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애경산업 지분 63%인수 추진
구다이글로벌 1년 만에 '라카' 매각 나서
[뉴스포스트=허서우 기자] 올해도 뷰티업계를 둘러싼 인수합병(M&A)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이 라카코스메틱스를 매각하며 1년 만에 100억원대 차익을 실현한 데 이어 태광그룹이 애경산업 인수를 추진하며 지배구조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업계에서는 뷰티 브랜드의 성장성과 재무적 가치가 M&A의 핵심 판단 기준으로 떠오르며 인수합병이 주요 경영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태광, 애경산업 품고 화장품·생활용품 사업 진출할까
9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애경산업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태광 컨소시엄은 애경그룹이 보유한 애경산업의 지분 63.38%를 인수하게 된다. 인수가액은 애경산업의 시가총액 약 4000억원대를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진다.
태광 컨소시엄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다.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태광은 기존 섬유와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에서 화장품·생활용품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애경산업, 매각 이유는?
화장품 브랜드 루나와 에이지투웨니스, 생활용품 브랜드 케라시스와 2080 등을 보유한 애경산업은 1985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679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화장품 부문은 주로 중국과 일본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해외 매출의 약 80%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본 시장에서도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화장품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국내외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그룹 차원의 재무 건전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총부채 4조원, 부채비율 328.7%에 달하는 재무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은 주요 현금창출원인 애경산업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태광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애경산업이 보유한 국내외 유통망과 자체 생산설비 등 인프라를 높이 평가했다. 실적 부진을 오히려 저가 매입의 기회로 보고 지금이 인수 적기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태광은 전날 공시를 통해 매각 주관사 또는 매도인으로부터 우선협상자 선정에 대한 공식적인 통보는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디브랜드 인수합병도 활발
대기업 간 인수합병(M&A) 외에도 인디 브랜드 간 매각 움직임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조선미녀, 티르티르, 서린컴퍼니 등을 보유한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색조 브랜드 '라카코스메틱스'(이하 라카)의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거래 규모는 약 530억원이다. 지난해 6월 425억원에 지분 88%를 인수한 이후 1년 만에 약 100억원의 수익을 실현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구다이글로벌이 보유 브랜드의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조선미녀 인수를 시작으로 티르티르, 스킨1004 등 주요 브랜드들이 빠른 성장을 보였지만, 라카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정리 대상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더함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스킨푸드 인수를 마무리한 바 있다. 해당 거래는 약 1500억원 규모로 알려졌으며 이를 통해 인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는 것보다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를 인수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며 "M&A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