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귀하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음성입니다.”
20일 오전 송파구 보건소에서 날아온 한 통의 문자로 벌렁이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자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광복절 집회 취재에 나갔었다.
카드 내역을 확인해보니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오후 3시 36분에 내려, 5호선 광화문 역에서 4시 6분에 집회 현장을 빠져나갔다. 총 28분 정도 집회 현장에 있었는데, 장소를 빠져나오자마자 마스크를 갈아 끼우고 비누로 손을 벅벅 문질러 닦았다. 가져온 소독제로 소지품을 모조리 소독했다.
그러고서도 찝찝한 마음에 최대한 개인적 외출을 자제했다. 발열이나 기침 등 증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지만 최근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의 코로나19 확진 뉴스가 줄줄이 나오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결국 지난 19일 회사에서는 전 직원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기자는 인근에 위치한 선별진료소로 향했다.
당초 연휴가 끝난 지난 18일부터 검사를 받기 위해 1339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연결에 실패했다. 송파구보건소 역시 통화 연결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직접 가서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한 후 오후 5시 30분 경 보건소 앞에 도착했다.
선별진료소인 송파구 보건소 앞에는 이미 20여 명의 사람들이 1m씩 의자를 두고 떨어져 앉아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색하게 자리에 앉으니 앞에 앉은 사람이 ‘앞쪽으로 가서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끼워라’고 말했다. 앞으로 가니 직원이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어 “광화문 집회에 다녀왔다”고 답했다. 곧바로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끼고 다시 뒤쪽에 앉았다.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보건소 직원이 차트를 들고 보건소 방문 이유를 물었다. 기자 앞뒤에 앉은 시민들은 전부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고 답했다. 대부분 중장년이었지만, 멀리 앞쪽을 보니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한 시민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 집회에 다녀온 사람들을 20명 넘게 만났다. 자식이 하도 ‘검사를 받고 와라’ 성화여서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도 했다. 곳곳에서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이 검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이날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은 성실하게 방역지침을 따르고 있으니 다행이었다.
문진표에는 신원과 직장명, 증상 유무 등을 적는 란이 있었다. 보건소 직원은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순서에 맞춰 검사실 앞으로 가니 말로만 듣던 ‘워킹 스루’ 부스가 있었다. 광화문 체류시간을 밝히고, 이름이 적힌 분홍색 통을 받았다.
컨테이너 속 의료진은 면봉 두 개로 기자의 코속과 입을 채취했다. 왼쪽 콧구멍으로 면봉을 깊숙이 넣는데 재채기가 나올 정도로 간질거렸다. 코 채취 전 ‘마스크를 코 밑으로만 내려라’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입 안 역시 목구멍 가까이 면봉을 문질러 닦아 채취했다.
순식간에 검사가 끝나자 뒤쪽에 통을 넣고, 선별진료소를 빠져나왔다. 선별진료소 출구에는 비닐장갑을 버리는 쓰레기통과 소독제가 비치돼 있었다. 온 몸에 소독제를 뿌리고, 집까지 도보로 귀가했다.
한편,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에 이어 광화문 발 확진자도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경북에서 발생한 코로나 환자 5명 중 1명은 사랑제일교회 방문자, 4명은 광화문 집회 참석자였다. 서울 강남구에서도 집회에 다녀온 할머니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주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광화문 집회 참석자를 대상으로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경기도는 지난 18일 광화문 집회 참석자에 이달 말까지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19일에는 서울과 제주도, 광주시, 강원 정선군에서도 행정명령이 발동됐다. 인천시 역시 이날 진단검사 이행 행정명령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