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행정지도 개시
업비트는 서비스 잠정 중단…빗썸은 버티기 돌입
[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금융당국의 '코인 대여' 서비스 행정지도에도 빗썸이 굽히지 않고 있다.
21일 빗썸 앱과 웹사이트를 보면, 코인 대여 서비스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향후 계획에 관한 공지는 없는 상태다. 가상자산거래소업계 1위 업비트가 코인 대여 신규 영업을 19일부로 잠정 중단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해 대여 서비스 행정지도를 실시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골자는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가이드라인' 마련 전까지 신규 영업 중단을 행정지도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감독상 제반 조치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빗썸 코인 대여 이용자 '3635명' 강제청산 경험
코인 대여는 이용자가 원화나 가상자산을 담보로, 가상자산을 대여하는 서비스다. 고점에 빌려 매도하고 저점에 다시 사서 상환하는 게 가능해, 증권시장 레버리지 투자 방식인 공매도(숏 포지션)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런 레버리지 상품은 투자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용자는 대여한 자산은 물론 담보로 내준 자산까지 잃을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 자체가 이미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레버리지 상품 이용에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빗썸 코인 대여 이용자 2만7600명 가운데 13% 규모인 3635명은 강제청산을 경험했다. 시세 예측이 빗나가 증거금 손실과 청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시장질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업비트와 빗썸이 USDT(테더) 대여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 매도량이 급증해, 각 거래소에서 USDT 시세가 해외 거래소 대비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금융위는 행정지도 배경에 대해 "적절한 보호 장치 없이 신규 영업이 지속될 경우, 이용자 피해가 누적될 우려가 있다"며 "시장에 참여하려는 사업자들도 보다 명확한 지침을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업계와 구성한 TF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신규 영업을 계속할 경우, 현장점검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빗썸 "행정지도 취지 공감…운영 실태 검토 중"
행정지도에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에, 빗썸은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 단,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코인 대여 서비스의 위험성을 지적한 지난달 31일 이후로는 이용 조건 일부를 수정하는 등 자정 노력은 있었다.
빗썸은 지난 8일부터 코인 대여 서비스의 이용자 보호 장치를 강화했다. 코인 대여 한도를 기존 10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였다. 레버리지 비율도 최대 4배에서 2배로 변경했다.
업비트의 경우에는 당초 대여 한도가 빗썸보다 낮은 5000만원이었다. 이번에 행정지도에 따라 신규 영업도 중단하면서, 금융당국의 계도에 협조하는 모양새다.
빗썸은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기업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보여야 하는 증권시장 IPO 준비 시점임을 고려하면 이해가 되는 행보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4%, 46.5% 감소했다.
빗썸은 기본적인 매매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는 업계 최저가 수수료를 내세워 유치하고 있다. 반면 코인 대여 수수료는 증권업계에서 공매도에 필요한 대주(주식 빌리기) 서비스보다 4~5배 높게 책정해 이익을 취한다.
해당 서비스 이용 수수료는 일일 0.05%, 최장 대여기간인 30일로 환산하면 총 1.5%를 뗸다. 매달 같은 금액으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연이율 18.25%에 달하는 셈이다. 강제청산 시에는 대여 수량의 1%를 추가로 부과한다.
빗썸은 이번 금융당국 행정지도 이후, 이용자 보호 수준을 더 높여야 할지 고심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21일 뉴스포스트의 질문에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며 "현재 당사 운영 실태를 종합적으로 점검 및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