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예식을 취소할 경우 위약금을 물지 않도록 표준 약관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한 웨딩홀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한 웨딩홀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는 물류창고, 운송택배물류시설, 콜센터, 결혼식장, 장례식장 등 이용자가 많고 안전관리가 취약한 업종 및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일시적인 집합금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 (사진=뉴시스)

3일 공정위 약관심사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감염병 관련해서 위약금 규칙이나 감경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사업자 단체를 만나고 있다”며 “정부의 집합금지명령으로 결혼식을 못하게 될 경우 사업자건 소비자건 ‘면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예식업종 관계자들과) 면책사유와 (위약금) 감경사유를 규정하려고 논의 중”이라며 “윤곽은 잡힌 상태로 이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시행 방침을 밝히면서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은 결혼식장 위약금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의 심각성 및 방역 조치 강도에 따라 1~3단계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나눴는데, 2단계가 시행되면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다. 3단계는 1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며, 스포츠 행사와 공공 다중시설 이용 등이 금지된다.

하지만 일부 예식장에서 하객 ‘보증인원’을 줄여주지 않으면서 예비 부부들은 수백 수천여 만 원의 위약금을 강제로 떠안을 위험에 놓였다. 한 예비 부부는 지난달 30일 청와대 청원에서 “(취소가 될 경우) 예식당일은 예식 총 금액의 전부인 100%를 배상해야 한다. 100% 배상이면 최소800만원에서 1500만원의 금액을 저희가 다 떠안아야 되나”고 호소했다.

당초 공정위의 예식장 이용 표준약관에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인 경우 위약금 없이 취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감염병의 경우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5월 당정협의를 통해 여행·예식 등 분쟁이 잦은 업종을 대상으로 감염병 확산 정도에 따라 계약 해제 시 위약금 및 환불 기준을 마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한국예식업중앙회 등 예식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식이 불가능할 경우 ‘연기’를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한국예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식장은 다른 업종과 달리 결혼식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끝이 아니다. 미루면 되기 때문에 감염병으로 인해 예식이 불가하면 연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예비 부부가) 결혼식을 미루지 못하겠다고 하시면, (취소하고) 받았던 돈을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약관 개정 초안에 위약금 없이 환불하는 내용이 담겼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공정위 약관 개정 관련) 초안은 나와 있는 상태”라며 “현재 업계 의견을 모으고 있고, 오는 10일까지 공정위에 의견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저희는 (약관 개정 협의) 진도가 빠른 상황”이라며 “예식업은 지난 3월에도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해드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식장은 식사비로 수익을 내는데 하객들이 많이 오셔야 수익이 남는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면 50명 갖고 예식을 해야 하는데, 미루는 게 낫다”며 “50명으로 결혼식을 하겠다고 하면 하겠지만, (기존 보증인원 식사비) 전액을 달라고 하겠느냐. 그렇게는 안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 표준약관이 발표되더라도 기존 계약자들에 소급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따른 예식장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공정위는 예식을 미루는 과정에서 과도한 위약금을 받는 업체가 적발될 경우 약관법에 따라 기존 약관을 무효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약관 무효를 선언하면 해당 업체는 향후 기존 약관을 사용해 계약을 체결할 수 없고, 향후 소송에서도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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