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강의 재탕하거나 수업 자료만 올려놓기도...원격수업 질 낮다”
- 원격수업 불만족 대학생 71.3%...등록금 인하하자는 의견은 96.1% 달해
- 수도권 49개 대학 ‘10만원 장학금·지역쿠폰’ 등으로 1학기 등록금 반환
- 수천억 원 쌓인 사립대학 누적적립금, “적립금 인출해 교육 여건 개선해야”

코로나19가 대학등록금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원격수업’이 그동안 대학가에 층층이 쌓였던 등록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모양새다. “원격수업의 질이 형편없어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대학생들의 불만은 “대학등록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성토로 바뀌어가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4부에 걸쳐 대학등록금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본다. 1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온 원격수업 시국의 등록금 반환 운동과 등록금 수준의 적정성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임지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대표 겸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장과 함께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대학등록금 문제를 짚어본다.

3부에선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연구소장으로부터 대학 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4부에선 김효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과 등록금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시작은 원격수업이었다. 각 대학이 코로나19 확산 속 마련한 비대면 수업 방식이 발단이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면 비대면 수업 대학은 26.2%, 대면수업과 비대면수업 병행 학교 27.7%, 실험·실습·실기만 대면수업을 진행하는 대학이 31.3% 등이었다. 반면 전면 대면수업을 운영하는 학교는 1.5%에 불과했다.

대부분 대학이 지난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원격수업을 지속하는 것이다. 대학 측은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고육지책에서 누가 희생하고 있느냐다. 대학생들은 고육지책의 희생양이 자신들이라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원격수업의 질을 떠나 기존 대학등록금 수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

<뉴스포스트>는 기획 기사 1부에서 원격수업의 질과 등록금 반환 운동, 우리나라 대학등록금 수준의 적정성 등을 짚어본다.
 


“질 낮은 원격수업, 수업료 반환하라!”...일부 대학 지역쿠폰으로 등록금 반환하기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는 지난 5월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를 발족했다. 6월 말까지 전국 대학생 4,000여 명이 전대넷의 등록금 반환 운동에 소송인단으로 참여했다. 전대넷은 지난 7월 학교 측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소송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학등록금 반환 소송에 나선 전국 대학생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제공)
대학등록금 반환 소송에 나선 전국 대학생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제공)

전대넷은 “원격수업으로 실험실습이 제한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등록금을 내는 예체능계와 이공계 차등등록금이 의미가 없어졌다”, “등록금엔 도서관이나 열람실, 학생회관 등 학교 시설 이용 비용도 포함돼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학생이 피해를 본 금액을 학교 측이 반환해야 한다” 등을 소송 이유로 들었다.

이는 현장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4년재 대학생 A 씨는 “질 낮은 원격수업으로 수업권이 침해받은 사례가 많다”면서 “몇 년 전 강의를 재탕하거나, 아예 수업 영상 없이 강의 자료만 올려놓고 자습하라는 교수님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근 전대넷이 전국 대학생 5,3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원격수업 등 코로나19 확산 속 교육에 대해 불만족한 학생은 71.3%에 달했다. 특히 2학기 학사 제도 운영에도 56.6%의 학생이 불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등록금 인하의 필요성에 대해선 설문조사에 응한 학생 가운데 96.1%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학생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등록금을 일부 반환한 대학들도 있다. ‘청년진보당 코로나시대 대학생 권리찾기 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수도권 73개 대학 가운데 49개 학교가 ‘코로나 특별 장학금’ 등 1학기 등록금 반환에 나섰다.

등록금을 반환한 49개 대학 가운데 10만 원 반환이 14곳으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 대학은 등록금 책정액의 2.5%~10%까지 반환 금액이 다양했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 대비 적은 반환 금액도 문제지만, 반환 방식도 지적받고 있다. 대학들은 생활비성 장학금이나 수업료 장학금 등 ‘시혜성 장학금’ 형태로 등록금을 반환했고, 심지어 일부 대학은 ‘지역 쿠폰’으로 반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지혜 전대넷 공동대표는 26일 <뉴스포스트>에 “장학금은 시혜적인 측면이고, 등록금 반환은 피해보상의 의미인 만큼 둘은 명확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대학이 원격수업으로 입은 ‘수업권 침해’에 대한 피해보상 성격의 반환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 사립대학 등록금 수준 OECD 4위, 국공립대학은 8위


원격수업으로 촉발된 등록금 반환 논의의 불똥은 등록금 수준의 적정성으로 옮겨붙었다. 애초에 대학등록금 수준이 너무 높게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임지혜 전대넷 공동대표는 “단순히 원격수업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고액의 등록금이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김인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이날 김인철 회장은 등록금 반환에 대해
김인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이날 김인철 회장은 등록금 반환에 대해 "대학생들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실제 해외 사례와 비교해보면 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최상위권이다. 한국 사립대학 등록금 수준은 OECD 37개 회원국과 9개 비회원국 등 46개국 가운데 8,760달러(약 1,058만 원)로 4위다. 3위인 일본(8,784달러)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1위는 미국 2만 9,478달러, 2위는 호주 9,360달러 순이었다.

지난해 기준 △미국 GDP 21조 4,277억 달러 △일본 GDP 5조 817억 달러 △호주 GDP 1조 3,926억 원 등인 것에 비하면 GDP가 1조 6,463억 달러인 한국의 등록금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사립대학 등록금이 2위인 호주의 경우 국공립대학이 전체 대학의 92%를 차지해 사실상 사립대학 등록금이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 국공립대학 등록금은 4,886달러(약 590만 원)로 8위를 차지했다.
 


한국 사립대학 등록금의존도...정부·대학 책임 강화해야


김효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코로나19로 돌아보는 사립대학 재정,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립대학교의 ‘등록금 의존도’는 53.8%에 달한다. 교비회계 수입총액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인 것이다. 이는 학교 지출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대학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사립대학 재정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사립대학 측이 줄어드는 학생 수에 대비해 등록금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으로 전가된다. 교비회계에서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것이 고질적인 사립대학 등록금 문제를 야기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립대학이 교비회계에 축적한 ‘누적적립금’은 지난해 기준 7조 8,919억 원에 달했다. △홍익대 7,570억 원 △연세대 6,371억 원 △이화여대 6,368억 원 △수원대 3,612억 원 △고려대 3,312억 원 △성균관대 2,477억 원 △청주대 2,431억 원 △계명대 2,310억 원 △동덕여대 2,230억 원 △숙명여대 1,866억 원 등으로 조사됐다.

김효은 연구원은 “2016년 기준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 486달러로, OECD 평균 1만 5,556달러의 2/3에 불과하다”면서 “‘정부책임형사립대학’을 도입해 등록금에 의존해온 사립대학 재정 구조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어 “대학 스스로도 적립액을 최소화해 누적적립금이 많은 대학은 적립금을 인출해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뉴스포스트>는 2부 기획 기사에서 임지혜 전대넷 공동대표를 만나 등록금 반환과 등록금 수준의 적정성 등에 대한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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