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제도권 부분 편입…금융상품 인정은 아직
거래소 '코인 빌리기' 서비스 이용자, 법적 보호 못받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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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과 관계 법령 개정으로부터 1년이 경과했다. 이용자 피해를 예방할 수는 있게 됐으나, 법망에서 벗어난 신규 서비스의 등장으로 추가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가상자산 관계 법령, 아직은 반쪽짜리


최근 가상자산 관련 혐의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검찰이 잇달아 고배를 삼켰다. 가상자산 주무부처는 금융위원회지만,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상연)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피소한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현 넥써쓰 대표), 주식회사 위메이드에 지난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포착한 혐의점은 '부정 거래'와 '주식 시세 조종'이다. 장 전 대표가 가상자산 '위믹스' 유동화를 잠정 중단한다고 허위로 발표해 위믹스 시세 및 회사 주가를 부양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이유는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결하면서도 '규제 공백' 상황을 언급하며 투자자들을 달랬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에 발생한 사건이었다면 평가가 달랐을지 모른다는 의미였다.

대통령실 김남국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도 가상자산 관련 송사를 치르고 있다. 김 비서관은 국회의원으로 지내던 2021, 2022년에 보유한 가상자산을 재산으로 신고하지 않아 공직자윤리위원회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피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당시 가상자산은 등록 대상 재산이 아니므로 등록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비서관은 지난 17일 2심 공판에서 재산 은닉 혐의를 받는 데 억울함을 표하기도 했다.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재산 등록 의무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개정한 2023년 12월부로 생겼다. 관련 법령 시행은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보유를 죄악시 여기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위험 상품을 더 위험하게 거래하라는 거래소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규제가 미비한 사이에 앞다퉈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은 이달 초 '코인 빌리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인 빌리기는 이용자가 보유한 원화 또는 가상자산을 담보로 맡기고, 가상자산을 빌리는 서비스다. 고점에 빌려 매도하고 저점에 다시 사서 상환하는 게 가능해, 증권시장의 공매도(숏 포지션)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매도는 담보로 내준 자산과 대여한 자산 모두 잃을 가능성이 있어 투자 위험이 높다. 가상자산 자체가 이미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코인 빌리기를 통한 공매도에는 보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증권사의 경우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의투자와 교육을 이수한 투자자에게만 주식을 빌려준다. 이수한 투자자는 3000만원 한도로 주식을 대여할 수 있다. 차입 규모가 5000만원 이상이면 대주 한도가 7000만원으로 증가한다. 여기에서 2년이 경과해야만 제한이 사라진다.

그런데 코인 빌리기는 증권사 대주 서비스에 비해 이용 절차가 간소하다. 나아가 빗썸의 경우 대여 한도가 10억원 규모에 달하는데, 키움증권·미래에셋증권 등이 개인의 대주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논란이 일자 국회와 금융당국은 코인 빌리기 서비스에 증권사 대주 서비스 수준의 규제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업비트, 빗썸)
(사진=업비트, 빗썸)

가상자산 기본법, 투자자 편의 확대 전망


국회에는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이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지난달 11일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이어 가상자산업계에 적용하기 위한 2단계 입법 활동이다.

해당 법안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가제 △가상자산 거래지원, 유지, 종료 절차에 대한 규정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 시세 조종, 부정 거래 등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 사업자 감독 권한 부여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주요 은행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에 대비해 관련 상표권을 출원해둔 상태다.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지난 17일 하원을 통과했고,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제도화가 가시권에 들어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란 원화와 동일한 가치를 지니도록 유지시키는 가상자산을 뜻한다. 변동성이 원화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국내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다른 구매 수단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정위 조승래 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정책 결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고, 관계기관과 협의 후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지원 심의에 관한 규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골자는 가상자산업 유관 협회 내에 거래지원 적격성을 평가하는 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여기에 금융위 추천 인사 2인을 포함시키는 등 객관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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