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순이익 늘었지만 IB 외 사업 기여도 낮아
하나증권, 해외대체투자 손실에 이익 20% 감소
상반기 1위·10위 영업이익 격차 1조원 넘어서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는 전반적인 호조세를 보였지만 이른바 '10대 대형 증권사' 내부에서는 실적 온도차가 확연했다. 특히 하나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성장세가 둔화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외형상 대형사로 분류되지만 자본 규모와 실제 사업 성과 사이의 간극이 더욱 벌어진 셈이다.
실적 양극화…상위권 독주 체제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5조48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순이익 총계는 4조4858억원으로 22%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상반기 영업이익 1조1479억원, 순이익 1조252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최초로 반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10대 증권사 영업이익의 약 21%, 순이익의 약 25%를 한국투자증권 한 곳이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영업이익 6110억원, 순이익 4651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8466억원, 73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위탁매매와 채권운용, 자산관리 부문에서 고르게 성과를 내며 순이익 5672억원을 올렸다.
영업익 줄고 적자까지
메리츠증권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44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6% 감소했다. 순이익은 4435억원으로 약 20% 증가했지만 단기 영업실적으로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를 '정통 IB 강화 원년'으로 삼고 구조화 금융 위주의 기존 사업에서 주식·채권 발행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IB 외 수익기여도는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B 부문 순영업수익은 2102억원으로 전년보다 13.3% 증가했지만, NH투자증권(2378억원)이나 한국투자증권(2871억원)과 비교하면 성장 폭은 제한적이었다. SK이노베이션 LNG 자산 유동화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등 대형 딜을 일부 확보했지만 본격적인 체질 전환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나증권은 더 뚜렷한 부진을 보였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6%, 순이익은 20% 각각 감소했다. 특히 2분기 영업순수익은 전 분기 대비 1169억원 줄었고, 순이익은 501억원에 그쳤다.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자산 가치 하락으로 상품운용 수지가 악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IB 부문에서도 279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에 부담을 더했다.
상반기 기준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의 영업이익 격차는 1조29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658억원 대비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IB 한계 드러나…포트폴리오 리셋 필요
업계에서는 자기자본보다 사업 전략과 포트폴리오 구성이 실적을 가른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업공개(IPO) 비중을 줄이고 커버리지 기반의 IB 딜과 발행어음 중심 자금조달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NH투자증권은 공개매수와 인수금융을 결합한 '패키지딜' 전략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키움증권은 위탁매매와 채권운용 중심 수익 포트폴리오로 실적을 방어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상품운용 수지 회복에 힘입어 반등세를 이어갔다.
반면 하나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상대적으로 특정 사업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로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를 드러냈다. 하나증권은 해외 대체자산 평가손실로 상품운용 수지가 악화됐고 IB 부문도 적자를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은 구조화금융 위주의 기존 전략에서 전통 IB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성과 가시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두 회사 모두 실질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메리츠증권은 구조화금융에 강점을 지닌 만큼 ECM·DCM 등 전통 IB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자산관리·운용 부문을 보완해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도 구조화 투자에 편중되기보다 인수금융이나 모험자본 등으로 분산해 리스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하나증권은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 축소와 함께 리스크 관리 체계 재정비, IB 부문 정상화 등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그룹 차원의 협업을 통해 보수적 딜 중심의 IB 전략과 디지털 자산관리 경쟁력 확보가 중장기 실적 회복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