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 전 강의 우려먹는 등 질 낮은 원격수업 태반
- 원격수업이 ‘시설 이용’과 ‘실험·실습’ 등 수업권 침해...등록금 반환해야
- 韓 대학등록금 수준 너무 높아...서울시립대학교 수준으로 낮춰야
- ‘수천억 원 누적적립금’·‘사학비리’·‘교비회계 비리’ 등 고질적 병폐

코로나19가 대학등록금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원격수업’이 그동안 대학가에 층층이 쌓였던 등록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모양새다. “원격수업의 질이 형편없어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대학생들의 불만은 “대학등록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성토로 바뀌어가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4부에 걸쳐 대학등록금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본다. 1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온 원격수업 시국의 등록금 반환 운동과 등록금 수준의 적정성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임지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대표 겸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장과 함께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대학등록금 문제를 짚어본다.

3부에선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연구소장으로부터 대학 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4부에선 김효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과 등록금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전국 대학마다 학생들이 원격수업 관련한 피해를 굉장히 많이 호소해요. 몇 년 전 촬영한 강의를 계속 우려먹는다든가, 심지어 강의 자료만 올리고 독학하라는 사례가 가장 많죠. 속된 말로 날로 드시는 거죠.”

임지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 공동대표 겸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장은 27일 취재진에게 “질 낮은 원격수업이 등록금 반환이라는 문제의식을 촉발하긴 했지만, 사실 학생들은 고액의 등록금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스포스트>는 임지혜(숙명여대·법학과·16학번) 전대넷 공동대표에게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원격수업과 현행 등록금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 소재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실에서 진행했다.

임지혜 전대넷 대표는 각 대학이 원격수업으로 수업권을 침해받은 학생들에게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임지혜 전대넷 대표는 각 대학이 원격수업으로 수업권을 침해받은 학생들에게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코로나19 확산 시국, 원격수업이 문제인 이유가 뭔가요?
“코로나19가 2월부터 확산하면서 개강 일정과 등교 일정이 계속 연기됐어요. 결국엔 전면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1학기 원격교육에 대해 각 대학에서 피해사례가 많았습니다. 몇 년 전 촬영한 강의를 계속 우려먹는다든가, 심지어 강의 자료만 올리고 독학하라는 교수님들도 계셨다고 해요. 충격적이죠. 경영학과도 있고 공대도 있고. 속된 말로 날로 드시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같은 등록금을 받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 전대넷 주도로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질 낮은 원격수업 때문인가요?
“정확히 말하면 학교 측이 학생들이 입은 수업권 침해에 대해 피해보상을 하라는 겁니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에는 수업료 말고도 학교 도서관이나 열람실, 학생회관 등 학교 시설과 공간에 대한 요금이 다 포함된 건데요. 비대면 원격수업 시행으로 이런 부분을 이용하지 못하니까, 학교는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한 등록금을 반환해야죠.
예체능과 이공계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는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 학생들은 실험이나 실습을 이유로 더 고가의 등록금을 부담하고 있어요. 차등등록금을 내는 건데, 대부분 학교의 예체능과 이공계 학생들은 5월 말부터 등교했습니다. 1학기 차등등록금이 의미가 없어진 겁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많은 대학이 등록금 반환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 일부 대학들이 올해 1학기 등록금을 반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전대넷과 함께 각 대학 학생들이 얻은 소기의 성과라고 봅니다. 학생들이 가만히 있었다면, 해당 대학들도 등록금 반환에 나서지 않았을 거예요. 문제는 대학들이 등록금 반환에 대한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고 특별장학금 형식으로 등록금을 반환했어요. 학생들이 주장하는 등록금 반환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원격수업으로 침해된 수업권에 대한 피해보상으로 등록금을 반환하라는 건데요. 장학금은 피해보상이 아니라 시혜적인 측면이 있죠.”

지난 6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전대넷과 각 대학 학생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제공)
지난 6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전대넷과 각 대학 학생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제공)

- 등록금 반환에 나선 대학들의 반환 금액과 방식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엄청 조금 주거나, 지역 쿠폰 같은 걸로 줬어요. (웃음) 또 반환 대상도 한정적입니다. 학생들은 50%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 비율에 현저히 못 미치는 ‘10만 원’을 특별장학금 형식으로 반환한 학교가 많았습니다. 전체 등록금의 2.5%에서 최대 10% 정도를 장학금으로 반환한 학교도 있었고요. 심지어 일부 학교는 지역 쿠폰으로 등록금을 반환했습니다.”

