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올해 71세인 저는 어린 편에 속합니다. 한국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피해 유족들은 대부분 80~90대로 연로합니다. 이번에 통과된 과거사법이 비록 미비하다고 할지라도, 과거사위가 빨리 만들어져 한시라도 서둘러 이분들의 한을 풀어드리길 바랄 뿐입니다”

한국전쟁유족회가 공개한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발굴 장면. 유해와 함께 탄피로 추정되는 물체가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뉴스포스트 DB)
한국전쟁유족회가 공개한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발굴 장면. 유해와 함께 탄피로 추정되는 물체가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뉴스포스트 DB)

22일 한국전쟁유족회 김복영 회장은 이날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안’(이하 ‘과거사법’) 통과에 대해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한국전쟁 당시 태어나기도 전에 보도연맹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었다는 그는 “개정안이 100%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시민사회단체와 언론, 일반 국민분들의 관심 덕에 제20대 국회 막판에 통과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앞서 지난 20일 열린 제20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는 과거사법이 발의된 지 7년 만에 통과됐다. 이번 개정안은 2010년 기간 만료로 해산했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의 활동을 재개해 조사가 완료되지 못하거나 추가로 드러난 국가폭력 사건들을 다시 조사한다는 게 골자다. 조사 기간은 3년을 기본으로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자행된 한국군 민간인 학살 문제 등 국가폭력 사례들이 조사 대상이다.

기존의 과거사위는 2005년 1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약 5년간 활동했다. 5년 동안 8,450건의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리는 등 구체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한국전쟁 당시 자행된 민간인 학살 문제를 전부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학살 피해 유족들은 제19대 국회에서 과거사법이 발의된 이후부터 약 7년간 싸웠다.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7년 투쟁 끝에 과거사법이 간신히 통과됐지만 국가폭력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배·보상 조항이 빠져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크다. 미래통합당의 삭제 요구를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면서 법안 내용에서 빠졌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배·보상 문제는 제21대 국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유족들은 과거사법 통과 자체에 대해서는 의의를 두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전쟁유족회 허순자 사무국장은 본지에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유족들의 7년간의 고생 끝에 과거사법이 통과됐다. 이 때문에 미비한 점이 있더라고 결과물을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도 “대부분 유족이 아쉬워하는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통과된 과거사법의 미비점은 배·보상뿐만이 아니었다. 김 회장은 “배·보상 문제뿐만 아니라 청문회가 공개가 아닌 비공개로 진행되는 점도 미비점”이라면서 “과거사위 상임위원이 과거 참여 정부 당시 15명이던 게 이번에 9명으로 줄어든 점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과거사법의 미비점 보완의 공은 제21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절차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과거사법이 또다시 개정되기 위해서는 빨라도 수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한국전쟁유족회 측은 전망했다.

김 회장은 “올해 71세인 저는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하지만, 한국전쟁 국군 민간인 학살 유족 대부분이 80~90대로 연로하신 분들이 많다”며 “과거사위가 한시라도 빨리 만들어져서 이분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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