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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실습 중 사망한 아들의 숙제...'기업처벌법' 제정
특성화고 실습 중 사망한 아들의 숙제...'기업처벌법' 제정
  • 이별님 기자
  • 승인 2019.02.21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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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실습 중 사망...업체 대표는 집행유예
"산재 사고도 중죄"...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사고가 났을 때 119 소방대원들은 2, 3일도 못 버틸 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10일이나 버텼습니다. 2, 3일도 못 버틸 거란 애가 열흘이나 버틴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 아빠에게 숙제를 내주려고 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두 번 다시 자기 같은 어린 노동자들이 사고 당하지 않게 아빠가 싸워달라고요"

故 이민호 군 아버지 이상영 씨. (사진=이별님 기자)
故 이민호 군 아버지 이상영 씨.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0일 이날 오후 3시께 중대재해기업처벌제정연대는 현장실습고등학생사망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 등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유가족과 함께 하는 기업처벌법 이야기 마당'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특성화고 3학년 때 제주 소재 음료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故 이민호 군의 아버지 이상영 씨와 故 이한빛 PD 동생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등 사망 노동자들의 유족들이 모였다.

이날 이상영 씨는 사고 당시 상황과 사고 이후 정부 기관 및 해당 공장 측의 행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며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기업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에 어마어마한 처벌을 내려 다시는 회생 못 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의 아들 이민호 군은 1999년생으로 2017년 11월 19일 1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군은 제주시 구좌읍의 음료공장에 현장실습을 나가게 됐다. 이씨에 따르면 원예과에 다니는 이군은 지게차 운전면허가 있다는 이유로 전공과 관련없는 일을 하게 됐다.

이씨는 "민호와 같이 근무하던 선임이 얼마 안 있다가 관뒀다"며 "아들은 '기계 손보는 법, 응급주차 등 이런 거만 배우고, 혼자서 일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등학생에게 이런 일을 시켜도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졌다고 전했다. 기계에 대해 문외한이라는 이씨마저도 아들이 하는 일이 고등학생이 하기에는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직감했던 것이다.

이군은 일하던 중 미끄러지면서 휴대전화 액정이 망가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것이 첫번째 사고였다. 두번째 사고 때 이군은 갈비뼈가 심하게 부딪히면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갈비뼈 부상을 당한 이군은 집에서 요양 중이었으나 회사에서는 기계가 멈추었다며 그를 찾았다. 이후 이군은 적재기에 눌리는 큰 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실려 가게 됐다.

이씨는 사고 이후 공장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현장을 봤을 때 '아' 소리밖에 안 나왔다"며 "이 공장은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는 공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공장 측에 안전 펜스와 안전 센서 등이 왜 설치되지 않았는지 따졌다. 하지만 공장 측으로부터 '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다'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열흘간 혼수상태로 병상에 있던 이군은 결국 사망했다. 업체 대표는 이군의 사망 이후 약 보름 만에 기자회견 방식으로 공식 사과했다. 올해 초에는 대표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다. 그는 실형이 아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아들을 잃었지만, 정부 기관 역시 이씨의 편이 아니었다. 이씨는 "저희 아들이 사고가 난 그 기계가 5년 동안 안전검증이 안 된 상태서 돌아가고 있었는데, (노동부는) 방문 한번 안 했다"며 "제가 그걸 따지니까 '일손이 딸린다', '죄송하다', '방문해야 할 의무가 없다' 등의 말만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고가 났을 때 두 번 다시 회사가 회생할 수 없게 벌금을 때리던지, 형 정지와 보석 없는 징역 최소 5년 이상으로 넣던지 해야 한다"며 "그래야 안전한 공장, 안전한 기업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물론 서민들도 마찬가지다. '내 자식은 저런 데 안 가'이렇게 생각한다"며 "이런 인식이 안 바뀌면 대한민국 영원히 안 바뀐다. 나도 당할 수 있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씨는 "사고 당시 아들이 2, 3일도 못 버틸 거라고 했지만, 아들은 열흘이나 버텼다"며 "아들이 버틴 이유는 자신과 같은 어린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도록 아빠가 싸워달라고 숙제를 낸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이상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집행위원장. (사진=이별님 기자)
이상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집행위원장. (사진=이별님 기자)