- 1학기 등록금 반환을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요?
“소송은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각 대학 학생들이 원고가 되고 각 대학본부가 피고가 돼서 소송이 진행돼서요. 지난 5월 전대넷이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를 발족했습니다. 4천여 명의 대학생들이 소송인단에 참여해서 각 대학마다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요. 7월 초에 소장을 접수했습니다. 학교 측에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했죠. 대학이 등록금을 낸 학생에게 불완전한 이행으로 그만큼 서비스를 하지 못한 거니까요.”

-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으로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해지면, 등록금을 환급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9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 개정안의 의의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전대넷과 함께 학생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전대넷이 등록금 반환을 위해 청와대, 국회, 교육부, 대교협 등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대학 등록금을 반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교육부 지침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이었어요. 또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죠. 서로 책임 전가를 하는 상황이었죠. 마침내 등록금을 반환하는 법적 근거가 생겼다는 건 학생들이 스스로 이뤄낸 큰 성취입니다.”

- 이 법 개정안에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법률안에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 대해 굉장히 아쉽습니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대학 자율성에 기대는 건 한계가 명확해요. 법률적으로 강제성이 없지만 교육부가 책임을 갖고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등교육법 5조에 학교는 교육부 장관의 지도와 감독을 받는다고 규정된 까닭에, 교육부가 권고지침으로라도 대학의 등록금 반환을 강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6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각 대학 학생들은 세종정부청사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150km를 걸으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행진을 한 바 있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제공)
지난 6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각 대학 학생들은 세종정부청사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150km를 걸으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행진을 한 바 있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제공)

- 원격수업의 질이 보장된다면, 현 수준의 등록금이 적절하다고 보실지요.
“지금 등록금은 너무 비싸요. 정말 너무 비쌉니다. 모든 대학생이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대넷에서 전국 대학생 5,3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가 있는데요. 이 조사에서 응답한 학생의 96.1%가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만큼 등록금이 높다는 데 거의 모든 대학생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 대학 측은 반값등록금 논의가 시행되던 2009년 이후 ‘등록금 동결’로 대학재정이 위기라는 입장입니다만.
“저는 그 주장이 전혀 타당성이 없는,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사립대학 등록금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4위입니다. 국공립대학은 8위고요. GDP 대비 상당히 높은 편이죠. 그리고 2009년 반값등록금 논의가 한창일 때, 실제로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춘 대학은 서울시립대학교 정도였어요.
나머지 대학은 내리지 않은 곳이 태반이었고, 내려도 5~10% 수준이었죠. 본래 높았던 등록금을 동결한다고, 그게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나요? 대학재정 위기는 교비회계의 등록금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학교마다 수천억 원대의 누적적립금을 쌓아놓고 교육에 쓰질 않는 거죠. 학생을 위해 써야죠. 불투명한 회계도 문제입니다. 최근 국감에서 논란이 된 사학비리만 봐도 알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이 적절한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적절한 대학등록금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요?
“학교마다, 학과마다, 학생마다 사정이 달라서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인데요. 일반론적으로 말하자면, 서울시립대학교 수준의 등록금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시립대는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이 102만 원 수준입니다. 이학계열은 128만 원, 공학계열은 135만 원이에요. 등록금 수준이 높다고 알려진 체육계열과 미술계열, 음악계열도 130만 원~160만 원 안팎입니다. 사실 등록금 외에 교재비, 생활비, 교통비 등 학생들이 지출하는 금액들이 있는데요. 학생이 방학 기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한 학기를 생활비 걱정 없이 공부해야 합리적인 등록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지혜 공동대표는 일부 대학의 등록금 반환 금액과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임지혜 공동대표는 일부 대학의 등록금 반환 금액과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그동안 대학생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고등학생까지는 미성년이기 때문에 보호를 받았지만, 대학생들은 성인이죠. 대학의 자율성이란 명분 아래, 대학생의 권리가 억압받은 측면이 있어요. 등록금 반환 운동이 사각지대에 있던 대학생 문제를 사회에 드러낸 것 같아요. 이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정부가 대학생 보호 정책이나 지원 정책을 탄탄하게 마련해야 합니다. 일반 시민들께서도 대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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