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출퇴근길서 만난 시민들...생기 잃고 침묵
- 역사 밖에선 마스크 없이 걷거나 조깅하는 시민들도
- 코로나19 바이러스, 코를 통해 폐로 침투...마스크 바르게 써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지난 23일 자정을 기점으로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다. △16일 서울과 경기 지역 △19일 인천 지역 등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한 이후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세 자릿수 이상 나오면서, 정부는 해당 조치를 전국 단위로 확대했다.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하루가 지난 24일 9호선과 4호선, 경의중앙선 등 지하철 출퇴근길 모습을 살펴봤다. (사진=이상진 기자)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하루가 지난 24일 9호선과 4호선, 경의중앙선 등 지하철 출퇴근길 모습을 살펴봤다. (사진=이상진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따라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대면으로 모이는 사적·공적 집합과 행사 등이 모두 금지됐다. 전시회와 박람회, 공청회, 강연 등 행사는 물론, 결혼식과 장례식, 돌잔치 등 경조사 모임도 집합금지 대상이다. 

이를 어길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와 확진자 발생 시 입원비와 치료비, 방역비 등에 대한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뉴스포스트>가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다음날인 24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의 출퇴근길 표정을 살펴봤다.
 


지하철 출퇴근길...사회적 거리두리 2단계에 생기 잃은 시민들


지하철에서 만난 시민들은 작은 기침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지하철에서 만난 시민들은 작은 기침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턱스크'를 한 일부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진=이상진 기자)

기자는 9호선과 4호선, 경의중앙선을 출퇴근 시간에 찾았다. 지하철에서 만난 시민들의 얼굴은 한결같았다. 모두 마스크 뒤로 진짜 표정을 감춘 채 스마트폰에 시선을 내리꽂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전 지하철에서 가끔 들리던 통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민들의 입가엔 침묵만 맴돌았다. 기자를 포함한 시민들은 복원을 기다리는 회색빛 명화처럼 생기를 잃은 채 목적지로 향했다.

“큼큼” 

어디선가 난 기침소리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부동자세를 풀었다. 시민들은 범인을 색출하는 형사처럼 불안스레 소리의 근원을 찾는 데 분주했다. 몇몇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착용했던 마스크 매무새를 다시 했다. 기자도 멀쩡히 붙어있던 마스크의 이어링을 괜스레 살짝 만졌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어서 전염병 우려가 줄어든 탓이었을까. 출퇴근길 지하철 밖에선 마스크를 벗고 걷거나 아예 마스크를 소지하지 않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하철 게이트를 나서자마자 급히 마스크를 휴지통에 버린 채 어딘가로 뛰어가는 시민도 보였다.

역사 밖으로 나와 걷는 길 위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무색한 광경도 펼쳐졌다. 출퇴근 시간에 운동하는 일부 시민들은 마스크를 한 손에 들고 걷거나, 거친 호흡을 내쉬면서 조깅하기도 했다. 이들은 출퇴근길을 걷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 곁을 스쳐지나갔다. 
 


지하철선 ‘턱스크’, 역사 밖은 마스크 벗고 조깅...전염병 예방 시민의식 필요


역사 밖에서 만난 일부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무색하게 마스크를 벗고 걷거나 뛰었다. (사진=이상진 기자)
역사 밖에서 만난 일부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무색하게 마스크를 벗고 걷거나 뛰었다. (사진=이상진 기자)

높은 시민의식의 발현 또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주는 위협 때문인지, 지하철 역사와 지하철 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이른바 ‘턱스크’나 마스크로 입만 가리고 코를 내놓은 시민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역사 밖은 출퇴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과 마스크 없이 운동하는 시민들의 동선이 겹치기도 했다. 

마스크는 입과 코는 물론 얼굴을 최대한 가려야 비말 차단 효과가 크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역학 연구팀은 코를 노출하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달 국제학술지 ‘Cell’에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 들어온 코로나 바이러스는 구강인두(oropharynx)을 통해 폐로 침투한다. 코를 가리지 않으면 마스크를 쓰는 효과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자신과 타인을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또 바르게 착용하는 시민 의식이 필요한 때다.
 


※참고자료
Yixuan J. Hou et al, SARS-CoV-2 Reverse Genetics Reveals a Variable Infection Gradient in the Respiratory Tract, Cell, Volume 182, Issue 2, 23 July 2020, pp.429-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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