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공군자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위원장
노동인권교육, 나를 넘의 타인의 권리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
우리는 타인의 노동에 기대어 살아…노동의 가치 인정해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은 ‘2022 국가교육개정 개정 시 노동교육 관련 요소 반영’을 대정부 건의 안건으로 제안했다. 노동인권교육이 교육과정과 연계되지 못해 학교 현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외부강사 중심의 일회성 교육으로 진행돼 활성화가 어렵다는 이유다.

실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은 학교 별 편차가 있다. 대부분 민간 강사가 학교에 들어가 수업이 이뤄지고 있을 뿐 교사가 진행하는 사례는 적다. 또한 의무교육 조례가 제정된 특성화고 및 직업계고 학생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돼 그 외 학생들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공군자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위원장은 학교 내 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공군자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위원장은 학교 내 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노동인권교육이 학교에서  공교육으로 진행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포스트는 서울시교육청 노동인권교육자문위원회 위원인 서울청소년지역단위네트워크 공군자 위원장을 만나 노동인권교육의 의미와 중요성,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설립 배경 및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청소년 노동인권 관련해서 전국적으로 네트워크가 구성돼있던 상황에서 한 활동가분과 인연이 닿으면서 2013년 성동 근로자 복지센터와 청소년 노동인권활동가 양성 과정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것을 매개로 서울지역 전역으로 확산시키게 됐고 현재 11개 단위, 200여 명의 교육활동가가 있습니다. 현재 학교나 지역에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근로 상담 등의 활동을 진행합니다.”

- 청소년들의 노동은 증가하고 있지만 그 처우는 아직 열악합니다. 상담한 학생들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까요?

“학교에 들어가서 상담하는 경우 꼭 지목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근무시간 긴 것, 휴게시간 보장 안 되는 것 등입니다. 제가 제일 많이 들었던 경우는 웨딩홀 아르바이트 사례였습니다. 이곳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수없이 많은 손님들의 그릇을 치웁니다. 또한 앉아서 쉴 곳이 없고 쉬는 시간도 보장이 안 되고 밥 먹을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이런 근무지가 많습니다. 학생들도 이런 상황을 뻔히 알지만 일 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간다고 합니다. 이런 곳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매주 사람을 뽑을 때마다 채용 회사들이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너희를 고용한 회사가 어딘지 물어보면 잘 모른다고 답변합니다. 어디 웨딩홀이라는 것만 알죠. 지금 현재 노동의 실태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 청소년 노동자들의 부당 처우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이 성인이 아닌 학생 신분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어리고 학생이고 굳이 일을 안 해도 되는데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청소년들 중에도 자기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성인처럼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청소년들은 부당 대우인지도 모르고 그냥 일하죠. 알아도 대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꾹 참고 일하다 그만두고, 일부가 나중에 사업주에게 문제 제기를 하는 형식입니다.

- 청소년 노동자들의 부당처우, 안전사고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졌습니다. 현재 청소년 대상 노동인권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노동인권교육은 공인노무사를 통한 법 교육, 고용노동부의 청소년 근로권익센터,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근로보호센터 등을 통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지역의 경우 주로 저희가 교육을 진행하는데 정말 다양한 곳에서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각 구마다 있는 노동복지센터가 학교에 공문을 보내 신청을 받거나, 서울시 교육청에서 신청을 받아 우리 담당 지역과 연결해 수업을 진행하거나,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신청을 받아 들어가기도 합니다. 또한 학교 자체적으로 지역과 연계가 잘 돼 있는 경우 학교 자체 예산을 확보해 들어가기도 한다. 경로가 다양해 골치 아프지만 지금은 노동인권교육이 확장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경로로든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어떤 내용을 수업하나요?

“학교마다 회차가 달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체적으로 1교시는 노동인권 감수성, 2교시는 노동법 교육으로 진행합니다. 노동인권 감수성은 노동에 대한 시선에 대해 배웁니다. 노동은 육체노동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일하는 사람 전체를 노동자로 봐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데 노동자들의 노동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 주변 타인의 노동에 대해 생각해 보고 내 권리가 중요하듯 타인의 노동도 중요하고 서로 연결돼있는 부분을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법 교육을 할 때는 일터에서의 노동자 권리를 알아보고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울 때는 언제든 도와줄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여러 단체를 소개하고 상담할 것을 당부합니다. 최근에는 현장실습 학생들 안전사고도 많이 일어나서 건강권 관련한 것도 필수 요소로 넣고 있습니다.”

- 학교마다 어떻게 상황이 다른건가요?

