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순익 88% 은행 집중…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동
M&A 대신 계열사 내실 성장…수익 구조 전환 속도
카드 '트래블'·증권 IB 딜 확대·생명 요양사업 진출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은행 의존' 탈피를 위한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1분기 순이익의 88%를 하나은행이 책임지는 등 수익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증권·카드·생명을 중심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자본 건전성과 주주환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계열사별 본업 경쟁력 제고와 수익 기반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전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올해 1분기 연결 순이익은 1조1300억원이며 이 중 하나은행이 9929억원을 벌어 88%를 책임졌다. 같은 기간 KB금융의 비은행 기여도는 42%, 신한금융은 29.1%다. 하나금융은 2027년까지 비은행 순익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자본 건전성을 우선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반영하듯 하나금융의 CET1 비율은 1분기 기준 13.23%, 이중레버리지는 120.5%로 금융당국 권고치에 근접해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 하락이 외화환산익 증가로 이어질 경우 CET1 방어에 유리하며 이는 주주환원 여력을 높이는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BNK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화환산이익이 약 1000억원 규모로, 2분기 비이자이익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BNK투자증권은 하나금융이 2분기에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연결 지배주주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1조1024억원으로 예상되며 2025년 연간 기준으로는 8.4% 늘어난 4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카드 '트래블' 돌풍…생명은 요양시장 공략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는 하나카드가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냈다. 하나카드는 여행 특화 서비스 '트래블로그'를 앞세워 올해 1분기 순이익 5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44.6% 증가했고 체크카드 순증 60만장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 직불·체크카드 결제액 점유율은 44.9%에 달했다. 28개월 연속 시장 점유율 1위다.
하나증권은 1분기 753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전년 흑자 전환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해 말 RWA는 35조4000억원으로 KB증권, 신한투자증권과 유사한 수준이나, 순이익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룹은 PF 리스크를 줄이고 IB 전통 딜 확대로 RoRWA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자산운용 부문도 변화를 맞이했다. 하나자산운용과 하나대체투자운용이 통합되며 AUM 50조원 규모의 '10위권 운용사'로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지주 직속 자회사로 승격하면서 그룹 차원의 투자 전략 일원화도 병행 중이다.
생보 계열사인 하나생명은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라는 시니어 요양법인을 설립하고 도심형 요양시설 사업에 진출했다. 단순 보험 판매를 넘어 은퇴 이후 삶의 질 전반에 접근하려는 시도다. 같은 브랜드 아래 하나은행은 생명보험청구권신탁, 하나손보는 치매특화 보험, 자산운용사에서는 생애주기형 펀드까지 출시했다. 하나금융은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산 신탁, 보험, 투자상품을 연계한 통합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시니어를 위한 라운지도 전국 단위로 확대되고 있다.
주주환원·ESG까지…체질 개선 속도
저평가 지표 개선을 위한 밸류업도 본격화된다. 26일 기준 하나금융의 PBR은 약 0.5배 수준으로, 여전히 순자산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연초 'PBR 1배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며 이를 위해 주주환원율을 2027년까지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자사주 3970억원을 매입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올해도 상반기 4000억원과 530억원 자사주 매입 계획이 공개됐다. 하반기 추가 집행 가능성도 열려 있다. BNK투자증권은 올해 총주주환원율이 45%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며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일부 소각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평가했다.
ROE 역시 개선세다. 1분기 ROE는 9.0%를 상회했고 일반관리비는 명예퇴직비용 제외 시 3.3% 감소했다. 대손비용률도 0.29%로 업권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ROE가 9.6%에 달함에도 PBR이 0.5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상대적인 저평가 매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ESG 측면에서도 하나금융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하나 임팩트 펀드'는 누적 100억원을 소셜벤처에 투자했고 후속 투자 유치는 330억원 이상이다. 청년·장애인 고용, 친환경·지역경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ESG 생태계와 수익 모델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다.
함 회장은 "비은행 부문 확대는 단순한 실적 분산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 전략"이라며 "14개 계열사가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