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른 수건 짜듯 교비회계 쥐어짠다...코로나19 방역 비용 등 추가 지출
- 하버드대 적립금 48조원...韓사립대 전체 적립금 7조9000억원 수준 불과
- 적립금은 미래 학생 위한 투자금...함부로 헐어 등록금 반환하기 어렵다
- 학교법인 수익용기본재산 ‘토지’에 ‘부동산 투기 의혹’ 적절치 않아
코로나19가 대학등록금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원격수업’이 그동안 대학가에 층층이 쌓였던 등록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모양새다. “원격수업의 질이 형편없어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대학생들의 불만은 “대학등록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성토로 바뀌어가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4부에 걸쳐 대학등록금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본다. 1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온 원격수업 시국의 등록금 반환 운동과 등록금 수준의 적정성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임지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대표 겸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장과 함께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대학등록금 문제를 짚어본다.
3부에선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연구소장으로부터 대학 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4부에선 김효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과 등록금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마디로 억울할 겁니다. 사립대학 교비회계와 적립금, 수익용기본재산 등을 둘러싼 오해가 많아요. 우리나라 정부는 해방 이후 높은 교육열을 감당할 재정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교육을 사학 학교법인에 위탁했다고 보면 되는데요. 이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지 않은 채 사립대학에 채찍만 휘두르는 경우가 많죠.”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 소장은 3일 취재진에게 “사립대학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는 도중에 코로나19까지 만난 최악의 상황”이라면서 “재난 상황에서 기존의 재정난이 심화한 만큼, 등록금 인상의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뉴스포스트>는 백정하 소장을 만나 △코로나19로 촉발된 등록금 반환 문제 △대학 누적적립금 사용 문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불러온 수익용기본재산 등 사립대학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인터뷰는 서울시 금천구 서부샛길 소재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에서 진행했다.
- 대학생들은 코로나19 확산 시국에서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대학이 원격수업을 시행하면서 학교 편의시설과 기자재 이용이 제한된 학생들은 당연히 등록금을 반환하라고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학생들 주장은 당위는 있지만, 현실성은 없습니다. 왜냐면 오프라인 대학들은 고정 지출 때문에 등록금을 반환할 여유가 없습니다. 2018년 기준 사립대학 전체 인건비가 7조 8,000억 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관리운영비도 1조 9,800억 원이 나가죠. 이게 고정적으로 나가는 데다가, 최근엔 코로나19 방역비용이 추가로 나가고 있습니다.”
- 학교법인이 자신이 부담해야 할 경상비를 학생이 낸 등록금을 전용해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학교법인들이 초반에는 법적으로 규정된 학교의 운영비 등을 지원해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재정적 애로사항으로 지원해주기가 어려워집니다. 삼성이나 두산 같은 이런 그룹이 재단이면 이윤 남는 걸 대학에 투자할 수가 있겠지만, 기업이 아닌 학교법인들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여건이 없어서 꾸준한 투자가 어렵죠. 실제로 재정상으로 많은 학교법인들이 어렵습니다. 현재는 교육부 허락을 받아서 교비회계에서 그와 관련된 부분을 충당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 학교 경상비 부담을 학생과 학부모들 부담으로 돌리는 것처럼 들립니다만.
“그동안 대학교육은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이뤄졌어요.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 편의나 서비스 수준에 따라 등록금을 낸다는 것인데요. 지난해 기준 학생 1인당 ‘교육비 환원율’을 보면 사립대학은 평균 205%, 국공립대학은 453% 등이었죠. 예를 들어 등록금 100만 원을 낸 사립대학 학생은 205만 원의 교육 투자를 받았고, 국공립대학 학생은 453만 원의 교육 투자를 받았다는 거죠. 교육비 환원율은 2009년 등록금이 동결된 이후에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낸 등록금의 2~4배 이상을 학생에게 돌려주는 대학이 경상비 부담을 전가한다는 얘기는 맞지 않습니다.”
- 대교협은 꾸준히 등록금 인상의 당위를 주장하는데요. 현재도 같은 입장일지요?
“네, 등록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법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최근 3년간 평균 물가인상률 1.5배 이상 못하게 돼 있습니다. 등록금 인상을 한다고 해서, 크게 오르는 게 아니라는 거죠. 등록금 인상 관련해선 학생과 학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사립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렇게 물어보는 거죠.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서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냐?’, ‘등록금을 조금 인상해서 교육의 질을 높이겠느냐?’, 어떤 것을 선택할지 학생과 학부모님들에게 물어보는 겁니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등록금을 인상하고 수준 높은 교육 받기를 원하실 겁니다. 기본적으로 인건비가 올라가고,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계속 동결하고 갈 수는 없는 거니까요. 대학 재정은 코로나로 더 어려워졌습니다. 수입은 줄고, 방역 등 추가 지출 사항도 있고요. 마른 수건을 지금까지 짜고 있는데, 얼마나 더 짤 수 있을지 우려가 큽니다.”
- 학기 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사립대학 등록금 수준이 높다는 데는 동의하시는지요?
“흔히 지난해 OECD 지표를 많이 인용하시는데요. 해당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사립대학 등록금은 4위, 국공립대학은 8위죠. 명목상 등록금이 높은 수준이라고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인 등록금은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봅니다. 2009년 반값등록금 논의로 지금은 한국장학재단에서 국가장학금을 지원해주고 있고요. 또 대학마다 운용하는 각종 장학금도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높은 수준도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고등교육은 투자 없이 질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들의 국제경쟁력 수준이 낮아지고 있어요. 그동안은 10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해도, 과거 투자 관성으로 쭉 올라갔는데, 지금은 꺾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적자가 큽니다. 지금 대학마다 말을 안 하셔서 그렇지 상당히 어렵습니다. 교직원 인건비도 축소하고, 서울에 있는 큰 대학들은 예산 짜실 때 회의비나 이런 것들도 축소하고요.”