“현재 서울시의 경우 조례가 제정돼있어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등에 학기당 2시간씩 의무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 일반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에도 교육을 들어가고 있지만 학교마다 교육 횟수는 천차만별입니다. 아예 ‘0’인 곳도 있고 한 학기 동안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노동인권교육에 관심이 있는 선생님이 있으면 학교 내에서 활발하게 교육이 이뤄지지만 여전히 노동인권교육은 외부 강사들이 학교에 들어가 수업하는 형태로 대부분 진행됩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에서 배포한 '초등학교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에서 배포한 '초등학교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 현재 학교 내 노동인권교육이 일회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한 교육청에서 초중고 대상 자료집을 배포하지만 사용하는 교사 수도 적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 교사들도 노동인권교육이 낯선 상태입니다. 사범대든 교육대학교든 선생님들이 이런 것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본인들이 스스로 교육하려면 별도로 배워야 합니다. 현장에 근무하는 교사들 학교에서 행정 하랴 수업준비 하랴 그것만으로 정신없는데 이걸 또 별도로 하려니 엄두가 안나는 겁니다. 그 대안으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직무연수를 열어서 관심 있는 선생님들이 확장되긴 했지만 여전히 그 수는 적은 편입니다. 또한 외부에서 수업을 들어가면 전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습니다. 노동인권교육은 인권부터 이 사회의 다양한 형태, 노동의 가치 등을 점차적으로 배워갈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한데 단편적으로 툭툭 진행되다 보니 학생들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반응도 있습니다.”

- 노동인권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어떤 체계가 필요할까요?

“궁극적으로는 학교 안에서 선생님들이 교과 안에서 수업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이를 위해선 교육부가 책임지고 전반적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교과과정에 삽입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는 조례가 제정돼있는 특성화고 학생들만 체계를 잡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일반고, 중학교는 체계를 세우기에는 수업 시간도 짧고 많은 교육들 중 하나의 선택 상황으로 가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입니다.”

- 초‧중‧고가 연계되는 노동인권교육 과정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까요?

“초등학교 때는 노동에 대한 개념보다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을 중점으로 구성돼야 합니다. 일상에서 사람 그리고 노동자를 차별하면 안 되는 것인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에 대해 포괄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년이 올라가면서 일하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고민할 수 있습니다. 중‧고등학교는 현재 교육되고 있는 내용을 기초로 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는 인권 감수성부터 시작합니다. 주변의 노동자 찾기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서 노동 없이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고 하는 것과 우리 모두 타인의 노동에 기대어 살고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그림책을 활용해 노동3법에 대한 이야기도 중학생들이 이해할 수준에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고등학생 수업에서는 노동에 대한 부분을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습니다. 노동법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면서 산재, 건강권, 현재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슈,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 등을 토론 과정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공 위원장은 "노동인권교육은 법 교육이 아니다. 나와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배우는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공 위원장은 "노동인권교육은 법 교육이 아니다. 나와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배우는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 청소년의 노동인권교육을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들도 존재합니다. 이들에게는 어떻게 노동인권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현재 학교 안 학생들은 교육부 담당, 학교 밖 청소년은 여성가족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가부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고 있는지 파악은 안됐습니다. 민간의 경우는 일단 학교 밖 청소년 만나는 것 자체부터가 어렵습니다. 예전에 이들을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 프로젝트를 내서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접근하기 쉽지 않아 아주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등 공식 루트를 통하지 않으면 접촉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작년 서울시의회에서 문제 제기가 있어서 올해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계획을 잡은 것으로 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 과거 노동인권교육은 ‘노동법’을 중심으로 한 강의였다면 현재는 ‘노동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노동인권교육은 어떤 목적과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노동인권교육은 법 교육이 아닙니다. 인권을 붙인 이유가 있습니다. 한 개인이 노동자로서의 삶도 있지만 노동 현장을 벗어난 일상생활에서도 인간으로서 자기 삶에 대한 쉴 권리,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등이 있습니다. 노동인권교육은 내가 인간으로서, 한 노동자로서 존중받고 인정받는 사회적 인식과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교육하면서 자주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의 자녀가 “나는 나중에 청소노동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얘기한다면 흔쾌히 지원과 지지를 보낼 수 있나. 이 질문은 말로는 노동자를 동등하게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노동자를 차별하는 시선을 갖고 있지 않나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동에 대한 ‘차별의 시선’이 심합니다. 그런 인식을 바꿔내기 위해선 노동인권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노동일지라도 그 자체로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그 일을 하면서 보람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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