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주경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국토교통부 측에서 발표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 원인과 관련해 재차 머리를 숙였다. 국토부가 직권으로 영업정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안전 관리 시스템 근본부터 재점검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공식 사과문 발표…안전 관리 시스템 재점검
현대엔지니어링은 주우정 대표이사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안전 관리 시스템을 근본부터 재점검해 실질적 개선과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이상 단발성이나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내부 구성원과 외부 전문가의 고견을 충실히 경청하며 점검과 개선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회사는 이번 사고의 중대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면서 "저를 포함한 임직원들은 안전이 단지 법과 규정을 지켰다는 것만으로 완성될 수 없는 만큼 한 사람의 생명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끊임없이 고민하겠다. 앞으로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는 믿음과 각오로 안전과 품질 나아가 환경을 최우선에 두고 모든 업무를 실행하려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회사와 임직원 모두가 함께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엔지니어링 고유의 철학과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향하는 근본적인 가치를 다시 세우고 그에 맞는 업무 수행 원칙을 명확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사조위, 19일 '사고 결과' 발표 …"직접적인 원인은 스크류 임의해체 "
앞서 지난 19일 국토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사조위는 긴급 현장 조사와 관계자 청문회·CCTV 분석·3D 구조해석을 종합 검토한 결과,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는 작업 편의를 이유로 교각 위 가로 상판 '거더'의 임시 고정 장치인 72개의 전도방지시설(스크류잭)을 임의적으로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도방지 와이어까지 해체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안전인증 기준을 무시한 장비를 무단 운용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당초 이 현장에는 내진성능이 우수한 양방향 면진받침 위에 거더를 직접 올려둔 상태였다. 가로보 타설 전 임시 받침을 제거하면 구조적으로 극히 불안정해져 전도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공사는 임시시설 검측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도급사의 스크류잭 해체 여부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관리·감독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구조적 허점이 사고 가능성을 키운 것이다.
안전인증 무시한 장비 운용도 간접적인 문제
안전인증 무시한 장비 운용과 관리 부실도 문제다. 사고의 간접적인 원인은 장비 운용 부실에도 있다. 시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전방 이동 작업만 허용된 런처(거더 운반 장치)를 후방 이동 작업에 사용됐다.
특히나 후방이동은 교각처럼 안정적이지 않은 거더를 받쳐주면서 이동해야 하다 보니 사고 위험성이 더 크다. 유해 위험기계 등이 안전인증 기준을 벗어난 작업에 사용될 경우 법 규정에 따라 운용하면 안된다. 그럼에도 법 규정을 어긴 장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발주청과 감독기관은 안전관리계획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이다.
시공계획상 명시된 운전자와 실제 작업자가 달랐고, 사고 당일 운전자는 다른 장비 조종을 위해 현장을 이탈하는 등 전반적인 관리와 감독이 부실했다. 발주청이 임시 구조물 관리 권한을 시공사에 과도하게 맡기면서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중대 사고가 발생했고 사망자 수도 많기 때문에 국토부가 직권 처분할 계획"이라며 "영업 정지 등을 통합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홍섭 사고조사위원장은 "스크류잭이 해체된 상태에서 거더를 설치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런처 이동 과정에서 균형을 잃어 붕괴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구조해석 결과, 전도방지시설이 남아 있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반복되는 안전사고 막는다…"제도·기술 검증 체계 개편"
국토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도 및 기술적 재발방지책을 마련했다. 전도방지시설 해체 시점은 반드시 가로보 타설과 양생이 끝난 이후로 엄격히 규정하고, 해체 전에는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의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표준시방서 개정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안전인증 기준 준수여부를 포함해 장비 선정 타당성 및 세부 시공계획 등 안전관리계획서 검토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PSC) 거더 표준시방서 신설, 한국도로공사 건설현장 매뉴얼 개정 등도 추진한다.
한편 국토부는 시공사에 대한 특별점검 결과도 발표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불법 하도급 9건, 안전관리 미흡 4건 등 총 14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됐으며, 관계기관의 행정처분 등 엄정한 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사조위 조사 결과와 특별점검 결과를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즉시 통보하고, 각 행정청이 관련 법령에 따라 벌점·과태료, 영업정지 등 엄정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월25일 오전 9시49분께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세종~포천 포천방향 구간 청룡천교 공사 현장에서 빔런처가 전도되면서 교각 위 상판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작업자 10명이 추락, 매몰돼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세종~안성고속도로 9공구는 총 길이 4.1㎞ 구간으로 총 사업비 2573억원 규모다.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주간사)과 호반산업이며, 하도급은 장헌산업 등 27개사가 참여했다. 현재 공정률은 59%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