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는 수순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5일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아시아나항공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달 15일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아시아나항공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날 “계약상 진출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다. 또 HDC현산은 다음 달 중순부터 약 12주 동안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에 대한 재실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이는 앞서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HDC현산에 계약서상 주요 선행조건이 마무리됐다며 거래를 종결하자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에 대한 답변을 한 셈이다.

HDC현산은 재실사를 통해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의 급증 ▲당기순손실의 큰 폭 증가 ▲2020년 큰 규모의 추가자금 차입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매수인의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점 ▲부실 계열에 대규모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금호티앤아이 전환사채 상환 관련 계열사 부담 전가 등을 다시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2조5000억 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빅딜’이 ‘노딜’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HDC현산이 계약 해제 전 충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탓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실사를 요구한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연과 관련한 책임을 모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탓으로 돌린 것도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가겪을 깎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 재무상태가 지난해 보다 악화된 것도 HDC현산이 인수 포기를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6281%다. 지난해 말 1386%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때문에 HDC현산 내부에선 본업도 부진한 상태에서 부실덩어리인 아시아나항공을 떠안을 경우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채권단의 관리 아래 고강도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은 분리매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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