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동인권 침해 경험, 3년새 23.9%→49.8% 증가
-“공교육에 ‘노동 인권’ 넣자”...노동인권 교육 필요성 대두

[뉴프포스트=홍여정 기자] #만 16세 A군은 치킨집에서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근무했다.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그만두는 날 A씨는 사업주에게 추가 수당에 대해 묻자 “놀면서 일하지 않았냐. 정해진 근무시간만 야간이지 실질적 일하는 시간은 여섯 시간이 아니므로 야간수당을 줄 수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18세 B군은 피자집에서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B군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9일간의 수습기간 동안 급여는 없었다. 야간수당도 받지 못했다.

경기도 모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 모양은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근무환경이 더 열악하다고 말했다. (사진=김 모양 제공)
경기도 모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 모양은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근무환경이 더 열악하다고 말했다. (사진=김 모양 제공)

“사장님 갑질요? 신고 못해요”

아르바이트를 통해 첫 노동을 경험 하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어리다’는 이유로 불합리한 일들을 겪고 있지만 참고 일하는 게 다반사. 청소년이 경찰의 도움 없이 노동 현장에 부당 대우와 인권침해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 청소년노동인권센터와 광주광역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진행한 ‘2020년 청소년 노동인권 의식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당 대우 및 인권침해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은 2017년 23.9%에서 49.8%로 크게 증가했다.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고 일하고 있는 경우가 23.6%로 가장 많았으며, ‘임금을 계약보다 적게 받거나 받지 못한 적 있음’(23.2%), ‘일하기로 한 날 모두 일했는데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 적 있음’(18.3%) 순이었다. 또한 근로 계약서 작성 및 교부를 받은 비율은 37.6%로 나머지 62.4%는 관련 법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 피해자 중 82.8%는 ‘불합리한 일을 겪어도 아무런 대응도 못 했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은 그 이류를 ‘신고나 항의를 해도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38.1%), ‘귀찮고 번거로워서’(36.5%)라고 했다. 실제 인권침해와 부당 대우에 대응했던 청소년들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34.2%), ‘전혀 도움 안됐다’(31.6%)고 답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늪

이 같은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여전히 근로기준법이 일부만 적용되는 사각지대로 수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근무시간 제한도 없다. 근로기준법이 일부만 적용됨으로써 약자인 청소년 노동자들이 입는 피해는 더욱 증가한다.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이하 권유하다)이 지난 16일 발표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응답자의 536명 중 중 28.3%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또한 15.2%는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근로계약서 작성의무가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려 5인 미만 사업장 지위를 유지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서류상으로 회사를 쪼개 5인 미만 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4명까지만 등록하고 나머지 직원은 미등록하는 경우 △실제로는 5인 이상인데 연장근로수당을 미지급하는 경우 등이다.

권유하다 측은 “상당수의 사업주들은 근로기준법 차별제도를 악용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 노동자에 대한 법적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라며 “아예 노동자성을 부정당하는 프리랜서, 일용직 특수고용노동자, 공식적으로 고용의 흔적조차 삭제시키는 무자료 노동자의 문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모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 모(20)양은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근무환경이 더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김 양은 뉴스포스트에 “저는 최저임금 이상 받고 있으며 근로계약서도 작성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적도 아직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프랜차이즈 일자리는 하늘에 별 따기다. 큰 기업들이 운영하는 곳은 근로 환경이 정상적이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저 또한 알바 합격 소식을 면접 본 한 달 뒤에나 들었다. 소규모 카페서 일하는 친구들은 근로계약서를 안 쓰기도 하고, 손님이 없어 급여도 덜 받고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우리는 어리고 약자니까 사장님과 싸우고 싶지 않아 대부분 그러려니 한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 프랜차이즈  매장 내부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한 프랜차이즈  매장 내부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청소년 노동인권, 공교육 되나

학생들은 이르면 중·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경험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과정에는 노동 관련 교육이 빠져있다. 미래의 노동자인 학생들의 노동인권 의식을 높이기 위한 학교 내 노동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현재 서울특별시교육청을 포함해 광주, 부산, 경기도 등 12개 시‧도교육청에서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노동인권교육은 학생들의 근로기준법 이해를 도와 노동인권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취지다. 그러나 교육은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학교, 특성화고등학교 등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일반 학교를 다니는 대다수 청소년들은 올바른 노동교육을 전혀 제공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는 노동교육을 초등학교 정규 과정부터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1999년, 2002년부터 ‘시민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노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독일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모의 노사교섭’을 통해 관련법, 회사 경영에 관한 자료 등을 제공받아 학생 스스로 협상을 진행하기도 한다. 스웨덴은 초등학교 8~9학년(우리나라 중학교 2~3학년) 사이 2주간 진행되는 진로교육·직업체험과정 프로그램인 ‘프라오’를 통해 자연스럽게 노동자의 권리를 익힌다.

이와 관련해 서울특별시 교육청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현재 직업계고 학생들은 학기당 노동인권교육 2시간 규정이 있으며 그 외에 학교들은 교원 혹은 외부 강사들을 초빙하는 등 자율 형식으로 노동인권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며 “노동인권교육이 학교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교원 연수, 수업지도안 자료집 배포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노동인권교육이 각 학교급에 맞는 내용 수준을 갖춰 진행될 수 있도록 교육부에 2022 국가교육과정 개정에 반영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청소년 노동 현장에 부당 대우와 인권침해가 고착화 됐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공은 이제 교육부로 넘어갔다. 서울시교육청의 제안이 학교 내 노동교육을 공론화 해 건전한 노동의 가치를 찾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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