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대학 96% 등록금 반환 안 해”
대학 측 “2009년 동결된 대학등록금이 대학재정 건전성 해치고 있어”
학생·대학 “정부와 지자체 역할 확대해 대학재정 건전성 높여야” 한목소리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등 대학생 단체가 모인 ‘2021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지난 28일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향해 등록금 반환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학생들은 경복궁역부터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1시간 가까이 삼보일배 행진을 하며 ‘대학등록금 반환’과 ‘대학등록금 부담 경감 대책 마련’ 등을 주장했다. 전대넷 등은 내달 3일 국회의사당부터 청와대까지 등록금반환을 위한 행진도 예고한 상태다.
뉴스포스트는 지난해 네 차례에 걸친 기획 기사를 통해 코로나19가 불러온 대학등록금 반환과 경감 대책을 다룬 바 있다. [취재Who]가 최근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등록금 문제를 후속 취재했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 “대학등록금 반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 안 돼”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30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임지혜 전대넷 대표가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상황과 다를 게 없다”면서 “결국 대학등록금 반환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록금 반환에 대한 소송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7월 소장을 접수했는데 첫 공판이 3월 24일이었고 5월에 두 번째 공판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이 삼보일배를 했던 이유는 무려 1년 반이 지나도록 대학과 교육부가 응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전국 290개 대학 중 96%가 넘는 대학들은 2020년도 하반기 등록금조차 반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대넷에 따르면 대학등록금을 반환한 4% 남짓의 대학도 반환금액이 10% 내외에 불과하다. 금액으로는 몇만 원 수준에 그친다. 2021년 상반기 학생들이 납부한 등록금을 반환하겠다고 발표한 대학도 현재까지 없다.
이해지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한 지가 1년이 되어 가는 상황인데도 강의 수준은 재탕, 삼탕”이라면서 “학생들의 합리적인 주장을 들어줄 때까지, 등록금 반환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학 관계자들 “등록금 동결로 대학재정 악화”
반면, 대학 측은 2009년부터 동결된 등록금이 대학재정의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는 학생들의 입장과는 상반된 해석이다. 이런 까닭에 대학 측이 등록금을 대체할 재원 마련 방안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등록금 반환과 인하를 추진하기는 요원한 실정이다.
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주최로 ‘대학재정 운용 현황과 과제’ 특별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비공개·비대면으로 진행된 특별 세미나에서 발제자들은 “대학재정이 악화된 데에는 2009년 동결된 등록금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정동철 교수(호서대 기획처장)는 “대학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교내 장학금의 등록금 대비 지출 비율이 2011년 63.8%에서 2020년 83.1%로 급증했다”면서 “등록금 인하 또는 동결, 구조개혁에 따른 정원 감축으로 재정 수입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수입 감소 폭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사립대학들은 인건비 등 경상비 비중이 높고, 이로 인해 13년간 계속되고 있는 등록금 동결은 대학재정운용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철 서강대 교수도 “향후 등록금 동결이 지속될 경우, 사립대의 1인당 순교육비의 정체 상황은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적인 교육비의 추락은 더욱 가속화되리라고 본다”고 우려했다.
대학·학생, 대학재정 회복 위한 정부 역할론 확대에 공감
대학재정은 등록금과 국고지원금, 적립금 등 크게 세 가지 곡식으로 채운 곳간이다. 대학과 학생들은 이 가운데 등록금과 적립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반면 국고지원금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국고지원금으로 대학재정 곳간을 채우면 각 대학이 향후 등록금 반환과 인하에 나설 여지도 생긴다는 분석이다.
이날 특별 세미나에서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고등교육에 있어 사립대학에 대한 의존율이 OECD 국가 중에 가장 높은 한국적 상황과 등록금 의존이 높은 사립대학들의 현실은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더 요구된다는 의미”라면서 “정부의 간접적인 재정지원이라 할 수 있는 대학 관련 세제개선, 기부금 세액공제 등 세제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경수 강원대 교수도 “국고를 포함한 외부지원의 한계와 여타 OECD 국가 수준보다 낮은 정부 부담 공교육비와 학생당 교육비가 문제”라면서 “고등교육재정 확보와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지역대학과 연계한 지방정부 및 기업체의 재정지원 확대를 통해 대학재정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학 측의 주장에 대해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대학이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대학재정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파이가 크고 고등교육재정지원도 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면서 “국가가 책임 지고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대넷 등 학생들도 등록금 반환과 인하를 위해 정부가 고등교육 예산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사학 비리가 연일 터지는 상황에서 대학에 대한 국고예산 지원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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