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설노조 파업...재학생 "노동권 존중받는 대학 만들자"
서울대 시설노조 파업...재학생 "노동권 존중받는 대학 만들자"
  • 이별님 기자
  • 승인 2019.10.10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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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시설관리 노조 파업...기계·전기·청소·경비 등
일부 재학생, 노조 지지..."대학 내 비정규직 없어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언제까지 노동자들이 양보를 해야 합니까.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하고 싶다는 외침이 뭐가 그리 잘못된 것입니까. 저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대학에 다니고 싶습니다. 저희에게 편한 일상을 만들어주신 노동자분들 감사합니다"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사진=이별님 기자)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사진=이별님 기자)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은 서울대 시설노동자 파업 출정식을 열어 이날 0시 부로 하루 동안 서울대 기계·전기 분회 조합원 140여 명과 청소·경비 분회 소속 조합원 29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음을 알렸다.

노조는 ▲ 시중노임단가 수준의 임금 인상 ▲ 명절휴가비 등 복리후생 차별 철폐 ▲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미지급 해결 ▲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촉구했다. 시설관리직 노동자에게 기본급의 60%를 명절상여금으로 지급하고, 월 1시간 조합원 교육 시간 등을 보장해 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출정식에서 서울일반노조 김형수 위원장은 "법인 직원들은 명절 휴가비로 기본급 120%를 받는데, 대학에서는 기계·전기 노동자에게 100만 원과 청소·경비 노동자에게 50만 원만 주겠다고 했다"며 "우리 내부를 갈라치고, 법인직원과 우리를 차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 교육 시간 월 1시간을 보장해달라고 했지만, 학교는 1시간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최분조 서울일반노조 시설분과 분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최분조 서울일반노조 시설분과 분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앞서 노조는 단식과 삭발 등 투쟁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달 24일 임민형 민주노총 서울대학교 기계 전기분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삭발식을 하고, 현재까지 17일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행정관 앞에 천막을 차리고 천막 농성도 진행 중이다. 이달 7일에는 김 위원장과 최분조 서울일반노조 시설환경 분회장도 삭발식을 열었다.

서울대학교에서 23년째 청소 노동자로 근무한 최 분회장 역시 이날 출정식에 참석했다. 5개월 뒤 정년 퇴임을 한다는 그는 "머리가 자랄 때마다 염색해서 내 머리가 이렇게 백발인지 몰랐다"며 "정년 퇴임이 몇개월 안 남았지만, 남아있는 조합원들이 노조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백발의 머리를 삭발했다"고 말했다.

최 분회장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의 처우는 그가 입사한 이후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20년 넘게 일하면서 인원 감축도 많았다"며  "올해 시급을 8,195원을 받고 있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인직원이 상여금 몇백만 원을 받을 때, 저희는 5~60만 원이라도 받겠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재학생들이 파업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재학생들이 파업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청소 노동자 등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노조 활동 보장 촉구에 서울대학교 일부 재학생들도 지지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소속 한 재학생은 "학우분들께 기계, 전기, 청소, 경비 노동자가 없는 서울대를 한 번이라도 상상해본 적 있는지 묻고 싶다"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외침에, 노동권이 존중받는 서울대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목소리에 함께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학교 측에도 노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그는 "서울대의 일상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언제까지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하냐.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하고 싶다는 외침이 이렇게 잘못된 것이냐"고 되물으면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대학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지난해 9월부터 1년 넘게 학교 측과 노조 활동 보장 및 복리후생 차별 철폐 등을 두고 단체교섭을 벌여왔으나 이달 1일 결렬됐다. 이번 파업 이후에도 학교 측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경우 노사 갈등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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