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인권] ③ “미래 경쟁력, 열쇠는 다문화” (下)
[결혼이주여성 인권] ③ “미래 경쟁력, 열쇠는 다문화” (下)
  • 선초롱 기자
  • 승인 2019.08.31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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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서남권글로벌센터 김동훈 센터장 인터뷰

최근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두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인 남편을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까지 올라왔다. 실제로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경우는 꽤 많았다. 지난해 남편에게 살해당한 필리핀 이주여성을 비롯해 2017년엔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이 캄보디아 여성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결혼이주여성의 현주소와 제도적 문제점 등을 종합 진단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서울시 서남권글로벌센터 김동훈 센터장. (사진=선초롱 기자)
서울시 서남권글로벌센터 김동훈 센터장. (사진=선초롱 기자)

▲ 그들이 바라는 것

결혼이주여성은 당연하게도 어떤 일이든 충분히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문화적 차이와 언어적 측면에서 한국인에 비해 서툴 수는 있어도 무조건 못할 것이라는 일반화를 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결혼이주여성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인정을 받는 것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게 김동훈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조건 못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 센터장은 “결혼이주여성이라고 해서 모든 것에 서툴지 않다. 똑같이 대해주는 것이 그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며 “그들은 본인들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분은 양육과정에서도 나타났다. 결혼이주여성이 본국의 양육문화를 한국에서 사용하려고 할 경우 배우자는 물론 시댁에서 무시하거나 제재를 하는 모습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몽골의 경우 아이를 차갑게 키우는 양육문화를 가진 반면, 한국은 아이를 따뜻하게 키우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런 차이는 배우자와 시댁의 우려 때문에 결국 한국의 문화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다 보니 이주여성 본인 입장에서는 스스로가 ‘바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부분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더욱더 심하게 나타난다. 김 센터장은 “한국어를 읽고 말하는 데 서툰 이주여성들은 주민센터 등을 이용할 때도 어려움이 많은데, 이때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엄마보다 한국어가 익숙한)가 나서서 도와주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 주변에서 아이에게 ‘착하다, 훌륭하다, 엄마를 잘 도와준다’고 칭찬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 입장에서는 본인의 엄마가 바보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가정 내 서열 역시 엄마가 아이보다 낮게 책정돼, 아이가 엄마를 무시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김 센터장은 우려했다. 그는 “결혼이주여성 역시 본국에서는 직업을 갖고 가정을 이끌어가는 등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적응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꾸준한 한국어 교육·특화된 지원 필요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에서 독립된 인격체로서 주체성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한국어 교육’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혼이주여성은 국제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능력 시험 1급을 습득해야 한다. 하지만 1급은 간단한 인사를 할 수 있는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교육이 시급하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또한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니 본국에서 갖고 있던 직업, 능력을 한국에서 발휘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는 “결혼이주여성에게 특화된 지원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라며 “꾸준한 한국어 교육과 한국 사회에 맞는 직종을 탐색할 수 있는 지원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본인 스스로 돈을 벌어 배우자와 시댁 눈치를 보지 않고 본국에 있는 친정에 돈을 보내주고 싶어 하는 이주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아이를 낳는 일이고, 적어도 5~10년 정도 양육에 전념하다 뒤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입국 초기부터 꾸준한 한국어 교육과 지원 등 심층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센터장은 결혼이주여성 등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적 발언’에 대한 처벌이 미약한 점 역시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고 꼽았다. 최근 잡종강세·튀기 등 막말로 물의를 빚은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에 대한 징계를 민주평화당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것에 대해 그는 “처벌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이 같은 비인권적인 발언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라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주여성 문제도 ‘피해자’ 관점에서 봐야한다”며 “사회적인 큰 제재를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서남권글로벌센터 김동훈 센터장. (사진=선초롱 기자)
서울시 서남권글로벌센터 김동훈 센터장. (사진=선초롱 기자)

▲ 결혼이주여성 문제 해결이 곧 ‘한국의 미래’

김 센터장은 결혼이주여성의 문제에 대해 한국사회의 미래를 어떤 길로 향하게 할지 정하는 선택지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는 이미 이민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고, 결혼이주여성의 이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한국 사회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인식, 정책 등의 개선을 통해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향후 통일이 됐을 때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주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국 미래의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선초롱 기자 seoncr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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