강조...실행 수위엔 온도차 


이번 주총에서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는 2024년 개정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 이사회가 내부통제 정책을 수립하고 감독할 책임을 명확히 한 데 따른 것이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모두 관련 정관 변경 안건을 주총에서 의결했고 내부통제위원회를 통해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도 내부통제위원회 신설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하고 위원회 활동 강화를 위해 서영숙 전 SC제일은행 전무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내부통제 강화 전략의 수위는 그룹별로 차이를 보였다. 우리금융은 전년도 부당대출 사태 이후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가장 강도 높은 쇄신안을 내놓았다. 내부통제 시스템 전면 재정비, 비상경영체제 운영, 감사위원회 재편, 윤리위원회 신설 등이 포함됐다.  

신한금융은 기존 아젠다에 '윤리 내재화'와 '모니터링 체계 정비'를 명확히 추가하며 실효성 중심 통제 시스템 확립에 초점을 맞췄다. KB금융은 데이터 기반 인력관리와 사전 리스크 감지 체계를 중심으로, 보다 정교하고 시스템화된 통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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