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의존도 90%…비은행 기여도는 과제
하나캐피탈·증권 부진…대체자산 손실도 겹쳐
2027년 '비은행 30%' 목표 현실성 도마 위에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 2조301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 뒤로 비은행 부문은 부진을 면치 못하며 포트폴리오 균형 전략에도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은행 수익 의존도가 다시 90%를 넘어서며 중장기 수익구조 재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올해 상반기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12%로 집계됐다. 이는 KB금융(39%)이나 신한금융(30.3%)과 비교하면 뚜렷하게 낮은 수준이다. 6.9%에 그친 우리금융보다는 앞섰지만 여전히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특히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통해 하반기 비은행 기여도 반등이 예상되는 만큼, 하나금융의 상대적 열위가 더욱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줄줄이 하락한 계열사 실적
하나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상반기 2조85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한 데 반해, 대부분의 비은행 계열사들은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특히 하나캐피탈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49억원으로 전년 대비 86.5% 급감하며 계열사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해외 대체자산 손실 영향으로 순이익이 18.6% 줄어든 1068억원에 그쳤고 하나카드도 1102억원으로 5.5% 감소했다. 하나자산신탁의 순이익은 310억원으로 14.8% 줄었고 하나저축은행은 231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나생명만이 순이익 142억원으로 54.1% 증가했지만 전체 그룹 내 기여도는 7%에 불과해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하나캐피탈과 하나증권의 동반 부진은 그룹 수익구조 다변화 전략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나증권은 상반기 매매평가손실만 1088억원에 달했으며 증권사의 대표 수익원인 IPO 주관 실적은 '0'건에 그쳤다. 예비심사 신청 기업도 두 곳에 불과해 2023년과 2024년 각각 9건씩 주관한 과거와 비교해도 실적 위축이 두드러진다.
실적 성장 이면의 착시…건전성 악화도 부담
하나금융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1조3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 유가증권과 외환파생 관련 트레이딩 실적 증가로 매매평가익은 8265억원으로 28.1% 늘었고 퇴직연금·방카슈랑스 중심의 수수료이익도 1조804억원으로 4.6%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분은 대부분 하나은행에서 발생한 것으로, 그룹 내 비이자이익의 실질적인 다변화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이자이익이 늘어났음에도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오히려 줄었고 그룹 포트폴리오의 내구성 역시 강화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적 착시'에 가깝다는 평가다. 수익 구조의 균형이 여전히 이자이익과 은행 중심에 치우쳐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건전성 지표도 악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75%로 전분기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고 연체율은 0.59%로 전분기와 같았지만 연말 목표 수준에 이미 근접했다. 충당금 적립 등으로 리스크를 흡수할 수는 있지만 하반기에도 일정 수준의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M&A 없는 체질 개선 가능할까
하나금융은 비은행 기여도를 2027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인수합병(M&A)이 아닌 기존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통한 '질적 성장'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함영주 회장 역시 여러 차례 외형 확장을 위한 M&A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이익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계열사 내부 역량만으로 유의미한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타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 안팎에선 하나금융의 성장 전략에 보다 유연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무리한 외형 확장 대신 질적 성장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계열사 대부분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고 수익 구조가 은행 중심으로 지나치게 쏠린 상황에선 그룹 전체의 ROE 방어에도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흐름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실질적 다변화를 위한 실행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본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