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인터넷전문은행법)’이 29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 반대 기자회견 하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 채이배 민생당 의원. (사진=김혜선 기자)
인터넷전문은행법 반대 기자회견 하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 채이배 민생당 의원. (사진=김혜선 기자)

당초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여야 지도부 합의로 지난 3월 5일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었지만, 여야 184명 의원 중 찬성 75인, 반대 82인, 기권 27인으로 부결된 바 있다. 당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법안 표결 직전 반대 토론에 나섰는데, 표결 이후 민주당의 이탈표가 쏟아져 반대토론이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또다시 인터넷전문은행법이 통과돼 이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 본회의 표결을 거치게 된다. 정무위에서는 소속 위원 중 제윤경 민주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고 민병두 정무위원장과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기권했지만, 나머지 10명 의원이 찬성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법사위로 넘어갔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왜 또다시 국회로 돌아오게 됐을까.

은산분리 완화부터 KT특혜 논란까지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 인터넷 은행이 출범하며 지난 2018년 탄생했다. 우리나라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 원칙에 의해 카카오나 KT등 대기업이 은행 지분을 가져갈 수 없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신성장, 규제혁신 정책에 의해 인터넷전문은행법이라는 특별법이 탄생했고, 산업자본의 주식보유 한도를 34%까지 허용했다.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됐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인터넷전문은행법은 다양한 안전장치가 달렸다. 산업자본이 ‘공정거래법 위반’ 시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 부결된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이 ‘안전장치’인 공정거래법 위반 시 대주주 자격 박탈 조항을 삭제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KT가 담합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함에 따라 KT 대주주 적격심사에 빨간불이 켜지자 마지막 안전장치마저 제거하려는 시도가 나왔다. 대주주 자격요건에 공정거래법 위반은 제외하는 <KT 특혜법안>이 지난 3월 5일 본회의에 상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정무위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법 역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산업자본에 대주주 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 의원은 “불과 55일 전 본회의에서 부결된 특례법 수정안과 사실상 취지가 같은 법안을 또 다시 본회의에 상정시키는 것은 비정상적‧비상식적 시도”라면서 “20대 국회가 우리 경제의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일을 처리하면서 1+1 행사하듯 법안을 패키지로 묶고, 막판 떨이하듯 초치기로 처리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채이배 민생당 의원 역시 해당 법이 ‘KT특혜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29일 추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전문은행법은) 불공정거래행위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규정 외에 공정거래법 상의 대부분의 조항들을 위반해도 산업자본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정거래법 상의 조항을 어겨도 금융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문제를 그대로 둔 산업자본 특혜 법안”이라고 말했다.

채이배 의원 역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미래통합당과 합세해 특정 은행에 특혜를 주는 법안을 정무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면서 “공정위의 가장 악질적인 행위인 담합에도 은행 대주주 자격을 주겠다는 것은 노골적으로 KT에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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