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광주행...시민 103명 참관
헬기사격과 조비오...광주 재판 쟁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돼 광주에서 재판을 받는다. 전씨는 이날 오전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해 광주로 향해 재판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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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전두환 전 대통령은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해 광주로 향했다. 자택 앞에는 이른 오전부터 전씨의 지지자들이 몰려 광주에서 재판이 열리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한 재판을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시작했다. 재판에는 시민 103명이 참관하는 등 광주 시민들의 이목이 쏠렸다. 그가 광주에 간 것은 지난 1987년 대통령에서 퇴임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부인 이순자 씨는 법정 피고인석에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앉았다. 재판부가 고령인 전씨 옆에 이씨를 나란히 앉아 재판을 받도록 허가했다. 전씨는 지난해 알츠하이머와 독감 등 건강 문제와 재판 공정성의 이유를 들어 광주 재판을 거부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씨가 광주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5·18 유족회 등 5월 단체 회원들은 법원 안팎에서 5·18 진상규명과 전씨의 사죄, 전두환 구속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에 나섰다.

지난해 5월 17일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자행됐던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배우들이 38년 전 시위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5월 17일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자행됐던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배우들이 38년 전 시위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쟁점은 '헬기 사격'

이번 재판의 쟁점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민들을 향한 헬기 사격이 있었냐는 점과 전씨가 이를 알고 있었냐는 점이다. 전씨는 2017년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다면서 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조 신부는 1989년 광주 민주화 운동이 벌어질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인물로 5·18 유공자이기도 하다. 5월 단체와 조 신부의 유가족들은 회고록 발간 즉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전씨를 고소했다.

헬기 사격이 사실이라는 점은 법정에서 쉽게 증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실제 있었다고 최종 결론 지었고,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군 수장으로서 처음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문제는 전씨가 헬기 사격을 인지하고 있었느냐다. 고의로 부인했다는 점이 드러나면 사자명예훼손죄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이 때문에 전씨가 헬기 사격을 알고 있었다고 말할 확률은 낮다. 하지만 당시 실권자였던 전씨가 헬기 사격을 몰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헬기 사격 인지 여부를 밝히려는 검사 측과 전씨 측의 입장이 재판 내내 팽팽히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전씨 측이 전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혐의 사실 증명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전씨는 이번 재판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광주지법 앞에 도착했을 때 발포 명령을 부인하냐는 질문에 인상을 쓴 채 "이거 왜 이래"라는 짧은 답변을 했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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