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용기본재산 63% 차지하는 토지, 수익률 낮아...재원 마련 위해 토지 정리해야
- 사립대 학교법인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규정된 재정 부담도 학생에게 전가하고 있어
- ‘정부책임형사립대학’으로 사립대학 등록금 의존도 낮춰야...정부 8조 추가 투자 필요
- 알 수 없는 예산 많은 적립금...사립대 종합감사 정례화와 정보공개 투명성 높여야

코로나19가 대학등록금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원격수업’이 그동안 대학가에 층층이 쌓였던 등록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모양새다. “원격수업의 질이 형편없어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대학생들의 불만은 “대학등록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성토로 바뀌어가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4부에 걸쳐 대학등록금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본다. 1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온 원격수업 시국의 등록금 반환 운동과 등록금 수준의 적정성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임지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대표 겸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장과 함께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대학등록금 문제를 짚어본다.

3부에선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연구소장으로부터 대학 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4부에선 김효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과 등록금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사립대학 수익용기본재산에서 토지가 63%를 차지합니다. 연간 수익률은 1.2%에 불과해요. 2018년 기준 예금이자인 1.6%보다도 낮은 수익률입니다. 교육부에서 토지를 처분하고 수익률을 개선하라고 해도, 대학들이 그걸 무시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죠, 납득이.”

김효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4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립대학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낸 등록금을 적립하는 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걸 상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고등교육을 사립대학에 떠넘긴 정부는 이제라도 OECD 기준으로 교육 투자를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은 연구원은 지난 7월 <코로나19로 돌아보는 사립대학 재정, 문제점과 개선방안> 발제문으로 국내 사립대학의 민낯을 분석한 바 있다. 이날 취재진은 김 연구원을 만나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대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 소재 대학교육연구소에서 진행했다.

김효은 연구원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문제에 정부와 학교법인, 사립대학 모두 책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김효은 연구원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문제에 정부와 학교법인, 사립대학 모두 책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우리나라 사립대학 고등교육, 뭐가 문제인가요?
“정부와 사립대 학교법인, 사립대학 모두 문제가 있는데요. 정부는 해방 이후 우리나라 고등교육을 방치했어요. 당시 정부는 우리나라의 높은 고등교육 열망을 감당할 재정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학교법인에 고등교육을 떠넘기다시피 했죠. 그 결과 우리나라 대학 가운데 사립대학 비율이 85%에 달하고 있습니다. 학교법인은 대학을 설립해 놓고선 대학 재정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고요. 대학은 학생이 납부한 등록금을 학생에게 사용하지 않고 적립해왔습니다.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죠.”

- 사립대 학교법인이 어떤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지요?
“학교법인은 법인전입금으로 대학 재정에 기여하는데요. 2018년 기준 법인전입금 총액은 6,804억 원이었습니다. 전체 교비회계 수입총액의 3.7%에 불과했어요. 또 사립대 법인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에 따라 사립대 교직원의 사회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데, 50.8%만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 부족액을 학교에 전가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법에 법인부담금 전부 또는 일부 부족액을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학교가 부담하게 하는 예외조항이 있어요. 전체 학교법인의 43%가 6년째 연간 3,000억 원 규모의 교직원 사회보험료를 학교 재정으로 때우고 있습니다.”

- 사립대 학교법인은 대학을 지원하기에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합니다만.
“학교법인은 그렇게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왜 재정확장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나요? 본인들의 법적 재정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해야죠. 법인의 수익용기본재산 가운데 토지가 6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오는 연간 수익률은 1.2%에 불과합니다. 2018년 기준 예금이자율 1.6%보다도 낮은 거죠.”

- 학교법인은 수익용기본재산인 토지를 용도 변경하기도, 매각하기도 쉽지가 않다고 하는데요. 대부분 토지가 매각이 잘 이뤄지지 않는 곳에 위치했다는 설명입니다.
“사립대 학교법인이 보유한 토지는 평가액 기준으로 보면, 땅값이 비싼 서울이나 경기 파주, 동두천, 용인 등에 집중적으로 분포했습니다. 심지어 제주도에도 땅이 있어요. 최근 5년 동안 제주도 땅값이 굉장히 많이 올랐잖아요? 이 금싸라기 땅들이 매각이 안 된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2018년 전체 학교법인의 토지 평가액은 5조 8,852억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2014년 5조 91억 원 대비 8,762억 원 늘었죠. 17.5%가 늘어난 건데요. 이렇게 학교법인이 수익도 나지 않는 땅을 가지고 있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됩니다, 납득이. 그러니까 학교법인이 수익은 생각지도 않고 자산만 불리려는 게 아니냐,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하는 겁니다.”

