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적용 안 되는 ‘5인 미만 사업장’…해고 자유로워
전체 근로자 16%…합법적 예외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이번에도 배제됐다. 최근 대체공휴일 확대를 골자로 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되면서 휴일이 늘어나게 됐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근로기준법과 충돌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합법적 예외지대’이기도 하다. <뉴스포스트>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을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최근 주말과 겹치는 모든 공휴일에 대체공휴일을 적용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올해 광복절(일요일)부터 대체 공휴일이 적용된다. 다만 모두가 동일하게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가 쉴 수 있는 ‘법정 휴일’이 아닌 탓에 사업장 규모별로 도입 시기가 다르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근로기준법 개정 이전에는 근로자가 유급으로 쉴 수 있는 ‘법정 휴일’은 근로기준법상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 뿐이었다. 2018년 개정을 통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휴일도 일반 회사의 유급휴일로 지정됐는데, 기업의 부담을 감안해 사업장 규모별로 시행시기를 다르게 뒀다. 구체적으로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30~299인 사업장은 2021년 1월 1일부터, 5~29인 사업장은 2022년 1월 1일부터 ‘관공서의 공휴일’에 쉴 수 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영세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관공서 휴일은 물론 이번 대체공휴일 적용 대상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가 됐다.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지 않는 근로기준법 내용과 충돌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쉬는 날까지 차별과 배제가 된다는 점에서 ‘휴일의 양극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뭐가 다를까?

5인 미만 사업장이 그 외의 사업장과 가장 큰 다른 점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근로기준법에 적용되는 근로시간, 연차 등에서 차이가 난다. 우선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시간제한이 없고, 연장근로(초과근무), 야근, 주말 근무 등의 가산 수당이 없다. 또한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 시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고, 연차휴가 및 생리휴가 부여 의무도 없다. 근로자 해고 시 사용자는 서면 통지를 하지 않아도 되고, 부당 해고 시에도 구제신청이 불가능하다. 아울러 안전조치 부실로 인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

물론 근로기준법 제11조 제2항에서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위 사항을 제외한 근로기준법의 기본적인 사항들(최저임금, 퇴직금, 휴게시간, 주휴수당, 근로계약서 작성 등)은 반드시 지켜야 할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해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산후의 여성이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사용자는 해고하기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근로시간이 4시간 이상인 경우 30분, 8시간 이상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하고,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임산부의 야간, 휴일, 시간외 근로가 제한되고 산전후휴가를 줘야 한다. 아울러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 중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할 경우 휴업보상 등을 실시해야 한다. 연장근무 및 야간수당 등은 받지 못하더라도, 연장근무를 한 임금(가산수당 제외)은 지급해야 한다.

“형평성 논란 여전”

통계청 사업장 규모별 적용 인구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수는 121만 개로 전체 사업장(184만 개)의 65.76%에 해당되며, 근로자 수는 503만 명으로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절반은 도·소매업(26.8%), 숙박·음식점업(20.3%), 개인 서비스업(9%) 등 생활 밀집형 업종이다. 편의점, 빵집, 카페, 식당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자 수와 근로자 수가 모두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작고 영세해 각종 법안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형평성 논란, 차별 문제 등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체휴일법 제정에서도 생산 차질과 인건비 증가 등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논리가 반영되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됐다. 이에 대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박탈감은 더욱 큰 분위기다. 수당보다는 다른 사람이 쉬는 날에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자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까닭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법의 예외가 5인 미만 사업장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영세 사업장의 열악함을 방치하거나 혹은 양산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부도 이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근 간담회에서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라고 밝혔다. 당장 적용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사업주 부담, 현장 적용 가능성 등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다음 편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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