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민연식 사진전

사진 작가 민연식 (사진=신현지 기자)

[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사진은 가시광선, 자외선, 적외선, ϓ선, 전자선 등의 작용에 의해서 감광면(感光面) 위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물체의 반영구적인 영상을 양화(陽畫) 또는 음화(陰畫)의 상으로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아니, 사진설명에 관해 복잡한 과정들은 생략하자.

사진은 기본적으로 사물의 상을 영원히 정착시키는 일련의 작업이다. 풀어 말하면 빛에 민감한 필름 위에 피사체의 순간을 포착해서 잠재적인 상으로 보존하고 복제하는 전 과정이다. 따라서 사진은 찍혀진 것이 대상과 일치하기를 꿈꾸는데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러니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계에 모든 것을 위양했을 것이고. 그러나 점차 동일성의 미학은 함몰되어갔다. 사진의 본질적인 특성을 넘어 독자적인 예술양식의 또 다른 세계로의 변모이다. 대상의 복제만이 아닌 사고와 철학성을 함축한 세계.

인사동 Between전 (사진=신현지 기자)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between 주제로 민연식의 사진전이 열렸다. 중간계조 없이 블랙과 화이트만으로 지극히 투명하게 대상을 표현하는 그는 이번 초대전에도 흑과 백의 조화로 압축적이고 간결한 선을 유지했다.

백이 보여주는 넉넉한 여유와 죽음, 공포, 두려움을 함축한 흑의 투박함에서 자연의 숭고함을 담아냈다. 화이트의 차가운 공간과 블랙의 깊은 진지함. 그리고 그 경계 너머의 모호함. 보는 시선에 따라 다양한 세계로의 유영이다.

즉, 그의 작품에는 특별한 주제가 주어지지 않는다. 아니, 굳이 주제를 던져 사고를 묶지 않는다. 민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특별한 이름을 달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난 작품에 그 어떤 타이틀을 달지 않는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이름을 달면 그것의 틀에 갇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난 그런 부자연스러움이 싫다. 많은 관람객이 내 작품을 통해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래서 그것에 이름을 달아주고, 그리고 그것에서 위로를 찾고. 난 그런 관람객들의 몫을 지켜주고 싶은 것이다.”

이와 같은 사고로 작품을 구축하는 민 작가는 전통적 재현으로부터 자유로운 탈정형 세계를 꿈꾼다. 사진계에 오랫동안 유지해온 틀을 깨고 오로지 극단적인 콘트라스트와 흑과 백만의 존재로 차별성을 갖는 그는 늘 새로운 대상을 찾기 위해 산과 들을 헤맨다. 멀리로는 히말라야의 산을 오르내리며 화이트가 주는 순수를 담으려 바람과 하나가 된다.

백과 흑의 이미지에서 순수한 서정을, 때로는 피사체에 노출된 대상의 거친 질감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는 민연식의 초대전은 2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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