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제39주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980년 5월 광주가 신군부의 군홧발에 짓밟힌 지도 약 40년. 새로운 증언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국회 차원에서의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았다.

5·18 당시 미군 정보부대 요원으로 근무했던 김용장 씨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 5월 21일 전두환 씨가 헬기를 타고 광주 제1전투비행단으로 왔다고 밝혔다. 이날은 전남 도청 앞에서 집단 발포가 일어났다고 알려진 날이다. 김씨는 이를 두고 전씨의 방문 목적이 '사살 명령'이라고 추정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장환 전 국군 보안사령부 특명부장은 김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사격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하는 허 전 특명부장은 당시 공수부대는 시민들을 향해 사격하는 자세가 방어 차원의 '발포'가 아닌 '사살'이라고 증언했다.

당초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전씨의 행적은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 전씨는 21일 당시 광주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오랫동안 미궁에 빠져있던 1980년 5월 전두환의 행적이 김씨와 허 전 특명부장의 증언으로 약 40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나는 형국이다.

5월 단체들은 관련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의 조속한 출범을 촉구하고 있다. 진상조사위 관련 특별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지만, 위원 구성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청와대가 올해 2월 자유한국당 일부 추천 위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재추천을 요청했으나 한국당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추천한 조사위원 후보는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변호사 등 3명이다. 권 전 사무처장은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부 특수작전처장을 지낸 인물로 전문성 결여를 지적받은 바 있고, 이 전 기자는 1996년 당시 검찰의 5·18 재수사 결과와 관련해 언론 보도가 왜곡됐다고 주장해 5월 단체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았다.

진상조사위가 구성되지 않으니 '사살 명령' 등 관련 의혹들에 대한 실체 규명은 답보 상태다. 현재 국방부에서는 5·18 진상규명위원회 지원 구성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지만, 조사권이 없는 관계로 진상규명 활동은 하지 못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모든 조사는 진상조사위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광주 시민들이 총칼에 희생된 지 약 40년이 다 돼 가지만, 1980년 5월 광주에 대한 새로운 증언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진상조사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5·18 관련 조사도 사실상 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오늘, 광주 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이 상황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제1 야당의 도리'를 말하며 5·18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5월 단체와 광주 시민들은 '5·18' 망언 국회의원들에 대한 징계 문제 등을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이 진정 광주 영령 앞에 떳떳하기 위해서는 3개월째 잠자고 있는 진상조사위 출범 노력을 시작하는 게 우선이다. 정당의 성향과 이념을 떠나 5·18 진상 규명 의지와 소신,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물을 위원에 추천해야 한다. 한국당이 이 문제를 외면하면서 당 대표의 광주행만 고집한다면, 광주는 물론 국민 전체의 외면을 받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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