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대성 칼럼니스트] 현재 기업경영은 수요처 개발도 중요하지만 선수가 많은 현대사회는 어느새 공급과잉으로 경영난을 겪게 된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다수의 경영자는 수요처 개발보다 더욱더 근본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즉 다른 조직보다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 분야에서 사업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고스란히 직장인의 경력관리의 참고서가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근로자의 경력관리는 경영자의 경영관리 속에서 기회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력자 구인공고를 보면 '업종무관'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원인은 다양한 이유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4차 산업기반기술의 발전이 전체 업종, 전체 직종에서 동일하게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 명의 경력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해결능력이 업종무관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시대로서 보편적인 경력관리는 직무에서 경쟁력을 찾았던 시대에서 '어떠한 문제에 대해 장기적으로 대응이 가능한가'로 변화되어 이제 개인의 진로는 문제해결에 대하여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감안. 업종과 직무를 선택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하이브리드 경력관리(Hybrid Career Management)의 중요성>
IT개발 전문가가 인적자원관리(HR) 영역에서 '피플 애널리틱스'를 다루거나 기업금융 전문가가 데이터 매니지먼트를 통해 리스크 전문가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Hybrid) 기반의 경력관리 기법은 단기적으로는 진입 장벽이 낮지 않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경력관리 기법으로 작용한다. 이제는 진로상의 경력 조정이 중요한 시대로서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종과 직무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경력(Hybrid Career)'으로 경력관리의 기회를 다잡아야 하는 시대이다.
<리스킬링(Reskilling)'이 아닌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으로>
이렇게 상황이 변하자 요즘 '몇 년 버틸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경력의 유통기한이 짧아진 결과이다. 인공지능·로봇 자동화·빅블러(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온라인가속화·디지털 전환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는 직무·전공·경력·논문·자격증·기술 등 이른바 전문성의 유통기한을 단축시키고 있다. 과거의 경력전환은 대부분 기술 습득 중심이었다. 새로운 일과 산업에 맞는 스킬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리스킬링(Reskilling)'이 아닌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으로 변해야 한다. 즉 '나는 단순히 어떤 직무에 적합한 사람인가?'가 아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은 어떤 업종과 어떤 직무에 적합한가?'를 중심으로 구직·경력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이 불신하는 한국의 교육>
이러한 변화에 가장 우려되는 분야가 교육이다. 가상세계·빅블러·플랫폼에서 그리고 전통적인 제조·유통·서비스에 4차 산업기반기술이 더해져 새로운 기술과 업종이 쏟아지고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새로운 기술 하나가 새로운 업종 하나가 된다. 즉 기술과 업종의 변환주기가 빠르다 보니 이를 서포트하기 위한 인프라 산업 즉 반도체, 유틸리티, 에너지, 건설, 소자, 물류 등의 기술이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고 있다.
현재 한국이 시행 중인 국가직무수행능력표준(NCS)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이러한 거대한 변화 앞에서 진로가 없는 다수의 학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NCS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NCS 제도는 장점이 많지만 진로가 흐린 대다수의 학생과 직장인이 직무수행에 따른 충성도를 이끌어 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Bio + IT + Nano를 합친 바이오닉스와 신경인터페이스. 그리고 물리 + 컴퓨터과학 + 재료를 합한 양자컴퓨터, 나노소재 개발처럼 모든 산업과 기술의 토대인 기초과학마저 응용과학과의 경계가 약화되고 있으며 학문 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다학제 융합 연구가 표준화되고 있다. 즉 산업이 변하니 강의실도 변하는 중이다. 이렇듯 진로가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교육을 하면 학생 및 교수자 모두가 얼마나 동기부여 되겠는가? 그러나 진로가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교육기관 또한 이런저런 방법을 실행하다 보니 교직원 모두가 나날이 지쳐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가령 대학에서 교육 시스템을 아무리 정비해도 의대 입시를 위해 재수, 삼수, 자퇴를 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보았듯이 고득점 학생들이 고소득에 해당되는 극소수의 직업과 학과에 집착하는 모습은 입시와 수능이라는 거대한 그늘에 가려진 진로교육이 설자리가 없어진 결과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학생이 아닌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에 집착한 결과 학생·학부모·선생님·교수·구직자·기업인 모두가 불만하고 있다. 바쁜 학부모 또한 멀리 보지 못하는 행정·정치인의 부재로 자녀 진로교육에 대한 우선순위와 원칙이 상실되고 있다.
미래의 노동자인 청년의 미래는 각자 스스로가 미래의 직업적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자 기성세대의 임무이다. 이 시스템이 해결되기 전까지 한국사회는 극심한 교육불신·입시불안·고용불안은 피할 방법이 없다.
<속 타는 기업>
교육이 이러하니 기업은 난처하다. 학교는 학생이 졸업을 해서 떠나가지만 그 학생을 떠안는 조직은 기업이다. 현재 사업은 단 한 개의 기술로 국한되는 영역이 없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이 겹치고 여기에 직무수행에 필요한 스킬과 지식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어떤 경험과 능력이 있는 선수를 모으고 역할을 부여해야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팀을 꾸릴 수 있는지! 사내 모든 구성원의 이력을 검토하고 재배치해도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대학과의 협력으로 계약학과와 산학협력을 한 들 뾰족한 묘수가 없고 대학 또한 자율전공학부제로 입학 초기에 다양한 강의를 수강한 후 전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애를 쓰고 있지만 제때 필요한 인재를 채용해서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교육에 대한 불신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어떤 기술에서 어떤 문제를 푸는 인재를 찾기는커녕 기업의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면접자를 대상으로 오늘도 내일도 허탈한 면접은 끝도 없이 진행 중이다.
<보편적인 역량의 변화>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진로는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가? 필자가 학회·저서·칼럼에서 꾸준히 강조해 온 직무의 몰락은 진로의 부흥을 야기한다. 또한 직업적 진로는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술에 의해서 진로의 유형이 존재하게 되며 진로의 보편적인 역량을 통해 유지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진로의 보편적인 역량은 무엇인가? 4차 산업 기반기술에 대한 신속하고도 탄탄한 체험과 실습. 그리고 수시로 변하고 있는 관심 업종의 주요 기술에 대한 평생학습만이 개인의 진로와 역량을 설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제 이러한 대응이 부족한 개인·교육기관·기업은 언제 망해도 이상할 게 없는 세상이 됐다.
이제 어떤 문제를 푸는가에 대한 것은 하나의 전공과 하나의 직무 그리고 해당 분야의 경력으로만 얻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4차 산업 기반기술에 대한 탄탄한 이해도 위에서 관심 있는 문제분야에 대해 꾸준한 관찰을 통해 해당 문제에 대한 역량을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야 접근과 해결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일시적인, 암기위주, 급하게, 대충대충, 단순 비교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작금의 세상이 너무 똑똑한 세상이 돼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