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최저임금] ④ 시급 8350원으로 보름간 살아보니
[기획특집-최저임금] ④ 시급 8350원으로 보름간 살아보니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9.09.30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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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74만 5150원. 지난해 책정된 최저임금으로 한달 일했을 때 받는 월급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은 각종 나쁜 경제지표의 원흉이 된 동시에 근로자에게는 단비가 됐다. 지난 2017년 인상률은 16.4%, 이듬해에는 10.9%로 고공상승한 최저임금은 정말 생활에 도움이 될까.

(그래픽=뉴스포스트)
(그래픽=뉴스포스트)

지난 15일부터 30일까지 보름 간 최저임금으로 생활해보기로 했다. 절반으로 나누면 78만 9395원이다. 평소 가계부를 쓰지 않는 성격이라 많은 돈인지 적은지 감이 오지 않았다. 막연하게 저축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사 근처 반지하 원룸을 전세로 구했기 때문에 고정지출인 주거비는 크게 들지 않았다. 매달 전세자금대출 이자 5만 7천 원과 함께 관리비 명목으로 5만 원을 집주인에게 보낸다. 공과금 역시 3~5만 원 선에서 해결됐다. 보름을 따져서 절반인 7만 8500원을 제외하고 71만 895원이 남았다. ‘저축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알뜰히 살아서 저축 50만 원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1주차, 스트레스성 소비?

15일 첫날부터 5만 4200원을 썼다. 주말에는 부모님이 계신 경기도 외곽 지역에 머무는데, 매주 일요일 종교활동을 위해 교회에 가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택시를 탄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털어놓자면 목적지에 도착해 택시비를 계산할 때까지 ‘최저임금 보름살기’ 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30분만 일찍 일어날 걸.’ 휴대폰으로 날아오는 요금 1만 100원에 마음이 아팠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카페를 세 번이나 갔다. 모두 다른 지인들과 만나기 위해서였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초조했다.

최저임금 보름살기 1주차. 지난 15일~22일까지 일주일 간 가계부다. (사진=김혜선 기자)
최저임금 보름살기 1주차. 지난 15일~22일까지 일주일 간 가계부다. (사진=김혜선 기자)

다음날인 16일에는 일부러 점심을 먹지 않았다. 전날 매운 음식을 먹어 속이 안 좋기도 했고, 카페에 세 번이나 갔다는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당 대표가 갑자기 광화문에서 ‘삭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촉박한 시간에 택시를 잡아타고 나섰다. 왕복 3만 7200원이 나왔다. 슬픈 마음에 피자를 시키고 1만 9500원을 지불했다. 야근을 하면서 ‘난 바보야’라고 중얼거렸다.

17일은 마음을 굳게 먹고 1만 5700원을 썼다. 저녁은 먹지 않고 점심으로 도시락전문점에서 5700원짜리 밥을 시켰다. 편의점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7000원짜리 백반을 먹었다. 요리를 할까 생각을 하다가 엄두를 내지 못했다. 평소에도 요리를 잘 하지 않는다. 1인분만큼 재료를 구하기 어렵기도 하고 애써 만들어놓은 음식은 하루 이틀 만에 상해버리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고 들린 마트에는 임금님표 쌀이 4kg에 2만원이 넘었다. 반찬거리를 더해 사면 돈을 더 써야했다. 마음 편한 ‘외식’을 택한 이유다.

18일, 느닷없이 ‘그 날’이 찾아왔다. 마침 여성용품도 다 떨어진 상태였다. 인터넷 배송으로 여성용품을 샀다. 1만 8,150원이 훅 나갔다. 애꿎은 생리대 회사를 욕했다. 생필품인 여성용품은 전 세계적으로 독과점 시장이라고 하던데, 모든 일의 원흉처럼 느껴졌다. 점심에는 백반을, 저녁에는 친구와 만나 ‘거하게’ 먹었다.

19일은 운이 좋았다. 점심을 선배에게 얻어먹었다. 간식으로 편의점에서 빵과 우유를 산 게 전부였다. 20일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점심과 저녁을 모두 때웠다. 이쯤 되니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 불안한 마음에 극도로 돈을 아끼고, 또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아 무분별하게 쓰는 이상한 소비습관이 든 것 같았다. 오늘은 정말 아껴야지, 다시 다짐하는 순간 통신요금 5만 5510원이 납부됐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허탈했다.

2주차, 적금을 포기했다

최저임금 보름살기 2주차에 접어들자 처음에 정해뒀던 적금을 줄이자는 결론을 내렸다. 생활이 된 소비습관을 바꾸기 어려웠다. 주말에 또다시 택시를 탔고 9800원을 냈다. 이날에도 두 번이나 카페에 갔다. 저녁은 먹지 않았다.

두 번째 월요일인 23일에는 점심 값으로만 돈을 썼다. 저녁을 먹지 않고 곧바로 잠들었다. 다음날인 24일은 선배가 밥을 샀다. 퇴근 후 산책을 하다가 ‘공유 킥보드’가 눈에 띄었다. 한 번만 타보고 싶었다. 그날 킥보드 값으로 3040원을 썼다. 잠깐 스피드를 즐기는 데 3천 원이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킥보드를 타고 마트에 갔다는 것이다. 충동적으로 맥주 한 박스와 돗자리, 컵라면을 샀다. 4만 5930원이 나갔다.

최저임금 보름살기 2주차. 22일부터 30일까지 가계부. (사진=김혜선 기자)
최저임금 보름살기 2주차. 23일부터 30일까지 가계부. (사진=김혜선 기자)

25일. 한 번만 타보자고 했던 공유킥보드 타기에 재미를 들렸다. 출근길에 한 번, 점심시간에도 한 번 탔다. 식사는 언젠가부터 패스트푸드로 때우기 시작했다. 26일에는 사뒀던 돗자리를 쓰고 싶었다. 싸구려 감성이라도 분위기를 내고 싶어 다이소에 들러 전구를 샀다. 공유 킥보드를 타고 한강으로 향했다. ‘소확행’이 바로 이런 것인가.

27일, 두 명의 친구가 생일을 맞았다. 대단한 선물은 아니지만 케이크 정도는 해주고 싶었다. 저녁에는 생일을 맞은 친구와 회를 먹었다. 이날은 1/n로 4만 5333원이 나왔다. 저녁엔 공유 킥보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최저임금 보름살기의 마지막 주말 아침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또 택시를 탔다. 이날은 카페에 가지 않고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은 친구와 사 먹고 돌아왔다. 계획없이 쓴 생활비에 정산 결과가 두려웠다. 지난 한달 간 쓴 교통비는 6만 1900원. 집과 직장이 가깝기 때문에 가능한 금액이다. 교통비와 통신비 5만 원 가량을 반으로 나누면 5만 8,705원이다.

생각보다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보름간 생활을 정산하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당연히 ‘파산’을 생각했지만, 쓴 돈은 주거비를 합해도 65만 5928원이었다. 최저임금 절반보다 13만 3,467원이 남았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기 전인 2017년도 월급 135만 2230원(시급 6470원)이었어도 마찬가지다. 주거비가 거의 들지 않으니 잉여자금 2만 787원이 남는다.

만약 회사 근처 전셋집을 얻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지난 2월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교통비용을 고려한 주거부담 수준 측정 및 정책 활용방안’에 따르면, 수도권 임차가구는 매달 주거비로 68만 7000원, 교통비로 11만 7000원을 평균적으로 부담한다. 주거비는 거의 10배, 교통비는 2배를 더 써야 한다. 이런 조건이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파산을 면치 못하게 된다. 매일 패스트푸드를 먹고 취미는 공유킥보드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도 말이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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