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코로나 재택근무 일주일은 OK...한주 더는 글쎄?
[체험기] 코로나 재택근무 일주일은 OK...한주 더는 글쎄?
  • 이별님 기자
  • 승인 2020.03.06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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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부터 재택근무...코로나 19 감염병 확산 방지
저녁 있는 삶 펼쳐져...업무 능률은 다소 떨어져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6일 본지 취재진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자택에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달 말 <뉴스포스트>는 3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팀장급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취재진을 포함한 일선 기자들은 지난 2일부터 일주일 동안 자택에서 업무를 보았다.

코로나 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이 대구와 경북 지역은 물론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본지가 위치한 서울 송파구에서도 이날 기준 13명의 코로나 19 확진 환자가 나왔다. 현장 취재가 주 업무인 언론사 기자들은 타인과 접촉하는 일이 잦아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또한 본의아니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예기치 못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본지에서도 재택근무 조치를 내린 것이다.

(사진=이별님 기자)
(사진=이별님 기자)

긴장의 연속에서 익숙함으로

입사 이래 처음으로 자택에서 업무를 보게 된 기자는 재택근무 첫날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자칫하다가 농땡이(?)를 부린다는 오해를 받을까 걱정한 기자는 평소 출근 시간인 오전 9시보다 한 시간 일찍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날 주요 과제는 공적 마스크 구매를 위해 동네 약국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면 마스크를 제외하면 자택에 마스크가 없던 상황. 마스크도 구매하고 현장 취재도 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길 바랐다.

현장 취재라고 할지라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만큼 동네 반경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감염병 확산 방지와 예방이라는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자가 갈 수 있는 곳은 동네 약국 정도. 약 한 시간 동안 동네 약국들을 탐방하고도 마스크 1장 못 건진 기자는 온라인 메신저로 데스크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그날의 업무를 이어갔다. 사내 데스크탑 컴퓨터로 업무를 보는데 익숙해진 탓에 어깨가 통증이 상당히 심했다.

 

2일 본지 취재진이 다녀간 구로구 인근 약국. (사진=이별님 기자)
2일 본지 취재진이 다녀간 자택 인근 약국. (사진=이별님 기자)

근무일수가 늘어날수록 첫날과는 달리 긴장감은 떨어졌다. 노트북 앞에 앉기 시작하는 시간이 출근 시간과 가까워졌다. 자택에서 자그마한 노트북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기사를 작성하는 데 익숙해져 갔다. 어깨가 아파오면, 파스를 붙이며 대충 넘어갔다. 취재는 전화와 같은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졌다. 취재수첩이 회사에 있는 탓에 집안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노트를 부랴부랴 준비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모두 코로나 19와 관련된 취재였다.

수요일이 지나자 재택근무가 몸에 완전히 익숙해졌다. 점심시간과 같은 자유 시간을 이용해 밀린 집안일을 하기도 했다. 이불 빨래 등 바쁜 출근길에는 하기 불가능한 가사일이 대부분이었다. 점심에 세탁기에 돌린 이불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전부 건조됐다. 재택근무가 아니었으면 또다시 미뤘을 것이다.

회사에서 업무를 진행할 때는 마주하기 힘든 반가운 경험도 있었다. 퇴근한 이후에나 볼 수 있던 이웃들을 해가 중천에 떴을 때도 마주칠 수 있었다. 자택 인근에 거주하는 이웃은 기자에게 “재택근무도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응원하면서도 “마스크는 항상 쓰고 다녀라”라고 당부했다. 집 앞이라는 이유로 잠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기자에게 코로나 19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재택근무, 솔직한 소감은?

긴장했던 첫날을 제외하면, 재택근무 일주일 간 비교적 편안한 환경에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밀린 집안일을 할 수 있었고, 반가운 이웃도 마주했다. 출퇴근 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었다. 평소라면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을 시간에도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일주일 동안 근무 시간에 피로감을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날이 어두워진 다음에야 집에 도착했던 평소와는 달리 해가 떠있을 때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꿉꿉한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를 끼고 퇴근하는 시간이 사라지니 자유 시간이 늘었다. 과거 한 대선후보가 주창했던 ‘저녁 있는 삶’이 일주일간 펼쳐졌다. 모든 직장인들이 꿈꾸는 저녁 있는 삶이 코로나 19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피어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거짓말할 수는 없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재택근무가 업무 능률을 다소 떨어트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고 느낀다. 침대는 코앞이고, 어깨는 점점 아파온다. 주변에는 기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침대에 눕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재택근무 사실을 주변에 알리자 지인들의 연락이 증가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곁에서 치우지 않은 이상 업무에 집중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또한 점심 식사는 자택에 구비해 둔 인스턴트로 때우기가 다반사였다. 움직임은 평소보다 획기적(?)으로 줄었다. 가뜩이나 운동 부족인 직장인들이 건강을 해치기 좋은 환경이다. 코로나를 피해 실내에만 머무르다가 ‘살이 확 찐 자’가 된다는 유머글이 머리를 스쳤다. 

SNS에 돌고 있는 '확찐자' 게시물.
SNS에 돌고 있는 '확찐자' 게시물.

본지를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 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재택근무를 대안으로 놓고 있다. 확진 환자 1명이 다녀가면 건물 전체를 폐쇄해야 하는 시국에서 재택근무는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저녁 있는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만큼 업무 능률의 중요성도 알게 된 시간이었다. 일주일은 괜찮지만, 한주 더는 곤란하다. 코로나 19가 하루빨리 종식돼 평범한 일상이 찾아오길 바란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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