죄지어도 처벌받지 않는 이들

유가족들의 발언이 끝난 후에는 이상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의 발제가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강력한 기업 처벌의 필요성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안을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해당 법안 제정을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고 말했다. 첫째는 산재사고가 '나쁜 죄'임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서다. 이 위원장은 "이군의 사례에서도 (대표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은 법률가들이 산재 사고의 죄질을 나쁘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것은 판검사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보편적인 인식"이라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산재 사고를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사고'로 치부하고, 엄하게 처벌해야겠다는 생각을 못 한다"라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운동을 벌이는 1차적인 목적은 산재사고를 범죄로 규정짓고, 이것이 죄질이 나쁜 범죄임을 사회에 알리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죄가 있는 곳에 처벌이 있다'는 보편적인 상식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위원장은 "죄가 무겁다면 처벌을 해야 하지만, 기업앞에 서면 이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며 "죄지은 기업이 처벌받지 않는 사회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도 죄를 저지르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논리를 한국 사회에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주장하는 마지막 이유는 재발 방지 문제다. 이 위원장은 "산재 사고는 기업에 처벌만 내린다고 해서 줄지 않는다"며 "정부의 감독시스템 강화, 노동자와 피해자 및 유족의 권리를 보장하고 확대하는 게 재발 방지에 필수적이다. 그 일환으로 이 법안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기업에 산재 예방을 잘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게 어떠냐'는 의견에 대해서 "한국 사회가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인데, 산재 사고는 1위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 역사를 되짚어볼 때 얻은 경험적 진실은 기업은 인센티브가 아닌 처벌을 줘야 변화한다는 것이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해당 법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산안법 개정으로 벌칙 조항이 강화됐다"면서도 "현행 산안법에서는 산재 사고 책임자가 개인이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할 시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개인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기계에 끼어 노동자가 사망하면 기계 안전 점검을 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 이 위원장은 "동료 노동자나 현장 관리자, 끽해봐야 현장 소장, 더 나아가 봤자 공장장만 처벌받는다"며 "이게 현행 산안법의 생래적 구조다. 이걸 넘어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대기업의 경우 결제과정이 매우 복잡해 경영책임자가 산재 사고와 관련돼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에서는 경영책임자가 처벌 법망을 빠져나갈 수 없도록 법적 논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에는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기업을 처벌하는 법적 논리와 적극적인 가담 또는 직무유기·무시 등 미필적 고의로 산재 사고에 가담한 공무원에 대한 강한 처벌 규정도 담았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이 위원장은 "넘어야 할 산과 장애물을 많지만, 많은 국민들이 우리 주장에 동의한다"며 "'우리 사회 정의가 땅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법 감정에 힘을 입어 장애물을 뛰어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각지대 없어야" 제안도

한편 이날 '유가족과 함께 하는 기업처벌법 이야기 마당'에 참석한 故 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방송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이 확장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이사는 이한빛 PD가 열악한 방송업계의 실태를 고발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약 2년 반이 지났지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는 여전히 드라마 현장에서 벌어지는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고발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전했다.

이 이사에 따르면 드라마 등 방송업계는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일이 비일비재해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에 보호를 받지 못한 상태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당 12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IT나 게임 업계에서도 일종의 '변종계약'이 나오면서 근로기준법이 포괄할 수 없는 노동자들은 계속 늘고 있다.

이 이사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좀 더 잘 만들어진다면, 근로기준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노동자들까지 고려 대상이 돼야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드린다"며 방송업계의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때 편성국과 모기업, 방송 제작사, 메인 PD 등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산업이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마련돼도 많은 노동자가 사각지대에 놓일지 모른다"며 "우리 센터도 방송국 종사자들이 노동자로서 인정받고, 법안의 테두리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우리 같은 사람들도 이 법안에 고려하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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