- 학교법인 토지를 정리해야 한다는 말인데, 토지 이외에 어떤 수익 모델을 가져가야 한다고 보시는지?
“대학교육연구소가 제안하는 건 토지 수익률이 너무 낮은 까닭에, 수익률이 높은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는 겁니다. 리스크가 있는 유가증권에 신중하게 투자하든지, 차라리 예금하든지요. 토지 수익률보다 예금이자가 높으니까. 교육부도 매년 ‘사립대학(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서’에서 ‘저수익 재산을 고수익성 재산으로 전환해 수익을 증대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교육부 권고를 무시하고 계속 토지를 보유하고 있죠. 저희는 교육부가 조금 더 강하게 권고해야 한다고 봅니다. 토지를 다른 재산으로 바꿔서 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요.”

- 사립대학 재정 운용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셨는데요. 각 대학의 누적적립금 문제인가요?
“그렇죠. 대학마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학적립금이 문제입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사립대학 교비회계 가운데 학생이 낸 등록금이 53.8%를 차지하고 있어요. 금액으로는 9조 8,450억 원입니다. 등록금은 원칙적으로 적립할 수 없어요. 그런데 사립학교법은 교육시설에 쓰는 건물감가상각비에 한해 등록금을 적립하는 걸 허용했습니다. 2019년 기준 누적적립금이 홍익대 7,570억 원, 연세대 6,371억 원, 이화여대 6,368억 원, 수원대 3,612억 원, 고려대 3,312억 원 등입니다. 학교법인이 법적 지출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등록금수입으로 건물감가상각비를 적립하는 건 학생들에게 지출 부담을 이중으로 지우는 행태입니다.”

- 대학 측은 누적적립금이 학생 교육과 연구를 위한 ‘저축’ 개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그동안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재정난을 호소했어요. 그러면서도 학생들이 납부한 등록금을 적립해서 수천억 원의 누적적립금을 쌓았죠. 교육과 연구를 위해서라는 주장은 근거가 약합니다. 학생들의 학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교내장학금과 기타 교육여건은 최근 5년 동안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대학이 자체 지급하는 교내장학금은 2014년 2조 1,509억 원에서 2018년 2조 1,334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어요. 교육여건 관련 지출이 답보인 상황에서 누적적립금을 계속 쌓는다는 게 타당할까요? 등록금만큼은 학생들에게 온전히 쓸 수 있게 하는 법개정이 필요합니다. 대학도 적립액을 최소화하고, 누적적립금이 많다면 인출해서 교육여건을 개선해야죠.”

- 우리나라 사립대학 등록금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요. 대학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존폐 위기를 맞는 사립대도 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할 방안을 제언한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 486달러입니다. OECD 평균인 1만 5,556달러 대비 낮죠. 정부는 그동안 방치한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해요. 두 가지 방안이 있는데요. 하나는 ‘정부책임형사립대학’을 추진해야 하고요. 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내국세를 일정 비율 대학에 교부하는 거죠.”

'청년하다' 등 대학생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8일 국회 앞에서 '사학비리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대학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년하다' 등 대학생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8일 국회 앞에서 '사학비리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대학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부책임형사립대학’은 재원 마련 방안이 문제일 것 같은데요.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장학금 제도를 완전하게 시행하는 게 첫 단추라고 봅니다. 지금 국가장학금은 여러 제약이 있어요. 소득 기준과 학점 기준, 또 대학마다 다른 등록금 수준도 감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생에게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으로 ‘반값등록금’부터 실현해야 합니다. 등록금이 한 학기에 500만 원이라면, 250만 원을 국가장학금으로 주는 거죠. 400만 원인 학생에겐 200만 원을 국가장학금으로 주고요.
이렇게 학생에게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으로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면, 이거를 학생이 아니라 학교에 직접 지급하도록 전환하는 겁니다. 그래서 명목상 등록금 자체가 ‘반값’으로 책정되도록 하는 거죠. 정부 예산이 직접 사립대 재정에 투입되면 정부가 사립대 등록금 인하를 견인하는 정부책임형사립대학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재원으로 약 8조 원 정도가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 정부 지원을 말하기 전에 사립대 교비회계의 투명성 제고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두 가지가 동시에 가야 합니다. 최근 고려대학교 감사결과 보셨죠? (웃음) 이런 게 사실 정부가 사립대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기본적으로 사학비리는 내부 구성원의 고발이 아니면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교육부 감사 자체가 인력 부족과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굉장히 어려워요. 아직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들도 많습니다.
대학들이 정보공개의 투명성을 훨씬 높여야 한다고 봐요. 적립금 가운데 알 수 없는 예산이 엄청 많아요. 대학들은 적립금 예산의 수입과 지출을 뭉뚱그려서 공시하고요. 투명성이 제고돼야 정부 지원도 이뤄지는 거죠. 대학교육연구소가 주장하는 건 내부 구성원이 일정 정도 이상인 대학은 정기적으로 종합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면 해주세요.
“코로나19가 고등교육의 많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원격수업과 등록금 반환, 등록금 수준의 재고, 정부와 학교법인, 사립대의 책임 등이요. 이런 논란들은 본질적으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비롯됐습니다. 이번 논란을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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