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여당 내 TF까지 나서
대학 “학내 인권센터가 조사”...유족·노조 측 강한 반대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세계적인 거장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빈부격차 세태를 강하게 꼬집은 작품이다. 열차 안에 빈민층과 부유층이 거주하는 두 개의 공간을 극단적으로 대비시켰다. 같은 공간에 완전히 다른 두 세상. 여당 의원들은 서울대학교에서 발생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두고 학교 측을 설국열차에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15일 이날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태스크포스(TF)는 오세정 총장과 서은영 학생부처장 등으로부터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보고를 받았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15일 이날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태스크포스(TF)는 오세정 총장과 서은영 학생부처장 등으로부터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보고를 받았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1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는 오세정 총장과 서은영 학생부처장 등으로부터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비공개회의를 가졌다.

TF 소속 이해식 의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가 되는 등 법 제도적인 개선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여길 수 있다”며 “저희 같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끈질기게 노력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탄희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겪었던 상황과 학교 당국이 판단했던 내용들을 수평적으로 비교해봤다”면서 “상임위원회에서는 ‘서울대가 하나의 설국열차 같다’는 말이 나왔다. 서로 다른 기차 칸에서 살면서 다른 칸의 상황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사는 것 같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 학생부처장은 “사망과 관련해 서울대는 깊은 애도를 표하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실관계 파악 및 후속 조치를 위해 서울대 인권센터에 조사를 의뢰했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합리적이고 공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5일 이날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에서 오세정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태스크포스(TF)와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15일 이날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에서 오세정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태스크포스(TF)와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유족, 학교 내부 조사 반대

앞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로 일했던 이모(59) 씨는 지난달 26일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유족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노조’)은 직장 내 갑질과 과도한 노동 강도가 이씨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서울대 안전관리팀 측이 청소노동자들에게 기숙사 명칭인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자로 쓰게 하거나 기숙사 개관 연도를 묻는 등 불필요한 시험을 치게 했고, 의상까지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인은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에서 100L짜리 쓰레기봉투를 매일 6~7개씩 날라야 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당국은 지난 13일 오 총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애도를 표하고, 서울대 인권센터를 통해 직장 내 갑질 존재 여부 등을 공정하게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사망 사건을 학교 내부 센터가 맡은 것은 ‘셀프 조사’라면서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민주당 TF는 서울대 측과의 비공개회의 이후 사망 사건이 일어난 기숙사 휴게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후 이탄희 의원은 “정말로 ‘서울대판 설국열차’를 보는 것 같고, 학교 측은 노동자들이 말하는 고충을 잘 이해하지 못한 거 같다”며 “학교는 계속 노동자들을 위한 ‘선의 차원’에서 했다고 하는데, 지옥으로 가는 길은 항상 선의로 포장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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