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두환 씨가 1년 만에 광주에 왔다.
27일 전두환 씨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이날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재판은 광주지법 형사8단독이 201호 대법정에서 진행했다. 같은 날 오전 전씨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나와 차량에 몸을 실었다. 부인인 이순자 씨와 동행했다.
앞서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5·18 유공자이기도 한 조 신부는 생전에 1980년 5월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이에 5월 단체와 조 신부의 유가족들은 발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전씨를 고소했고, 전씨는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정장 차림에 마스크를 착용한 전씨는 법원 앞에 몰려있는 수많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자택 앞에서도 전씨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도 말없이 승용차에 올라타 광주로 향했다. 지난해 광주지법 앞에서 발포 명령을 부인하냐는 질문에 인상을 쓴 채 “이거 왜 이래”라는 답변을 남긴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씨가 광주를 방문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전씨 측은 치매를 앓고 있다는 등 건강상 문제를 주장하며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가 바뀌면서 전씨의 불출석 사유서가 거부 됐다. 전씨 측은 출석 의사를 밝히는 대신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부인을 법정에 동석하게 해달라고 신청했다.
또다시 전씨가 광주를 방문하자 법원 인근에서는 5월 어머니회 등 5월 단체 회원들이 5·18 진상규명과 전씨의 사죄, 구속 등을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법원 인근에 설치된 무릎 꿇은 전씨 동상을 분노한 유족들이 때리거나 발로 짓밟기도 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전씨에게 분노한 5월 단체의 항의가 거셌지만, 정작 전씨는 재판 중에 졸았다는 후문이 돌고 있다. 검찰 측이 공소장 난독을 시작하자 전씨는 눈을 감았다 떴다는 반복했다고 전해진다. 재판 시작 40여 분이 지나자 전씨는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앞으로 떨구며 조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