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 1971년 대선부터 시작된 수도 이전의 불씨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대통령과 정부가 주도했던 앞선 1970년대와 2000년 초반과는 달리 이번에는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사태 해결의 목적으로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들고 나오면서 의제 자체가 정쟁화됐기 때문이다. 이미 한 차례 위헌 결정이 났던 행정수도 이전이 또 다시 국론 분열의 불씨로 재점화 된 상황. <뉴스포스트>는 본 기획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쟁점과 최선의 해법 등을 4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저는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길거리 국장, 카톡 과장을 줄이려면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합니다. 아울러 더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2020년 7월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국회 이전을 골자로 하는 ‘행정수도 완성’ 카드를 꺼내든 표면적인 이유는 ‘부동산 문제 해결’ 때문이었다. 이후 민주당은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을 결성하고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청와대·국회 이전은 정말 고질적인 수도권 과밀 해결의 ‘묘수’가 될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완성추진단-국정과제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완성추진단-국정과제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동산 광풍 해결, 수도 이전이 능사 아니다

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이후 수도 이전은 정치권에서 즉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자연스럽게 수도 이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도 이뤄졌다.

김 원내대표의 연설 이틀 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수도 이전 찬반을 조사한 결과, 이전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3.9% 반대는 34.3%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8%였다.

그런데 같은 달 27일 이뤄진 여론조사를 통해 다소 모순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같은 조사업체에서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를 조사한 결과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5%, ‘공감한다’는 40.6%였다. 수도이전엔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서 부동산 과열은 식지 않을거라는 시민들의 의식이 나타난 것.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같은 달 31일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행정수도 서울시 유지에 49%가 지지했고, 세종시로의 이전에 42%가 지지했다. 이달 15일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조사한 결과로는 행정수도 이전 찬성 45.6%, 반대 48.3%였다.

이러한 국민의 ‘직감’은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한다. 도시 간 인구이동의 원인은 크게 △경제적 요인 △문화적 요인 △정책적 요인 등에 따라 갈린다. 수도권의 경우 일자리가 몰려있고 지속된 개발로 인프라가 집중돼 인구를 끌어드리는 경제·문화적 요인 두 가지를 갖고 있다. 정부에서 ‘톱 다운’ 식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해도 지방에서 일자리와 인프라가 탄탄하지 않다면 인구분포 불균형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국내 인구이동과 관련한 선행 연구(강은택 2014, 김성태 외 1997, 박성익 2006, 박추환 외 2006, 신현곤 1998, 이은우 2005)에서도 인구이동의 요인 중 ‘경제적 요인’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선정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인구집중의 가장 큰 요인은 고학력, 젊은층의 취업관련 이동이 주를 이룬다. 지난 6월 10일 국토연구원과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공동 기획·발간한 ‘균형발전 모니터링 & 이슈 브리프’ 제1호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인구 순이동(전입-전출) 인구는 20대가 7만5593명을 기록해 10년전(2009년 5만2544명) 대비 늘었다. 이는 전체 수도권 유입인구 중 78.9%로 상당수를 차지한다.

흥미로운 점은 수도권의 인구 유입이 지난 10년 간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2017년을 기점으로 비수도권→수도권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에 1만 6006명이던 수도권 순유입은 2년 만에 8만2741명(2019년)으로 폭증했다. 지역별로는 충남, 세종, 제주, 충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도권으로의 이동이 일어났는데,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수도권 인구증가의 주요 동력으로 2기 신도시 개발과 대규모 택지개발을 꼽았다.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도시개발이 오히려 지방의 인구를 끌어들였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의 주택 가격을 완화하기 위해 선택한 신도시 개발이 오히려 수도권 과밀화 악순환을 가속화시켰다는 것. 결국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지방에 인프라를 확충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균형발전’이 해결책으로 귀결된다.

한편, 서울의 부동산 광풍은 단순한 지방 인구 유입(수요), 혹은 도시 개발(공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애초에 서울 부동산 과열 문제는 공급이 모자라느냐 투기 수요 문제냐에 이견이 많다. 수요의 측면에서는 서울의 인구 유출이 매년 일어나지만, 서울 주택 수요는 서울 내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감정원 아파트매매 거래현황에 따르면, 1분기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 4만9810건 중에서 외지인 거래 비중은 26.6%를 차지했다. 지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 이전이 일부 수도권 인구의 분산 효과를 불러일으키더라도 ‘부동산 과열’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 보인다.

세종시는 실패한 정책일까

그렇다면 세종시는 실패한 정책일까. 노무현 정부 당시 2012년 출범한 세종시는 정부기관이 몰려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를 품고 있다.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당초 정부의 계획보다 인구증가가 일어나지 않았고 △수도권 인구분산 효과가 크지 않으며 △오히려 충청권 인근 지역의 인구가 이동하는 ‘빨대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는 이유를 꼽는다.

