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조 “근로시간 OECD 2위 한국...‘주52시간제’ 도입해야”
플랜트노조 “‘주52시간제’ 도입 후 사망 줄어...신규 고용 창출 효과도”
건설기업노조 “지켜지지 않는 ‘주52시간제’...고용노동부 감독해야”
르노삼성차노조 “수당보다 워라밸 중요...‘주52시간제’ 연착륙해야”
주 52시간 근무제가 오는 7월 1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시행됨으로써, 본격적인 ‘주52시간제’ 시대가 도래할 예정이다. ‘주52시간제’는 도입 초기부터 제조업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와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양립했다. 뉴스포스트는 기획 기사를 통해 ‘주52시간제’ 논란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아무래도 플랜트는 단기 근로자들이 많다 보니까,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데 대해 일부 불만이 있어요. 그래도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 조성국 플랜트노조 국장
‘주52시간제’는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노동 가치를 제고하자는 찬성 측 근로자들의 목소리와 ‘배고픈 워라밸’ 대신 장시간 일하고 수당을 받고 싶다는 반대 측 근로자들의 입장이 상충해서다. 하지만 노동계 관계자들은 17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수당보다는 여유 있는 삶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주52시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플랜트·자동차 등 노동계 ‘주52시간제’에 “기본적으로 찬성”
지난 2018년 2월 국회 문턱을 넘은 ‘주52시간제’는 그해 7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최초로 시행됐다. 이후 2020년 1월 1일에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됐다. 오는 7월 1일에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시행 범위가 늘어난다. 사실상 전면 시행을 앞둔 셈이다.
이에 김형균 현대중공업노조 정책실장은 “많은 근로자가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일부 근로자들은 의견이 다르다”면서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잔업수당 등이 줄어 수입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성국 플랜트노조 충남지부 국장은 “우린 단기 근로자가 많다 보니, 근로시간 제약으로 수당이 줄어드는 데 대한 일부 반발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주52시간제’ 이후 공사 기간이 늘어나 오히려 고용 안정성이 확보돼 많은 근로자가 도입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6개월이나 9개월 단위로 근로하는 플랜트 건설 현장이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공사기간이 길어졌다는 설명이다. 조 국장은 “본래 9개월이었던 플랜트 공사 기간이 1년으로 늘어나 퇴직금을 받아가는 근로자들도 있다”고 했다.
이동헌 르노삼성차노조 수석부위원장도 “‘주52시간제’에 근로자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주52시간제’ 도입 전에는 토요일에도 수당을 받으며 일했지만, 현재는 월·화·목·금 주 4일 잔업과 월 2회 특근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당을 조금 덜 받더라도 워라밸을 지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일부 산업 현장서 ‘주52시간제’ 준수하지 않기도
정부는 2018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 3,600여 곳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를 시행하면서 6개월의 계도기간을 뒀다. 2020년 1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주52시간제’를 확대 시행하면서는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오는 7월부터 확대 시행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의 ‘주52시간제’ 도입에는 계도기간이 없다. 이로써 내달 1일 이후로 5인 이상 사업장은 ‘주52시간제’를 준수하지 않으면 모두 처벌받게 된다.
만약 사업장이 ‘주52시간제’를 위반하면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는다. 이후 다시 위반하면 근로기준법 제11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산업 현장에서 ‘주52시간제’를 준수하지 않아도 ‘별 탈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형편이다. 대표적으로 건설 현장 사무직이 있다.
김지용 건설기업노조 홍보부장은 “건설 현장 사무직들은 ‘주52시간제’ 도입 이후에도 전혀 변함이 없다”면서 “주 52시간은커녕 80시간까지 일하는 근로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로자가 직접 증거를 모아서 신고해야 하는데, 그러면 생계가 걸린 직장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많은 위반 사례가 있음에도, 지금껏 신고 건수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가 직접 신고할 수 없는 만큼,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계 “‘주52시간제’가 뿌리산업 생존 위협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조선과 플랜트 등 이른바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사업장에 ‘주52시간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경총 등 5개 경제단체는 지난 14일 여의도 소재 중기중앙회에서 “인력난이 심한 뿌리·조선업 44%가 ‘주52시간제’ 도입에 준비가 안 돼 있다”면서 “특히 27.5%는 7월 이후에도 ‘주52시간제’ 준수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 최소한 이들에 대해서 만이라도 계도기간 부여가 꼭 필요하다”는 공동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형균 현대중공업노조 정책실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면서 “유럽 등 노동법 선진국들은 ‘주40시간제’를 도입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어 “세계 경제 순위 10위권인 한국이 OECD 근로시간이 2위라는 건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에 ‘주52시간제’를 안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국 플랜트노조 국장도 “‘주52시간제’는 사람 목숨 살리는 제도”라면서 “실제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플랜트 근로자들의 과로가 줄면서 산업재해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이어 “‘주52시간제’로 인당 근로시간을 제약하니까, 신규 채용이 늘어나 고용률이 올라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동헌 르노삼성차노조 수석부위원장은 “50대 이상 근로자들 일부는 초과근무를 해 수당을 받고 싶어하기도 하지만, 40대 이하 젊은 근로자들은 수당을 받지 않고 워라밸을 지키는 데 더 큰 가치를 둔다”면서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 산업 현장에 ‘주52시간제’가 연착륙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지용 건설기업노조 홍보부장도 “지금 건설 현장에서 ‘주52시간제’ 도입으로 행복한 건 근로자가 아니라 사용자”라면서 “주 68시간 일했을 때는 16시간분의 수당이라도 지급했는데, 지금은 똑같이 일해도 합법의 테두리인 52시간 근로만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주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과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법부터 준수하고 뿌리산업 위협 운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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