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가이드라인 9월 5일 시행
금융당국 "시행 경과 바탕으로 규정 법제화 추진"
[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가상자산거래소 '코인 대여' 서비스 이용자 보호 방안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업비트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겠다고 밝혔지만, 빗썸은 아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의 자율규제 형태로 운영하며, 향후 관련 규정 법제화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규제 마련에 나선 까닭은 업비트와 빗썸의 코인 대여 서비스 행태 때문이다. 두 회사는 이용자 보호 장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관련 서비스를 운영해 국회와 이용자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코인 대여는 이용자가 원화나 가상자산을 담보로, 가상자산을 대여하는 서비스다. 고점에 빌려 매도하고 저점에 다시 사서 상환하는 게 가능해, 증권시장 레버리지 투자 방식인 공매도(숏 포지션)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가이드라인, 어떤 내용 담겼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운영 자금은 사업자 고유 재산 활용을 원칙으로 한다. 규제 우회를 차단하기 위해 제3자와의 협력을 통한 서비스 간접 제공도 허용하지 않는다. 빗썸이 제3자인 블록투리얼을 통해 운영하는 점을 겨냥한 조치로 보인다.
대여 가능한 가상자산 범위도 좁힌다. 시가총액 20위 내 또는 원화 거래소 3곳 이상에서 거래를 지원하는 가상자산만 대여할 수 있다. 담보가치를 초과하는 가상자산 대여에도 제동을 건다. 개인보다는 기관이용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해외 거래소들의 기준을 반영한 것이다.
가상자산 대여 이용 조건에는 '증권사 대주(주식 대여) 서비스'에 준하는 보호 장치를 도입한다. 거래소는 가상자산을 처음 대여하는 이용자가 DAXA에서 주관하는 온라인 교육 및 적격성 테스트를 이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여 한도도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 경험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다. 당국은 최대 한도를 3000만원, 7000만원 등 단계적으로 설정하고 사업자별로 내규로 규정토록 했다.
참고로 증권사의 경우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의투자와 교육을 이수한 투자자에게만 주식을 빌려준다. 이수한 주식 투자자는 3000만원 한도로 주식을 대여할 수 있다. 차입 규모가 5000만원 이상이면 대주 한도가 7000만원으로 증가한다. 여기에서 2년이 경과해야만 한도가 풀린다.
행정지도에도 '버티기' 들어갔던 빗썸, 또 반기 들까
금융위원회는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둔 지난달 19일, 가상자산거래소들에게 신규 영업을 중단하도록 행정지도한 바 있다. 업비트는 당일부터 신규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가 가이드라인 시행에 발맞춰 재개했다. 반면 빗썸은 굽히지 않고 신규 영업을 지속해왔다.
행정지도나 가이드라인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당국이 현장점검에 들어가 감독상 제반 조치를 실시할 수는 있지만,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가이드라인 준수를 강제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는 가이드라인 시행 배경에 대해 "현행법상 가상자산사업자의 가상자산 대여에 대한 규율체계가 미비한 상황에서 최근 가상자산거래소간 '가상자산대여 서비스' 경쟁이 과열됐다"며 "특히 일부 거래소의 경우 레버리지를 활용한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이용자 피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은 글로벌 사례 등을 참고해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용자 적합성 확인 및 설명 의무 등 다양한 이용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시장안정을 위한 사업자 의무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비트 관계자는 뉴스포스트가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가이드라인에 대한 입장을 묻자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것이 기본 정책"이라고 밝혔다.
빗썸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취지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당사 서비스와의 구체적 연관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투자자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휴사와의 계약 구조, 대여 조건 등을 면밀히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