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수월경화', 달빛은 물에 비치고 꽃은 거울에 비치네

허난설헌의 삶을 발레로 조명한 강효형 안무가(사진=신현지 기자)

[뉴스포스트= 신현지 기자] 국립발레단 강효형 안무가에 의해 허난설헌의 삶이 재조명되었다. 국립발레단은 5월 5일 어린이날에 맞춰 허난설헌의 ‘수월경화’를 7일까지 연 3일간 무대에 올렸다.

수월경화는 조선중기 천재여류시인으로 세상을 요절한 허난설헌의 비극적인 삶을 감각적이고 모던하게 작품으로 형상화 했다. 수월경화는 말 그대로 물에 비친 달이요 거울에 비치는 꽃으로 눈에는 보이나 손으로는 잡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즉, 여성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은 세상에서 그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했던 허난설헌의 애달픈 삶이 무대 위에 투영되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며 안무가인 강효형에 의해 ‘수월경화’로 올려진 작품은 허난설헌의 작품 감우와 몽유광상산에서 그 모티브를 찾았다. 따라서 발레리나의 우아하고 역동적인 춤동작은 잎, 새, 난초, 부용꽃 등의 하늘거림이요. 무용수의 숨 막히도록 애절한 감정 표현은 가을 찬 서리에 떨어지는 부용꽃 27송이의 안타까움이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의 수월경화를 마친 후 강효형과 커튼콜 장면(사진=신현지 기자)

또 시인 박슬기, 신승원과 앙상블을 이뤄 허난설헌을 재구현하는 이재우, 김기완 등의 남자무용수 등은 부용꽃을 떨구어내는 가을 찬바람이요 신인의 비극적인 내면의 감정을 표출해내는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존재들이다.

이처럼 강효형의 작품은 천재시인 허난설헌의 비극적인 삶을 시인의 작품에서 발췌해 사물화하고 인격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이어 무용수 움직임 하나하나에 가야금과 거문고 선율을 옮겨 실어 감성지수를 높였다.

한편, <허난설헌의 수월경화>를 무대에 올린 강효형은 이미 <요동치다>에서 두각을 인정받은 안무가이다. 또한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Next Generation>초청공연과 2016년 <빛을 가르다>에서 국내외 언론의 좋은 평가로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예원중과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모던과 네오클래식이 특징으로 무용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수월경화>에서도 그녀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섬세한 선의 조화로 관객들의 깊은 호응을 얻어냈다. 5일 공연 첫날 어린이들과 공연장에 나온 관객들은 우리의 전통 음악과 발레가 너무도 잘 어울렸다며 강효형의 새로운 시도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커튼콜에 맞춰 무대에 나온 강효형 역시 촉촉이 눈시울이 젖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깊은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천재작가의 비극적인 삶을 여실 있게 잘 비추어 낸 강효형 안무가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더욱 더 전진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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