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둔 20대 엄마들의 솔직한 육아 이야기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불과 20년 전만 해도 20대 여성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가족관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며 예전만큼 20대 엄마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이는 '애국자'로 불린다. 하지만 정작 20대 엄마들은 괴롭다.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고민하는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고민을 해야 한다. 출산과 육아 문제에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고, 소수자로서의 소외감도 크다.

19일 본지는 20대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A씨(25·충남 천안)와 B씨(26·대전)를 만났다. 사는 지역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취업 대신 출산과 육아를 선택한 외벌이 가정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만만찮은 육아에 "힘들다"고 토로하면서도 육아의 행복을 말한다. 또래보다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20대 엄마들은 육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위 인물은 본 인터뷰와 관계 없음. (사진=뉴스포스트)
         위 인물은 본 인터뷰와 관계 없음. (사진=뉴스포스트)

 

또래와의 괴리...시행착오의 연속

비교적 어린 나이에 육아를 시작한 것에 대해 어떤 어려움이 있냐고 묻자 두 사람은 모두 '또래와의 괴리'를 1순위로 꼽았다. A씨는 "정보를 공유할 또래 친구가 없다는 게 조금 아쉽다"며 "아이 친구 학부모님들과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친해지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그는 육아하면서 생기는 궁금증과 시행착오를 몸소 부딪치며 배워나갔다고 전했다. B씨도 마찬가지다. B씨는 "제 또래는 미혼이 많다 보니 같이 어울리기도, 공감대 형성도 어렵다"며 "내 일상은 아기뿐이니 아기 얘기 밖에 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20대 엄마라도 이들이 힘들어하는 점은 달랐다. 심적인 부분에서 힘들었다는 A씨는 "외롭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며 "남편은 바깥일에 치이다 보니 서로 대화할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홀로 아이를 키우는 느낌이 들어 외로웠다"고 말했다. 반면 B씨는 사소한 거 하나하나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큰일보단 사소한 게 힘들었다"며 "늦잠을 못 자는 점, 화장실을 편히 가지 못하는 점, 원할 때 외출하거나 목욕을 할 수 없다는 점, 쉬고 싶은데 할 일이 늘 쌓여있는 점 등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육아를 하기 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B씨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A씨는 한국 사회에서 직장인 여성이 흔히 겪는 경력단절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20대 아이 엄마에게도 경력 단절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A씨는 "친구들은 이제 막 취직하고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데, 저는 결혼하고 육아를 하느라 단절됐다"며 "설령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한다고 해도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에 맞춰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전공과 관련한 직업을 찾기 힘들고, 운 좋게 전공에 맞는 일을 한다고 해도 급여가 낮다는 단점도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독박 육아' 공감 한다 vs 가정마다 달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독박 육아'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의견이 달랐다. A씨는 '독박 육아'라는 신조어에 깊게 공감했다. A씨는 "전업을 한 이래로 육아를 도맡고 있다"며 "가사 노동이 나의 일이라 해도 육아는 공동의 몫인데, 가사 노동과 육아의 경계가 모호해서 다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남편은 월급을 받으니 일하는 티라도 난다. 가사 노동은 끝도 없고 티도 안 난다"면서 "남편의 인식도 '집에서 일도 안 하면서 육아가 뭐가 힘드냐'가 돼버려 가끔 너무 서럽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반면 B씨는 독박 육아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B씨는 "남편이 일을 하지만 늦게 들어온 날이 많지 않고 주말에도 따로 외출을 하지 않으면 가족과 함께해주기 때문에 '독박'이란 말이 적용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B씨는 주변에 바쁜 남편을 둔 아기 엄마들이 매우 힘들어 보인다며 "육아는 함께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빠가 밖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은 아빠와의 시간을 원한다"며 "그게 충족되지 않으면 아빠와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아빠의 육아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육아 대책 환영...실효성 있나 의문도

육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에게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A씨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20대 엄마다. 그는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면 다 챙겨 받는다"며 "천안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혜택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감사하게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B씨는 정부와 지자체의 혜택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출산 지원금과 양육 수당, 어린이집 보육료를 받고 있는데,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기에는 부족한 혜택인 거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B씨는 아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한 거 한 거 같다며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고 양육하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지자체에 주문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및 육아 대책도 아이를 키우는 두 사람에게는 주요 관심사였다. 정부는 지난달 출산과 육아와 관련된 복지 수준을 높이고, 적용 범위 대상도 대폭 늘린다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A씨는 정부의 새 정책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아빠의 육아 휴가 증가와 육아기 근로기간 단축, 임산부 비급여 질환 범위 확대 정책에 기대가 컸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육아 관련 정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육아 관련 정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씨는 "아이랑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주면 실질적인 위로가 된다"며 "임산부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도 좋다"고 전했다. 아울러 A씨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도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육아는 시간과 돈, 정성인 거 같다"며 "그중 정부가 시간과 돈에 대해 대책을 세워주면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또래 친구들이 결혼하면 고생 시작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며 "정부 대책이 결혼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육아에 대한 좋은 인식이 심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B씨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새로운 육아 대책에 대해서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며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아동수당이 10만 원으로 오른다는데, 형편 어려운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거 같다"면서도 "아동수당 인상도 좋지만, 보육 시설에 보조교사를 배치하거나 시설을 지원하는 게 엄마들에게 더 와 닿는 정책이지 않을까"라고 견해를 밝혔다.

 

힘든 육아..."그래도 아이가 있어 행복"

남들보다 일찍 시작한 육아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A씨는 이후에 시간적 여유가 많아진다는 점을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첫애가 20살이 될 때 제 나이는 40대 중반"이라며 "아이가 일찍 결혼하면 할머니가 되어도 겨우 50대"라고 말했다. B씨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육아를 시작해서 아이 또래 학부모님보다 체력적으로 덜 힘든 거 같다"며 "결혼을 늦게 시작했으면 육아가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두 사람은 모두 아이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A씨는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는 점, 완벽한 부모는 아니어도 아이에게 행복한 시간과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내가 느꼈던 행복을 아이도 느낄 수 있게 좋은 가족, 좋은 이웃, 좋은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B씨도 '아이는 곧 행복'이라며 지친 육아에도 아이로 인해 얻는 기쁨이 크다는 말을 간결하게 표현했다. 그는 "아이에게 얻는 행복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아이의 존재 자체가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육아로 인해 힘들 때도 많았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을 때도 많고, 도리어 미안할 때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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