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2.44%…카드사 중 두 번째로 높아
대환대출 비중도 높아 '돌려막기' 우려 커져
DSR 3단계 임박…카드론 중심 전략 시험대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하나카드가 연체율 급등과 카드론 의존 심화라는 이중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본업인 신용판매가 위축된 가운데 고금리 대출 중심의 전략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오는 7월 시행되는 DSR 3단계 규제가 건전성 부담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연체율 금융위기 후 최고…대환대출 의존도↑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하나카드의 실질 연체율은 2.44%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업계 평균인 1.93%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통상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2%를 넘긴 수치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1.65%)와 현대카드(1.71%)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한 것과 대조된다. 현재 하나카드는 우리카드(2.6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연체율을 기록 중이며 이는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대환대출 비중이다. 하나카드의 대환대출 비중은 0.29%로 우리카드(0.75%)에 이어 업계에서 높은 편이다. 반면 신한카드와 현대카드는 각각 0.1%대에 머물고 있다. 대환대출은 기존 카드론의 연체를 신규 카드론으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단기적으로는 연체율 관리에 도움을 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건전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돌려막기' 형태의 대환대출이 반복되면 상환 여력이 낮은 차주가 늘어나 연체율 상승 위험이 커진다. 업계에서는 연체율이 2%를 초과한 카드사들 대부분이 대환대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단기 연체율 안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잠재 부실이 쌓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본업 신용판매 수익 둔화…'카드론 의존' 심화
하나카드가 카드론 중심 전략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 둔화가 자리하고 있다. 카드사 수익의 핵심이던 가맹점 수수료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카드사 전체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5%에서 2024년 29%로 줄었다. 이는 적격비용 재산정과 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 정책 등 당국 규제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하나카드를 포함한 업계 전반에서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신한·국민·삼성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은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확대나 데이터 기반 부가서비스 강화 등으로 수익원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하나카드는 카드론 비중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하나카드의 카드론 잔액 증가율은 7.33%로, 업계 평균인 6.3%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2.31%)와 KB국민카드(–0.24%) 등이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하나카드는 대출 중심의 성장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수익 구조의 대출 편중 현상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카드론 수익은 카드업계 전반에서 여전히 증가세다. 지난해 8개 카드사의 카드론 수익은 총 5조9억원으로, 2020년(4조1025억원) 대비 약 1조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연 10%를 넘는 고금리 구조 속에서 차입 수요가 확대되면서 상환 여력이 취약한 차주의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은 건전성 리스크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하나카드 역시 카드론 확대와 함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동반 상승하며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DSR 3단계 임박…'연체율+카드론' 이중 리스크
오는 7월부터 전 금융권에 '스트레스 DSR 3단계'가 본격 도입되면서 카드업계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규제는 모든 가계대출에 스트레스 금리 1.50%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기존에는 은행 및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됐지만 이제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까지 포함된다. 이에 따라 카드론 비중이 높은 카드사일수록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하나카드는 현재 카드론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 카드사로 이번 규제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유사한 구조를 유지해온 우리카드는 연체율이 2.62%까지 치솟으며 건전성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반면 신한·삼성카드 등은 리볼빙 서비스와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금융상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있다. 하나카드가 기존 전략을 유지할 경우 연체율 추가 상승과 같은 부정적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드업계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카드론 금리를 쉽게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당국의 규제 강화까지 더해지면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단순한 연체율 악화를 넘어 자본비율 저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하나카드 관계자는 "DSR 3단계 시행으로 카드론 한도가 소폭 줄어들 전망이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량 차주 확보와 고위험 차주 관리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실 자산 상매각과 다중채무 방지 등 심사요건을 정교화해 자산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