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최근 미래통합당의 ‘극우 거리두기’가 노골적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되고, 일부 극우 개신교 세력이 방역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국민적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25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광화문 집회와 관련 없는 통합당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안간힘을 그만 두라”며 “민주당에서는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지역 장소 가리지 않고 전국 대규모 감염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광화문 집회 및 극우 세력과의 ‘선 긋기’를 이어갔다. 주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서 소위 극우라고 하는 분들과 통합당은 다르다. 일반 국민이 (극우와 통합당을) 뭉뚱그려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저런 생각(극우)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중도층 국민들이 통합당을 편하게 지지할 수 있다는 조언을 받고 있다”며 “전문가들의 조언 쪽으로 (당 운영) 방향을 잡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극우 세력은 통합당의 ‘핵심 지지층’이었다. 지난해 10월 25일 전광훈 씨가 주도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광화문 시위에는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 4·15 총선 이후 통합당은 무리한 투쟁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 되기 직전인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통합당은 임대차 3법 통과 등 여당 폭주의 대응방안으로 장외투쟁을 검토하는 등 ‘투쟁식’ 노선을 붙들고 있었다.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내 장외투쟁 요구에 “우리가 길에 나가서 외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간곡히 만류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과 뜻을 같이 하면서도 “국회에서 176석의 힘으로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고 (우리가) 할 일이 없다면,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도 고민해야 하지 않느냐”며 투쟁식 정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수 ‘소신파’들을 시작으로 통합당 지도부까지 극우 세력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 뚜렷이 보인다. 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차명진 전 의원 등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정치인을 강하게 비판하고 “그 심리세계를 한번 진단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의 인적 풀도 이제 교체되어야 한다. 썩은 피 내보내고 새 피를 수혈해야 보수도 더 건강해지고 우리 사회도 더 건강해진다”고 적었다.

방역 당국에 ‘음모론’ 제기하는 극우 세력

이러한 통합당의 거리두기는 최근 일부 극우 세력에서 보이는 비이성적인 방역 방해 행태에 전 국민적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수도권 감염에서 가장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25일 0시 기준 총 915명(교인 및 방문자 564명, 추가 전파 237명, 조사 중 114명)으로 지난 12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무서운 속도로 폭증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집회. (사진=김혜선 기자)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집회. (사진=김혜선 기자)

여기에 일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입원한 병원에서 탈출하는 등 소동을 일으키며 여론의 분노를 샀다. 지난 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교인 황모 씨(56)는 격리 치료 중이던 파주병원을 이탈해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소재 한 카페에서 붙잡혔다. 경북 포항에서도 지난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여성(48)이 도주 뒤 붙잡혔다. 이 여성은 8월 중순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주에 거주하는 또다른 여성 교인(68)도 지난 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으니 다른 병원에서 재검진을 받겠다”며 휴대전화를 꺼놓고 강남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급기야 사랑제일 교회 신도인 한 50대 부부(경기도 포천)는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하기 위해 찾아온 보건소 직원에 “나는 증상이 없는데 왜 검사받아야 하나. 너네도 걸려 봐라”며 신체를 접촉하고 주변에 침을 뱉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부부는 교회 측이 제출한 명단에 포함돼있었고, 광화문 집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들의 코로나19 검사 불신은 앞서 교회 측의 기자회견 내용과 비슷하다. 교회 측 공동변호인단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회 신도들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양성 판정을 받게 된 바이러스 수치와 정확한 검사 결과 분석표를 당국에 정보공개 청구할 예정”이라며 “정부가 결정하는 검사 대상자들의 범위와 검사량에 따라 얼마든지 오르락내리락하는 확진환자 숫자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방역 당국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검사받은 사람들의 확진 비율을 나타내는 양성률도 서울지역 검사자에 비해 수십 배 높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지난 12일 처음으로 특정 종교 집단에서 한 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난 뒤 그 사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미 3~4번 정도 감염이 확산된 것을 발견했다. 그 교회를 중심으로 15일 광화문 집회가 같이 연결되면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 측에서) 명단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여러 방해가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 측에서는 정부 측에서 요청하는 교인 명단을 모두 공개했다며 “방역에 적극 협조했음에도 대통령이 이를 은폐하고 ‘방역 방해’라고 하면 사랑제일교회와 집회 참가자들을 사악한 음모를 가진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8·15집회 참가자 국민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 교회 측에서는 25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권에 대항하는 사랑제일교회와 집회 참가자에 대해서만 유별나게 다른 방역지침을 갖고 협박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21일 밤부터 22일 새벽까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랑제일교회를 압수수색하고 교인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교회 측에서는 당초 전광훈 씨가 집회에 초청을 받아 5분 연설을 했을 뿐, 광화문 집회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압수수색에서 교회 측이 작성한 광화문 집회 계획과 회의록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측은 교회 측이 최초로 제시한 교인 및 방문자 4066명과 비교해 명단을 속인 게 확인되면 고발 조치하고 손해 배상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통합당 ‘지지율 하락’ 막아라

주 원내대표가 “통합당은 극우와 다르다”며 적극적인 거리두기를 시작한 것은 실제 극우 세력과의 결탁이 오히려 당 지지율을 하락시킨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통합당에 “전광훈을 설득하고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에 진단검사를 권고하라”며 ‘야당 책임론’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통합당은 최근 부동산 이슈로 여당 지지율을 일시적으로 앞섰다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다시 역전당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지난 18일부터 나흘간 전국 유권자 2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은 전주대비 4.9%포인트 높아진 39.7%를 기록한 반면 통합당 지지도는 전주대비 1.2%포인트 떨어진 35.1%에 그쳤다고 24일 밝혔다. 통합당은 직전 같은 여론조사 기관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 앞섰지만, 바로 다음 주인 이번 조사에서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밖으로 다시 뒤쳐졌다.

리얼미터 측은 정부·여당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기대와 바람에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가 동반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의 지지율 추격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했다는 분석도 있다. 통합당의 경우 민주당의 ‘전광훈 프레임’이 적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화문 집회 등으로 지지율 상승세가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극우 손절’ 타이밍이 다소 늦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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