이재오 수도이전반대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 상임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수도이전 반대 토론회에서 “노무현 정부에서는 세종시로 행정기관 등이 내려가면 세종시의 인구가 50만 명이 되고 서울 인구가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10년이 넘었음에도 세종시 인구는 30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고, 수도권 인구는 오히려 늘었다”며 “결론적으로 말하면 수도 이전은 균형발전, 수도권 인구억제 효과가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기 위한 인구로 행복도시 50만 명을 설정했다. 다만 행복도시 인구 설계는 활력단계, 자족적 성숙단계, 완성단계 등 3단계에 걸쳐 오는 2030년까지 구상된 장기 계획이다. 2020년 현재는 자족적 성장단계(2016~2020년)로, 이 시기 목표 인구수는 30만 명이다. 지난 7월 31일 기준 행복도시(외국인 제외) 인구수는 25만 7012명으로, 완성단계까지 절반 정도를 달성했다. 아직 세종시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꾸준히 인구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 세종시의 몸집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지만, 세종시 인구유입은 지난 2015년에 정상을 찍고 난 후 점점 감소하고 있다.

수도권에서의 유입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2년~2018년 행복도시의 유입인구 대부분(62.5%)이 충청권 등 주변지역이었다. ‘수도권 유입’은 26.3%에 그쳤고, 타시도 유입은 11.2%였다. 세종시가 충청권 주변지역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빨대 효과’가 크다는 우려도 있다. 통계청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의 경우 세종시 출범 이전(2010~2013) 시도간 전출 인구가 2만5000여 명을 맴돌다가 세종시가 출범한 뒤 2014년 3만7346명, 2015년 4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반대로 오히려 세종시의 등장으로 지방의 수도권 유입이 둔화됐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균형발전 모니터링 & 이슈 브리프’에서 국토 인구집중도를 분석하고 극심한 수도권 집중 현상이 행복도시(세종)과 혁신도시 건설 추진 이후 완화됐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세종시의 ‘빨대 효과’가 오히려 지방의 수도권 유입을 완화시키는 성과를 보여줬다는 것. 통계청 자료에서도 충청도의 서울 전출은 세종시 출범 전후 기간에 줄어들었다가 최근 2년 새 상승하는 그래프를 보인다. 이 기간에 충청도의 세종시 전출이 눈에 두드러지게 상승하다가, 서울 전출이 상승한 시기 둔화된 모습을 보인다.

충청북도~서울, 충청북도~세종으로의 인구이동 그래프. (사진=통계청)
충청북도~서울, 충청북도~세종으로의 인구이동 그래프. (사진=통계청)

 

충청북도~서울, 충청북도~세종으로의 인구이동 그래프. (사진=통계청)
충청남도~서울, 충청남도~세종으로의 인구이동 그래프. (사진=통계청)

우리나라의 인구중심 역시 1955년 이후로 꾸준히 서울 방향인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세종시 출범 이후 이동 폭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연구(김재태, 2015)도 있다. 이 연구에서는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면서 2014년과 2015년에는 세종으로의 순이동이 경기도의 절반을 넘는 수준으로 인구유입이 되고 있고, 제주특별자치도로의 급격한 인구유입의 증가가 1955년부터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던 북쪽 방향으로의 중심이동을 주춤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사진=김재태 외, “우리나라 인구이동 및 인구중심의 변천에 관한 연구”)
5년 주기로 인구중심이 크게 북서쪽으로 이동하다가 2010~2015년 이동속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사진=김재태 외, “우리나라 인구이동 및 인구중심의 변천에 관한 연구”)

종합하면, 세종시 출범 이후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완화되지 않았지만, 급격히 진행되는 과밀화가 주춤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최근 행복도시(세종)와 혁신도시로의 인구 유입이 소폭 감소하는 추세”라며 “2019년 인구집중도가 다시 증가하고 있어, 균형발전 정책효과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17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이동이 순유출에서 순유입으로 전환되는 등 수도권 인구집중 완화효과가 한계에 달함에 따라 균형발전과 지역 간 인구불균형 완화를 위한 새로운 동력 창출이 요구된다”고 했다.

참고문헌

강은택, “지역별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 결과에 관한 연구”

강은택, “수도권으로 인구이동에 따른 경제력의 세대 간 이동성에 관한 연구”

김성태 외, “한국 지역간 인구 이동의 경제적 결정요인”

박성익, “지역별 인구 변동 및 경제적 요인분석: 패널자료를 이용한 회귀분석 및 요인분석”

박추환 외, “지역노동력 이동의 결정요인 연구”

신현곤, “이주의사결정에 있어 경제적 요인의 역할:확률적 효용모형의 적용을 통한 인구특성별 차별적 행태파악을 중심으로”

이은우, “지역간 인구이동이 소득결정에 미친 영향”

김재태 외, “우리나라 인구이동 및 인구중심의 변천에 관한 연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균형발전 모니터링 & 이슈 Brief, “인구의 지역별 격차와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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