- 교비회계에서 등록금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관련해서 수입원과 재원의 다각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봐요. 우리나라 사립대학 등록금 의존도는 2018년 기준 54% 정도인데요. 그만큼 교비회계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죠. 대학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이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등록금 의존도를 낮춰가야 합니다. 그 방안에 대해선 대교협도 연구해야겠지만, 교육부와 기재부 등 정부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교비회계 재원의 다각화 방안을 대학에 제시해줘야 합니다.”
- 교비회계 재원과 관련해 각 대학의 ‘누적적립금’이 지적받곤 합니다. 대학에 따라 수천억 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쌓아놓고 학생을 위해 쓰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쌓아놓고 쓰지 않는 게 아니라, 필요한 때를 위해 저축하는 개념입니다. 사립대학은 캠퍼스 구축이나 건물 시설에 투자하려면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의 지출을 해야 할 때가 있어요. 이때 누적적립금을 사용합니다.”
- 건물감가상각비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부분으로 보이는데요. 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적립금으로 등록금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보실지요.
”건물감가상각비 외에 나머지 적립금을 헐어서 다 써버리면, 지금 학생들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미래 학생들의 교육의 질은 심각하게 떨어질 우려가 큽니다. 교육 장비 등을 최신식으로 유지해야 하거나 어느 때 어느 연구 예산이 필요할지 모르는데, 이때 사용할 적립금이 없으면 투자가 안 되는 거죠. 그럼 등록금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할 텐데, 이건 악순환입니다. 미국 하버대는 적립금이 48조 원, 예일대학은 36조 원인데요. 외국 사립대학들은 수십조 원 규모의 적립금을 통해 교비회계 건전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 지난 9월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서 적립금을 학생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아직 등록금을 반환하지 않은 사립대학이 많습니다. 법률 시행이 두 달여 남았는데, 이 법 개정안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우리나라 사립대학 전체 적립금 규모는 7조 9,000억 원 수준입니다. 반면 사립대 연간 학부 등록금 수입은 8조 177억 원이에요. 지금 당장 사립대학 전부가 적립금 전부를 전국 사립대학에 공평하게 나눠서 올해 등록금 전액을 반환해도 1년 치에 불과한 예산입니다. 이렇게 적립금을 모두 써버리면, 이제 미래 학생들의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등록금 인상 우려도 커지죠.
또 법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등록금 반환 문제는 대학마다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보는데요. 적립금 규모가 작거나, 아예 없는 사립대학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 대학은 등록금 반환에 쓸 적립금도 없는 형편인 거죠. △1,000억 원 이상 적립금 보유한 사립대학 13.8% △500억~1,000억 미만 13.1% △100억~500억 미만 33.1% △50억~100억 미만 10.3% △50억 미만 23.4% △0원 9.6% 등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으로, 사립대학의 수익용기본재산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현재 사립대학 수익용기본재산 가운데 토지가 63%로 가장 많습니다만, 수익률은 연간 1.2%에 불과합니다. ‘부동산 투기’라는 의혹도 받는데요.
“사립대학 입장에선 수익용기본재산을 놓고 ‘부동산 투기’라는 의혹은 한마디로 억울할 겁니다. 대학을 설립할 때 4대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요. 교사와 교지, 교원,수익용기본재산 등입니다. 그런데 해방 이후 사립대학들이 하나둘 생길 때 우리나라는 공업이 발달하거나 유가증권 시장이랄 게 없었어요. 학교법인을 운영할 사람들은 토지를 가진 지주 정도였고, 그래서 지금도 수익용기본재산 가운데 토지가 많습니다.
한번 형성된 수익용기본재산 용도를 변경하거나, 판매하려면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고요. 또 대학이 보유한 토지는 잘 팔리지도 않습니다. 싸게 사려고만 하니까요. 재밌는 건 토지 수익률은 낮지만, 토지 평가액은 높아졌습니다. 이 땅이 지금은 저렴하지만, 나중에 학생들 교육을 위한 많은 투자금으로 변할 수도 있는 거죠.”
- 여러 제약이 있더라도 등록금 의존도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학이 토지 일부를 팔아 수익 사업을 해야 하지 않을지요.
“말씀드렸듯이 토지를 무조건 다 팔 수는 없을 거고요. 대학이 수익용기본재산 요건을 만족하고 남은 잉여분의 토지를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건 정부가 나서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정부에서 처분 통로를 만들어주고 이걸 처분해서 얻은 투자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대학이 수익을 보는지, 수익 모델도 제시해줘야 합니다. 유가증권을 사라든지, 채권 투자를 하라든지, 등등이요. 다양한 해외 사례나 예시를 발굴해서 대학에 안내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교협도 관련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겠지만요.”
-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대학들이 밖에서 보면, 변화도 없고 그러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많은 개선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교비회계 운영과 관련해서도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예기치 않은 사건들로 그동안 쌓은 신뢰를 무너뜨리긴 하지만, 대학들의 노력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채찍만 아니라, 당근도 주시길 바라는 건데요. (웃음)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과 관련된 부분도 관심 가져 주시고,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 백정하 소장 약력
한양대 교육학 박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평가원 및 고등교육연수원 원장
교육혁신위원회 및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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